[IT 칼럼]스토리가 있는 사물인터넷

최근 한 소셜 펀딩 플랫폼에서 120만 달러를 모금한 종이 비행기,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최대 50m까지 원격 조종할 수 있는 디지털 종이 비행기가 화제다. 어릴 적 상상만 했던 일을 가능하게 만든 이 제품의 핵심은 센서와 작은 프로펠러가 달린 뼈대에 있다. 종이 비행기를 접고 이 뼈대를 붙이면 준비는 끝이다. 사용자는 종이 비행기를 힘껏 날린 뒤, 센서와 연동된 스마트폰을 리모컨 삼아 자유롭게 항로를 조종할 수 있다.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아이디어로 ‘역대 최고의 혁신적 토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이 디지털 비행기는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사물인터넷은 대규모 빌딩과 공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존 IoT가 주로 에너지 효율 증대와 대형 시설물의 관제에 활용되었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 형태의 IoT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원격 조종이 가능한 종이 비행기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진 연인의 심장 박동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베개, 음식을 얼마나 빨리 먹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포크 등은 재미와 공감을 주는 일상 속 IoT로 이미 세계 가전전시회(Consumer Electronics Show)를 비롯한 대형 가전 박람회에서 크게 주목 받은 바 있다.

이처럼 재미와 유희를 목적으로 하면서,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스토리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는 IoT 제품과 서비스를 통칭해 ‘아이오테인먼트’(IoTainment, IoT+entertainment)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아이오테인먼트는 개인과 가정 등 소비자의 일상 속 재미와 효용에 초점을 맞춘 제품 내지 서비스로, u시티 같은 B2B와 공공 영역에서 ‘보이지 않게’ 활용되고 있는 IoT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사물인터넷 기기 ‘라이블리’를 약병에 붙여 이용자와 가족들이 복약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 라이블리

최근 미국에서 출시된 라이블리(Lively)라는 서비스는 집안 곳곳에 설치한 센서를 통해 사람의 활동 내역을 스마트폰으로 알려준다. 어찌 보면 흔한 IoT 서비스 중 하나로 볼 수 있는 라이블리가 타제품과 차별화되는 점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토리에 있다. 라이블리는 자사 제품이 가진 기술의 우수성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독거노인의 증가라는 사회 트렌드에 주목해 홀로 사는 노인과 그 자녀들을 위한 안심 서비스임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작은 모형의 센서를 부모 집의 냉장고·약병·열쇠·화장실 등에 붙여 두기만 하면 자녀들은 부모가 식사는 했는지, 약은 제대로 먹었는지에 관한 정보를 스마트폰과 PC에서 자동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매 시간 부모를 귀찮게 하는 안부 전화도, 별도의 CCTV 설치도 필요 없다. 사생활을 중시하는 미국에서 라이블리는 기술보다 스토리로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아이오테인먼트의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IoT를 ‘인터넷의 확장’보다 ‘사물(things)의 혁신’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볼 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낼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아이오테인먼트 사업자들은 새로운 기술이 아닌, 이미 존재하는 기술을 조합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서비스 디자인 역량이 IoT 시대 더욱 중요해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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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테인먼트가 지닌 가장 큰 가치는 일상 속 재미, 안심과 같은 효용을 심플한 서비스 디자인과 구체적인 이야기로 풀어냄으로써 IoT를 생소해 하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다는 점에 있다. IoT가 개인(B2C)의 영역으로 급속히 확장될 수 있게 하는 효과적인 수단이자 촉매제인 셈이다. 누가 아이오테인먼트의 기회를 선점할 것인가가 향후 전개될 사물인터넷 시장 흐름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유태열 KT경제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