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칼럼]‘지식의 창조’를 넘어선 ‘기회의 창조’

IT와 교육 쪽에 모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MIT Open Course Ware(OCW·공개교육강의), 코세라(coursera), 유다시티(udacity)와 같은 사이트의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들은 대표적 대규모 온라인 공개강의(Massive Open Online Course·MOOC) 사이트들로서 인터넷을 통해 양질의 무료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카네기멜론대의 루이스 폰 안 교수가 개발한 ‘듀오링고’(duolingo)처럼 모바일을 통해서 게임처럼 언어 학습을 할 수 있는 앱도 유행이다. 디지털 혁명에 따라 경영도 바뀌고, 정치도 바뀌는데, 교육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이 중에서도 MIT OCW는 특별히 의미가 있다. 그 이유는 지금부터 약 10년 전만 해도 인터넷을 통한 대학 교육이라고 하면 원거리 교육에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MOOC와 같은 아이디어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값비싼 등록금을 내고 들어야 할 수업을 인터넷으로 무상으로 공개하고, 공유한다는 건 시쳇말로 ‘정신나간’ 소리였다. 그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를 말이 된다고 믿고, 실현한 대학이 MIT였다. 2002년에 MIT가 시작한 OCW 운동은 곧 예일대, 미시간대, 버클리대 등이 받아들였고, 미국 전역과 전 세계로 확산됐다.

그렇다면 MIT는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MIT가 공개할 만한 강의자료가 많았다고 한다면, 그건 미국과 전 세계의 다른 명문대들도 마찬가지였다. MIT는 리더십이 달랐다. 1990년부터 2004년까지 14년 동안 MIT 총장으로서 MIT를 이끌었던 기계공학자 찰스 M 베스트는 대학 교육의 핵심은 ‘지식의 창조’를 넘어서 ‘기회의 창조’에 있다고 믿었다. 베스트 총장은 그 철학에 따라서 연구를 통해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발견하는 것, 교육을 통해서 다양하고 탁월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과 OCW 운동을 통해 교육 기회를 확산하는 것이 결국은 같은 일이라고 판단했다. 베스트 총장이 보기에는 OCW 운동은 새로운 일이었지만 동시에 지극히 MIT다운 일이었고 21세기 대학이 꼭 해야 할 일이었다.

MIT OCW 공개강의가 열리는 강의실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MIT

물론 총장 한 명이 열심히 뛴다고 일이 되지는 않는다. 축구가 결국은 11명이 뛰는 게임이듯이 대학도 마찬가지다. 학내 구성원이 총장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OCW 운동은 말에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MIT의 경우 교육 콘텐츠를 공익을 위해 대중에게 그냥 줘버리자는 아이디어는 교수진에서부터 나왔다.

MIT가 인터넷의 초기 개발부터 참여해왔던 학교인 만큼, 인터넷의 성격과 역할에 대한 이해도 높았다. 하지만 실제 의사 결정의 책임을 지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리더의 몫이다. 그런 만큼 MIT가 OCW 운동을 시작하고, 주도하게 된 데에 베스트 총장의 역할을 부정하긴 어렵다. 2013년 한국 나이로 73세로 세상을 떠난 그는 훌륭한 교육행정가였다.

국내에 위와 같은 MOOC 사례들이 언론을 통해 소개될 때마다 한국에는 왜 이런 움직임이 없느냐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사실 없었던 건 아니다. 고려대에서는 2007년부터 MIT OCW를 도입하기 위해 준비했고, 현재 관련 사이트를 운영 중이며, 그 외에도 전국 각지의 40여개 대학이 대학 강의 자료를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운동에 참여해왔다. OCW 운동은 한국에서도 시작됐지만, 아직 그 불씨가 크게 타오르지 못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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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OCW 운동이나 MOOC 같은 지식 공유의 움직임이 확산되려면 한국 대학의 변화가 필요하다. 하드웨어 차원에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차원에서의 철학과 비전 우선순위의 차원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 MIT의 OCW 운동을 시작했고 이끌었던 찰스 M 베스트 총장이 강조했던 것처럼 우리 대학도 지식의 창조에서 머물지 않고 기회를 창조하는 대학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한다.

김재연 <대학사용법>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