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공장식 축산 악순환을 끊으려면

닭고기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김재민 지음·시대의 창·1만3800원

자연적으로 성장하는 닭의 평균수명은 얼마나 될까. 20~30년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먹는 프라이드치킨용 닭의 평생은 얼마일까. 30일 남짓이다. 한두 달만 살기 위해 태어나는 닭과 한두 달만 사는 자식을 낳는 닭. 지은이는 지금의 양계산업이 자연 순환의 고리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닭의 짧은 사육기간과 공장식 축산이 낳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말한다. 닭고기를 사육하는 육계 사육농장은 환한 불빛을 밤낮 없이 켜놓는다. 병아리가 24시간 사료를 먹으며 빨리 몸집을 불려나가게 하기 위해서다. 병아리들은 장기나 혈관 등이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슴과 다리를 중심으로 빠르게 살이 오른다. 이 과정에서 원인을 알 수 없이 급사하거나 바이러스성 질병에 속수무책으로 폐사하는 병아리들이 비일비재하다. 또한 좁은 곳에서의 사육은 닭들의 스트레스를 극대화시킨다. 스트레스 상태를 그대로 놔두면 닭들은 서로를 쪼아 상처를 입히거나 죽인다. 닭고기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농장주들의 선택은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도록 사육장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부화하자마자 병아리들의 부리를 부리 절단기로 자르는 것이었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1980년대만 해도 귀한 음식이었던 닭고기가 어떻게 저가 식품, 서민 음식이 되었는지, 왜 농축산업이 공장화될 수밖에 없었는지 원인을 추적한다. 기형적인 공장식 축산업의 배경에는 정부가 추진했던 농장의 규모화와 자본 중심의 수직계열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은 비단 동물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었다. 조류독감과 광우병, 구제역 등은 동물의 생명과 생장조건을 무자비하게 조절한 인간에게 돌아온 부메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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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이 악순환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공장식 축산에서 친환경 축산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전환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소비자라고 주장한다. 지난 몇 년간 생협운동 같은 적극적인 소비자운동이 윤리소비, 동물복지, 환경보호, 로컬푸드, 공정무역 등의 촉진제가 돼 왔다. 수요의 변화만이 공급시스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열쇠라는 것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