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칼럼]메신저 그 이상의 모바일 메신저

지난 2월 19일 페이스북이 총 190억 달러(약 20조원)의 거액을 들여 모바일 메신저 업체인 왓츠앱(WhatsApp)을 인수한다고 발표하더니,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4’에서는 전통적으로 이통사나 통신장비업체 CEO가 해오던 기조연설을 카카오톡과 왓츠앱의 CEO가 발표하면서 모바일 메신저의 최근 위상을 실감케 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의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도 무료로 문자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연락처와 연계된 손쉬운 친구 추가, 단순한 기능과 이용 편의성 등이 새로운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오범(Ovum)의 글로벌 조사 결과에 따르면, 34세 이하 젊은 세대의 경우 모바일 메신저를 사용하는 이유로 요금 절감을 1순위, 이용 편의성을 2순위로 꼽은 반면, 45세 이상 중장년층의 경우 이용 편의성을 1순위로 꼽아서 모바일 메신저가 이제 청소년층은 물론 중장년층에게도 매력적인 서비스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수위를 놓고 다투는 카카오톡, 라인, 위챗, 왓츠앱(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모바일 메신저 보급 초기에는 수익 모델에 대해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애니팡 성공을 계기로 카카오톡은 국내 모바일 게임의 최대 유통 플랫폼의 지위를 차지했으며 이제는 게임뿐만이 아니라 스티커, 만화, 음악 등으로 유통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의 사업 영역은 콘텐츠 유통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솔루션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네이버 일본 법인이 운영 중인 라인은 이미 일본에서 지역 중소상점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동네 음식점 및 상점들이 종이 전단지 대신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통해서 할인행사 광고 및 쿠폰 배송 등을 하고 있다. 최근 라인은 보다 본격적인 기업용 솔루션인 ‘라인 비즈니스 커넥트’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라인 비즈니스 커넥트는 라인이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제공하고 기업 측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B2B 서비스로서, 기업이 이를 자신이 보유한 데이터베이스나 시스템과 연동하면 특정 이용자에게 최적화된 메시지를 개별 전송할 수 있게 된다.

모바일 메신저의 금융 서비스도 주목 대상이다. 카카오는 지난 2월 ‘증권 플러스 카카오’라는 증권정보 공유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상반기 중 개인 간 송금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향후 결제 기능이 추가될 경우 커머스와 연계되면서 파급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중국 텐센트사가 운영하는 위챗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에 보다 적극적이다. 위챗을 통해 영화 티켓이나 쿠폰 등을 바로 구매할 수 있으며, 중국 내 맥도널드 매장에서 위챗을 통한 결제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베이징 최대 백화점인 왕푸징 백화점이 위챗을 통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소비자가 위챗을 이용해 원하는 상품의 QR 코드를 스캔한 후 즉시 결제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왓츠앱을 인수한 페이스북은 모바일 메신저의 대화 내용을 분석하여 보다 정교한 맞춤형 광고 서비스를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 수익의 대부분을 광고 매출에 의존하고 있는 페이스북의 입장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이슈만 해결할 수 있다면, 이용자들의 실제 관심 사항을 담고 있는 모바일 메시지만큼 유용한 데이터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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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 성장을 해온 모바일 메신저들은 2014년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카카오톡, 라인, 위챗, 왓츠앱 등 각각 한국, 일본, 중국, 유럽 등지에서 확고한 가입자 기반을 다진 모바일 메신저가 서로 경쟁적으로 글로벌로 진출하는 한편, 각 사업자는 콘텐츠 유통, 커머스, 비즈니스 솔루션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이 경쟁의 승리자가 구글, 애플이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 강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카카오톡과 라인 등 국내 서비스의 선전이 기대된다.

<유태열 kt경제경영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