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내시경]눈여겨 볼 만한 새해 미술전시회

미술계에는 2013년에도 숱한 이슈들이 훑고 지나갔다. 전시회는 이어졌지만, 미술시장은 전반적으로 불황이 계속됐다. 상업 갤러리들은 어느 해보다 힘든 한 해를 보내야 했고, 작품 판매가 여의치 않으니 작가들은 허리띠를 더 졸라맸다.

이 와중에 미술계의 큰 잔치가 됐어야 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은 개관전을 둘러싼 논란으로 갈등과 반목을 낳았다. 부산비엔날레 예술감독 선정에 대한 비판도 일었고, CJ그룹의 비자금 사건도 미술계를 강타했다.

베니스비엔날레가 열렸으며, 큰 관심 속에 진행된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미술품 경매는 낙찰률 100%를 기록하기도 했다. 즐겁기보다는 우울한 이슈들이 많았다.

클로드 모네의 <양산을 쓴 여인>, 캔버스에 유채, 131×88㎝, 1886년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에도 전시는 계속된다. 우선 국제적인 미술제로는 광주비엔날레. 서울미디어아트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가 열린다.

미술관(박물관)들도 새해 전시계획을 세웠다. 그 중 챙겨 볼 만한 주요 전시회를 미리 살펴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국내외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서울관, 한국 현대미술 중심의 과천관, 국내외 근대미술 중심의 덕수궁관으로 특화돼 전시가 진행된다. 서울관에서는 이란 출신의 작가·영화감독인 쉬린 네샤트의 대형 회고전, 덴마크의 미디어 아티스트 제스퍼 저스트전, 바우하우스의 어제와 오늘을 조망하는 ‘바우하우스’전 등이 마련됐다.

과천관에선 한국 현대미술사에 업적을 남긴 주요 작가들의 개인전인 ‘한국현대미술작가 시리즈’와 ‘이타미 준’전, 덕수궁관에선 ‘예술원 60주년’전, ‘정영렬 유작전’ 등이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모두 10개 전시회를 연다. 5월 개막할 ‘오르세미술관’전이 가장 주목된다. 루브르·퐁피두센터와 함께 프랑스 3대 미술관의 하나인 오르세미술관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 소장으로 유명하다.

모네의 ‘양산을 쓴 여인’을 비롯해 세잔·르누아르·고갱·고흐·드가 등의 작품을 통해 인상주의 미술과 도시 근대화의 관계를 살펴본다. 이탈리아 폼페이 유물의 ‘폼페이’전, 한·중·일 3국의 산수화를 모은 ‘산수화, 이상세계를 꿈꾸다’와 ‘조선 청화백자’ 전도 열린다.

국보 제170호 <백자청화 매조문호>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는 8회째인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가 9월 시작된다. 또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작가 작품들로 구성되는 ‘한국거주외국작가’전(6월), 하이테크 시대에 로우 테크놀로지를 이용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테크놀로지 아트의 본질을 살펴보는 ‘로우테크’전과 아프리카의 미술·디자인 작품을 대거 소개하는 ‘글로벌 아프리카’전도 흥미로울 전망이다. 난민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전도 주목된다.

사립미술관인 삼성미술관 리움은 새해에 개관 10주년을 맞는다. 8월에 한국 고미술·현대미술, 외국의 현대미술 등 소장품으로 시대와 장르·지역을 초월하고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 예술의 소통을 살펴보는 ‘개관 10주년 기념전-교감’이 마련된다. 플라토에선 세계의 주목을 받는 정연두 개인전, 2014베니스건축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인 건축가 조민석의 건축전이 준비됐다.

문화내시경

아트선재센터는 작고 10주기를 맞는 박이소와 국제무대에서 활동 중인 김성환의 국내 첫 개인전, 다양한 유휴공간을 활용해 저녁 6~8시에 열리는 ‘6-8’전이 눈길을 끈다. 삼청동 일대 전시장 6곳을 하나로 이어 영상작을 선보이는 ‘하늘땅바다’, 한국·중동 작가들이 남성을 표상하는 방식을 조망하는 ‘그 만의 방, 한국과 중동의 남성성’도 있다.

<도재기 경향신문 문화부 기자 jae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