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내시경]시민과 함께 하는 북서울미술관

서울에서 ‘문화 불모지’로 불려온 동북부 지역에 썩 괜찮은 대규모 미술 전시장이 생겼다.

지난 24일 개관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이다. 노원구 중계동 등나무근린공원 안에 자리한 북서울미술관은 지상 3층, 지하 3층, 연면적 1만7113㎡ 규모다. 공원에서 산책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접근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미술관은 접근성, 디자인 등의 우수성으로 올해 서울시 건축상을 받기도 했다.

사진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장용근의 <가리개(도시 채집 시리즈)> | 북서울미술관 제공

북서울미술관은 본전시실과 사진갤러리 외에 어린이갤러리가 마련돼 있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가족이 나들이할 만하다.

미술관에서는 현재 개관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개관전은 크게 나눠 모두 3개로, 시립미술관 소장품 3500여점 가운데 주제별·시기별·미술사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 140여점을 선보인다.

본전시실(1~2전시실)에선 ‘장면의 재구성 #1-SCENES vs SCENES’란 이름 아래 두 곳에 전시가 마련돼, 대략적이긴 하지만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볼 수 있다. 김환기 등 근대 작가들부터 현대 신진작가들까지 모두 80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1층 전시실과 로비에는 회화, 조각, 미디어, 설치 등 장르를 넘나들면서 경계가 무너진 현대미술의 다양한 양상을 관람하는 게 가능하다. 2층 전시실에서는 현대미술의 초석을 다진 근대 유명 작가들의 걸작들을 통해 주요 사조를 조망할 수 있다. 본전시실 전시는 11월 24일까지다.

사진갤러리는 ‘서울 풍경-SEOULscape’전으로 서울을 주제로 한 사진 작품을 중심으로 18명 작가의 회화, 조각, 영상 등 30여점이 나와 있다.

어린이갤러리에 마련된 이병찬 작가의 비닐봉지 작품 <라퓨타> | 북서울미술관 제공

서울이란 도시가 지닌 다양한 이미지들을 포착한 작품들은 서울을 바라보는 작가들 개개인의 독창적인 시선을 드러내고, 서울 곳곳에 얽힌 시간과 공간의 흔적을 기억·재현하는 작품들에선 시민들의 삶의 모습과 서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사진갤러리 전시는 11월 17일까지다.

미술관 지하 1층에 자리한 어린이갤러리에는 드로잉, 사진, 영상, 설치 등 30여 작품으로 꾸려진 ‘아이 러브 서울’전이 마련됐다.

서울을 창의적이고 좀 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의 전시는 어린이들이 현대미술에 보다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한석현·유병서 작가는 인근 주민들이 기증한 폐목재를 활용한 작품으로 환경보호를 위한 재활용, 재생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김용관 작가는 노원구 아파트 단지 풍경의 특성을 살린 두 가지 모형으로 쌓기놀이를 할 수있는 체험존을 만들었으며, 이병찬 작가는 높은 미술관 천장에 비닐봉지로 만든 움직이는 조각품을 설치해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아이 러브 서울’전은 12월 29일까지다.

문화내시경

서울시립미술관 김홍희 관장은 “시립미술관 본관은 세계적 미술관으로서의 글로벌 네트워크의 중심지로, 기존 남서울미술관은 공예와 디자인 전용의 생활미술관으로, 북서울미술관은 시민들과 호흡할 수 있는 커뮤니티 중심의 공공미술 콤플렉스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재기 경향신문 문화부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