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내시경]다시 태어난 숭례문

국보 제1호인 숭례문(남대문)이 마침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2008년 2월 10일 어처구니없는 화재로 무너져내린 지 5년 3개월 만이다. 문화재청은 5년여에 걸친 숭례문 복구공사를 끝내고, 4일 숭례문을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다양한 기념행사도 열었다.

사실 숭례문은 화재 참사 전과 비교해 구석구석 많이 바뀌었다. 한국전쟁 후 수리 때의 잘못을 바로잡아 좀 더 원형에 가까워진 것이다.

새롭게 복구된 숭례문의 단청 문양 | 홍도은 기자

우선 일제가 없앤 성곽 일부가 되살아났다. 동쪽의 성곽 53m, 서쪽 성곽 16m가 복구됐다. 1396년 조선 태조 때 창건된 이래 한양의 얼굴, 이후 서울의 상징이었던 숭례문이 성곽 복구로 그나마 제 면모를 조금 더 갖춘 것이다. 지반 높이도 조선 후기 때에 맞춰 30~50㎝ 낮아졌다. 하지만 아파트 7층 높이의 웅장함은 살아 있다.

단청은 조선 중후기 색조에서 조선 전기 색조로 복원하면서 전반적으로 좀 더 차분해졌다. 안료는 화학안료가 아니라 전통안료를 사용했다. 중앙 통로인 홍예 천장의 용 그림도 고증을 거쳐 새로 그렸다.

현판도 양녕대군 사당인 서울 지덕사 소장 현판 탁본자료와 일제시대 촬영된 유리건판 사진을 토대로 수리 당시 변형된 필획 일부를 바로잡았다. 문루로 올라가는 동쪽의 계단 폭도 2.9m에서 5m로 넓어졌고, 1층의 마루도 우물마루에서 장마루로 변경했다. 1층 추녀마루의 잡상 숫자도 8개에서 7개로 바로잡았다. 2층 잡상은 9개 그대로다.

시민들의 눈에 특별히 표가 나지는 않지만 지붕의 기와는 공장제품이 아니라 전통기법으로 일일이 구워낸 것이다. 용마루도 15.7m에서 16.6m로 조금 길어졌다. 숭례문 복구자문단 단장인 박언곤 홍익대 명예교수는 “숭례문은 ‘복원’이 아니라 일부 훼손된 것을 바로잡은 ‘복구’”라며 “국보로서의 가치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방화로 소실된 지 5년 3개월 만에 복구된 숭례문. | 홍도은 기자

문화재청은 “가능한 한 원래 부재를 사용한다는 원칙 아래 문루 1층에 사용된 목재는 90% 이상이 기존 부재이고, 2층도 중심기둥(고주)을 살리기 위해 기존 고주에 새 나무를 이어 붙였다”며 “불에 그을린 흔적 등은 일부러 그대로 보이게 했다”고 말했다. 과거의 참사를 잊지 말자는 의미이다.

숭례문 복구공사에는 모두 245억원이 투입됐으며, 연인원 3만5000명이 작업을 했다. 특히 신응수(대목장), 이재순·이의상(석장), 홍창원(단청장) 한형준(제와장), 이근복(번와장), 신인영(대장장)씨 등 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가 대거 공사에 참여했다.

복구공사에 쓰인 자재들은 전국에서 공수됐으며, 내로라하는 장인들이 나서 기계가 아니라 일일이 전통기법 그대로 다듬었다.

목재는 국내산 육송으로 25t트럭 28대 분량이 사용됐다. 기와는 충남 부여의 한국전통문화대학교와 전남 장흥에서 전통기법으로 구웠고, 기와잇기는 이근복 번와장 등이 나서 모두 2만3300여장을 입혔다. 화강암은 경기 포천에서, 깔돌인 박석은 강화도 매음리에서 구했다. 못 등 각종 철물도 대장간에서 직접 만들었다.

문화내시경

숭례문 목공사를 책임진 신응수 대목장(71·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은 “숭례문 복구에 저를 포함해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 정성을 기울였다”며 “숭례문 복구를 계기로 우리 모두가 문화유산에 주인 의식을 갖고 관심과 사랑을 쏟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도재기 경향신문 문화부 기자 jae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