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학대 그후…두 개의 정반대 조사결과가 말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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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벧엘의집 장애인 학대 사건… 지자체·민간 조사 결과 크게 달라

“두대 후려쳤는데 멍들었을 것 같아요.”

한사람이 말한다. 상대가 묻는다. “등에 난초 그렸어요?” 돌아오는 답은 “네”였다. 그리고는 “속옷 다 벗겼더니 꼬집고 가져가려고 하길래 팬티를 찢어버렸다”고도 한다. 상대는 “이불이 없었냐”고 묻는다. 대화를 이어가던 상대의 말. “낼도 염병 떨면 삼천(청)교육대 보낼게요.”

모든 사람은 지역사회에서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 / pixabay

모든 사람은 지역사회에서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 / pixabay

지난 4월 전북 무주 하은의집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2명이 나눈 메신저 대화다. 하은의집은 발달·지적장애인 27명이 사는 거주시설이다. 두 사람의 대화는 한 발달장애인을 옷걸이로 때렸다는 내용으로, 지난 7월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2014년 전주 자림원, 2017년 남원 평화의집, 2019년 장수 벧엘장애인의집(벧엘의집)에 이은 전북의 또 다른 장애인 학대 사건이었다.

무주 하은의집 민관합동조사 요구

전북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전북에서 장애인 학대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도 전라북도는 예산 핑계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땜질 처방을 이어왔다”고 비판했다. 전북도는 이 대화를 나눈 복지사 2명 등 4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전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7회에 걸쳐 시설 종사자와 이용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2017년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설치된 장애인 학대 대응 기관이다. 민간위탁으로 운영된다.

고발된 4명 중 약식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건 1명뿐이다. 이마저도 벌금 50만원을 구형받았다. 전북도와 전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지난 5월 이후 약 3개월간의 CCTV 영상을 분석한 뒤 시설 종사자 3명을 추가 고발했다. 고발 결과에 따라 무주군은 시설에 행·재정적 조치를 내리게 된다.

전북장애인인권옹호연대는 사건이 알려진 직후부터 ‘민관합동조사’를 요구해왔다. 양혜진 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그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고, 그들이 말하는 삼청교육대가 뭔지 민관합동조사를 통해 밝혀내야 거주 장애인들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시설에선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등 대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연대는 삼청교육대나 이불 같은 표현으로 보아 폭력이 처음이 아니며 다른 거주인들도 학대의 대상이 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시설 안 인권침해는 단순히 질 나쁜 일부 직원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닌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에 시설 전반에 대한 심층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민사회의 요구에 전북도는 지난 8월 민관합동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권익옹호기관 참여를 둘러싼 이견이 있고, 안전관리 계획 마련의 책임을 민간에 넘기면서 협의는 결렬됐다. 일부 사회복지사들은 민관합동조사가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권익옹호기관의 조사보고서는 나오지 않았다. 도 관계자는 11월 10일 통화에서 “도 차원에서는 조사를 마무리했으므로 현재로선 (민간조사를 진행할) 권한이 없다”고 했다.

연대는 주중에는 전북도청 앞에서, 토요일에는 전북도지사 관사 앞에서 민관합동조사를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전북도와 권익옹호기관의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배경에는 지난해 벧엘의집 사건 해결 과정에서의 경험이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신뢰하지 못할까

2008년 문을 연 장수군 벧엘의집에는 15명의 발달·지적장애인들이 살았다. 시설 이사장과 원장 등이 장애인들을 폭행, 학대하고 성추행한 사실이 지난해 2월 내부고발로 알려졌다. 이들은 장애인들을 농장으로 데려가 강제로 일을 시켰다. 임금 한푼 없었다. 강제노동을 거부하면 폭력이 돌아왔다. 시설 관계자들이 장애인 명의로 지급된 생계급여 등 8900만원을 빼돌린 사실도 검찰수사에서 드러났다. 피해자 중 일부는 ‘전주판 도가니’라 불리는 성폭행 사건이 있었던 전주 자림원에서 옮겨온 이들이었다. 학대를 피해온 곳에서 또다시 인권침해를 당했다.

지난해 5월 장애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벧엘의집 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전북도와 대책위는 민간합동 감사를 벌였다. 7월 1일 장수군은 시설폐쇄 명령을 내렸다. 7월 중순까지 장애인들이 다른 시설로 갈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라고 했다. 전북발달장애인지원센터·전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실시한 탈시설 욕구조사에서 대다수가 다른 시설로 가고 싶어한다는 결과가 나온 데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민간이 진행한 조사 결과는 정반대였다. 대다수가 시설 밖에서 살고 싶어했다. 민간조사를 진행한 우석대 인지과학연구소는 도가니 사건(2000년 광주인화학교 성폭행 사건) 등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 해결에 참여해온 기관이다.

전북장애인인권옹호연대가 전북도청과 도지사 관사에서 하은의집 사건 민관합동조사를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 전북장애인인권옹호연대 제공

전북장애인인권옹호연대가 전북도청과 도지사 관사에서 하은의집 사건 민관합동조사를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 전북장애인인권옹호연대 제공

발달장애인지원센터·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지난해 6월 18일 탈시설 욕구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는 벧엘의집에 거주하는 장애인 11명이 참여했다. 시설 안에서 진행했으며 총 3시간 정도 걸렸다. 결과는 11명 중 9명이 ‘타시설 이동’을 희망한다는 것이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장수군에서 제출받은 A5 5장의 ‘벧엘장애인의집 거주인 욕구 상담 진행 결과보고’를 보면 1명당 4~9개의 문장으로 상담내용이 정리돼 있다. ‘시설에서 나가 서울에 있는 동생 집으로 가고 싶다고 이야기함’, ‘시설이 숨이 막히고 답답하다고 시설을 나가고 싶다고 정확하게 표현함’, ‘아파트에 살기를 희망함’과 같은 표현이 나오지만 탈시설 관련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민간조사는 방식부터 달랐다. 6월 7~9일 시설 밖 장소에서 2박3일간 함께 지내면서 관찰하고 진단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정서적 친밀감과 신뢰를 뜻하는 ‘라포’를 쌓는 것이다. 탈시설 욕구조사는 마지막 날인 9일 하루간 진행했다. 조사인원 12명 중 8명이 자립생활을 원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소는 개인별 조사표를 시설생활 경험, 탈시설 및 주거 욕구, 서비스 욕구 등 항목을 나눠 작성했다. 이를 토대로 ‘자립 의지 강함’, ‘의지는 있으나 두려워함’, ‘불확실함’, ‘확인이 어려움’ 등 4가지로 자립 욕구를 평가했다. 지원 가능성 역시 ‘지금 바로 자립생활 가능’, ‘자립 욕구는 있지만 이후 자립프로그램 연계 필요’, ‘자립 욕구가 낮아 지속 프로그램으로 지원 필요’, ‘타 주거서비스 연계 필요’로 나누고 의견을 달았다.

복지는 누구를 향해 있는가

사건은 다른 시설로 옮기는 전원(轉院)으로 마무리될 뻔했다. 이를 뒤집은 건 민간이 내놓은 조사 결과였다. 대책위의 끈질긴 문제 제기로 장애인들의 시설 밖 삶이 시작됐다. 임대주택에 입주하거나 자립생활 체험홈, 공동생활가정 등에서 생활하고 있다. 벧엘의집에선 매일같이 무보수로 사과를 따고 포장을 하던 그들이었다.

지난 10월 22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상반된 두 조사 결과를 언급했다. 정부가 9월부터 석달간 진행하는 장애인 거주시설 입소 장애인의 생활실태 전수조사도 제대로 될까 하는 우려에서다. 이 조사는 장애인 거주시설의 방역실태, 장비 설치환경을 살피고 장애인의 자립 욕구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조사인력은 128명. 장애인 거주시설은 628개소로 이 시설에 사는 장애인은 2만4980명이다. 조사원 1인당 평균 196명, 주말을 제외한 20일 동안 2만5000명을 조사하도록 돼 있다. 탈시설이나 당사자의 권리에 대한 이해가 없이 정확한 조사가 가능한지 의문이 생긴다. 최 의원은 “탈시설 그 자체가 권리”라며 “탈시설 이후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지원 방안과 향후 연계 서비스를 책정할 수 있는 유의미한 조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기는 시설에서 살기 싫다 얘기하는 분도 있고, 지역사회에서 살 자신이 없어 그래도 사람들이 있는 곳이 낫지 않겠냐는 분도 계세요. 그런데 집을 마련해 살 수 있다고 하면, 그렇게 살고 싶다고 하시죠. 메뉴를 열어줄수록 선택은 달라져요. 일반 기관도 아닌 장애인 권익을 옹호하는 기관이라면 장애인의 의사소통을 보조해주고 주장해줘야죠. 오히려 그 능력을 의심받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벧엘의집의 민간 탈시설 욕구조사를 담당한 박숙경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말한다. 그는 “인권단체들과 권익옹호기구가 연대해 가야 한다. 공적 기구가 생겼기 때문에 민관합동조사를 할 수 없다고 하고 기관과 기관의 갈등으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사회복지를 할 때 시선이 누구를 향해 있는가, 왜 그 일을 하는 건가 진지하게 묻고 싶다”고 한다. “시설 인권문제는 사회복지 서비스의 잘못된 역사적 과정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지역사회에 나가서 살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고요. 장애인 당사자를 대상화하거나 보호대상으로 여기지 말고, 이 사람들이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어떻게 도와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사회복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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