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20년 전 신조어 왕따, 중·고딩

일정 주기로 대중들의 주목을 받는 콘텐츠가 있다. 바로 ‘옛날 뉴스’다. 주기적으로 지상파 3사의 1980~90년대 뉴스, 심지어는 과거 대한늬우스 영상이 인터넷에서 ‘예전에 이런 때가 있었네’라는 느낌으로 화제가 되곤 한다.

1990년대 청소년 비속어를 다룬 뉴스의 한 장면 / KBS뉴스 화면 캡쳐

이번 주의 이슈는 1990년대 청소년들의 비속어였다. 1990년대 말로 보이는 뉴스 영상 속의 청소년들은 띠랭이, 후까시 등의 단어를 쓴다. 뉴스는 띠랭이를 ‘바보 같은 사람’, 후까시를 ‘잘난 체한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1980년대생인 기자 입장에서 어린 시절 한두 번씩 들어본 단어다. 하지만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말들이다.

당시엔 신조어였지만 지금까지 생명력을 유지하는 말들도 있다. 뉴스는 중딩(중학생), 고딩(고등학생)은 물론이고, 왕따(집단 따돌림의 대상)라는 표현을 당시 청소년들의 ‘언어 파괴’ 예시로 들고 있다. 화가 난다는 의미의 ‘빡돌다’ 역시 1990년대 말에 생긴 말이었던 모양이다. 참고로 ‘왕따’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갈 정도로 생명력을 얻었다.

기사에서 다루지는 않지만 1990년대 신조어 중에는 지금은 어색한 표현들도 많다. 1990년대 은어와 비속어를 소개한 한 블로거는 1990년대 주유원을 ‘총잡이’, 본드를 ‘뽀대기’라 불렀다고 한다. 1980년대생이어서 그런지 아무리 기억하려 해도 기억나지 않는다. 어서 와요를 줄인 ‘어솨요’는 PC통신 시절 채팅방에서 서로 만날 때 많이 쓰던 인사말이다. 하지만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자연스레 사라졌다.

1990년대 젊은이들은 삐삐를 사용했다. 삐삐를 본 적도 없는 지금의 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매우 이해하기 힘든 은어들이 많다. 1004(천사)나 8282(빨리빨리) 정도는 쉽게 이해가 된다. 하지만 091012(공부 열심히), 1212(홀짝홀짝 술 마시자), 1010235(열렬히 사모해) 등은 삐삐를 사용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뜻을 파악하기 어렵다.

언더그라운드 넷

1990년대 청소년 은어를 소개한 뉴스를 찾아봤다. 20년 전인 1998년 10월 9일 KBS 9시 뉴스였다. 552돌 한글날을 맞아 ‘신세대들의 한글 파괴 실태’를 알아본 것이다. 요새 10대, 20대들도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렬루(리얼로=진짜로), 세젤예(세상에서 제일 예쁜) 등 여러 가지 신조어들을 쓴다. 이 중 몇 가지는 이미 유행을 지난 말들일 정도다. 지금 통용되는 신조어들은 가끔 언론에서 흥밋거리로 다뤄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중 몇 개는 살아남아 10년 뒤엔 ‘왕따’, ‘중·고딩’처럼 널리 쓰이는 말이 될 수도 있겠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