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조홍근의 ‘알기 쉬운 건강이야기’]왜 나이가 들수록 당뇨병이 더 생길까?

노인이 되면 근력과 순발력과 균형감이 떨어져 운동을 더 안하게 됩니다. 그러나 운동은 오히려 노인에게 더 중요합니다. 중간 정도의 규칙적 운동은 인슐린 감수성을 높여주어 당뇨병을 예방하고 조절할 수 있게 합니다.

생겨난 것은 없어지고 태어난 존재는 반드시 죽습니다. 젊음은 늙음과 짝하여 나타나고 질병이 있으니 건강함도 있습니다.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 그리고 건강과 질병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관념으로는 확실히 구별됩니다. 그러나 동전의 뒷면을 없애기 위해 동전을 아무리 얇게 썰어도 항상 새롭게 앞면과 뒷면이 생기듯이 사실 우리가 독립적인 대립물로 인식하는 것은 관념상으로만 따로 존재하는 것이고 실제로는 분리할 수 없는 하나입니다. 이런 사실을 터득하면 인생의 많은 고민이 해소될 것이지만 실제로 이런 마음의 상태에 도달한 사람은 희귀합니다. 우리같은 보통 사람들은 여전히 건강을 추구하고 질병에 괴로워하고 젊음을 그리워하고 늙어감에 힘들어합니다. 현실적으로 볼 때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몸이 상쾌한 날보다 아픈 날이 더 많아진다는 뜻입니다.

10대 말에 만나 50살이 넘은 지금까지도 모임이 이어지고 있는 대학 동기 모임에 나가면 우리 모두가 나이들면서 아파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나만 늘 어깨와 등이 아프고 피곤한 줄 알았는데 거의 모든 동기들이 비슷한 증상을 비슷한 시기에 느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누구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누구는 전립선 비대증상에 시달리고 누구는 우울합니다. 고혈압약을 먹는 동기도 많고 당뇨약, 고지혈증약을 먹는 사람도 많습니다. 벌써 암에 걸려 고생하는 동기도 생겼습니다. 남성 갱년기는 기본입니다.

누군가가 질문합니다. 왜 나이가 들수록 당뇨병이 더 잘 생기냐고.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에 대한 새삼스러운 질문이지만, 생각할수록 할 말이 많은 질문입니다.

2013년 11월 14일 세계 당뇨병의 날을 맞아 당뇨병 치료제 회사 임직원들이 푸른 소망 비행기 행사를 하고 있다./박효순 기자

나이가 들면 당뇨병이 더 잘 생기는 이유는?

그냥 나이가 들면 그런거다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조금 과학적으로 말해보겠습니다. 미국의 통계를 보면 65세 이상의 당뇨인이 약 1100만명입니다. 미국의 65세 이상 인구중 약 26%가 당뇨병을 앓고 있습니다. 65세 이상 인구의 연간 당뇨병 발병률은 1000명당 11.5명으로 20~44세 인구의 3배에 달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나이가 들면 당뇨병이 많이 생깁니다.

당뇨병은 한마디로 정의하면 포도당의 생성과 흡수의 불균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근육에서의 포도당 흡수의 저하와 췌장에서의 인슐린 분비 감소에 의해 발생합니다.

노인이 되어서 생기는 당뇨병은 유전적 배경, 생활습관, 그리고 노화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질병은 흔히 선천과 후천의 결과로 보는데 선천적인 범주에 들어가는 유전적 배경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부모가 당뇨병이 아닌 사람이 양친이 다 당뇨병인 사람에 비해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부모가 모두 당뇨병이라고 해서 그 자녀가 100% 당뇨병에 걸리는 것도 아니니 너무 절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노화의 과정은 당뇨병이 발생할 수 있는 온상입니다.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는 전체 췌장세포의 1%에 지나지 않습니다. 현미경으로 관찰할 때 췌장의 다른 세포로 이루어진 바다에 드문 드문 섬처럼 존재한다고 해서 섬(islet)이라고도 불렸습니다. 베타세포의 갯수는 5세 이전에 결정됩니다. 그 이후부터는 숫자에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사람의 베타세포는 나이가 들수록 재생 능력과 인슐린 분비 능력이 차차 떨어집니다. 노인은 혈당에 반응해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서 심할 경우, 젊은이의 50%밖에 분비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인슐린의 분비능력은 정상적으로 감소합니다.

인슐린이 덜 나올 경우 당뇨병을 예방하려면 인슐린의 연비가 좋아져야 합니다. 인슐린의 연비를 인슐린 감수성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나이가 들면 인슐린 감수성이 줄어듭니다. 다른 말로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합니다. 인슐린이 적게 분비되고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면 이중으로 위험합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노화에 따른 인슐린 분비 감소와 달리 나이가 들면서 더 흔해지는 인슐린 저항성은 노화의 필연적 과정은 아닙니다.

우리는 여기서 희망의 단초를 봅니다.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인슐린 저항성은 그 사람이 평생 지녀왔던 생활습관과 식습관에 의해 결정됩니다. 조금 더 자세히 나열하면 운동부족, 비만, 근육의 감소에 의해 인슐린 저항성이 옵니다. 이런 것은 나이가 들면서 오는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단지 어떤 개인의 특정한 생활습관의 결과일 따름입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75세 노인 중 단지 12%만이 매일 30분씩 매주 5번 이상의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65%가 아무런 야외활동도 안한다고 합니다. 운동부족에 의해 근육이 감소하면 혈당을 받아 줄 저수지가 줄어드는 것이므로 혈당이 올라갑니다. 과식과 운동부족에 의해 복부비만이 오면 전신적인 염증이 일어나고 그 결과 인슐린 저항성이 생깁니다.

인슐린 분비의 감소는 필연적인 노화의 과정이지만 인슐린 저항성은 단지 나쁜 생활습관의 결과일 따름입니다. 따라서 노인에서의 당뇨병 예방은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인슐린 저항성의 완화를 통해 성공할 수 있습니다.

노년기 당뇨병 예방을 위한 행동강령

육체활동은 가장 중요한 생활습관입니다. 노인이 되면 근력과 순발력과 균형감이 떨어져 운동을 더 안하게 됩니다. 그러나 운동은 오히려 노인에게 더 중요합니다. 중간 정도의 규칙적 운동은 인슐린 감수성을 높여주어 당뇨병을 예방하고 조절할 수 있게 합니다. 유산소 운동이 덜 괴롭고 덜 위험해서 많이 권장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는 근육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저항성 운동이 꼭 필요합니다. 걷기, 자전거 타기 등의 유산소 운동만이 혈당을 낮출 수 있다는 오해가 있지만 저항성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늘려도 혈당을 낮출 수 있습니다. 유산소와 저항성 운동을 같이 해야 가장 효과가 좋습니다.

미국 당뇨병학회의 권고사항에 따르면, 모든 성인 당뇨인은 일주일에 총 150분 이상 중간 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좋으며 이틀 이상 연속으로 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저항성 운동도 1주에 두 번은 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노인의 경우 숨어 있는 심장질환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운동을 할 때 주치의의 권고에 따라야 하고 위험스럽다고 생각되면 상급병원에서 운동부하 검사를 하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이가 들면 지방이 늘어나면서 과체중이나 비만이 됩니다. 당뇨 전단계나 당뇨인은 마른 당뇨가 아니라면 체중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어림으로 말하자면 현재 체중의 5~10% 또는 2~8kg 이상을 감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량을 하면 인슐린 저항성도 감소해서 혈당이 더 잘 조절됩니다. 먹는 것만 줄여서 살을 빼면 근육만 감소할 위험이 있으므로 운동과 식사가 함께 가는 것이 좋습니다. 노인이 살을 빼면 근육이 감소하고 골다공증이 잘 온다는 우려도 있지만 운동과 식사를 병합해서 감량을 하면 오히려 골밀도가 더 좋아지는 효과도 있습니다.

닥터 조홍근의 ‘알기 쉬운 건강이야기’

노인이 되면 당뇨병도 더 많이 생깁니다.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 감소에 따른 피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인슐린 감소를 상쇄할 수 있는 인슐린 감수성은 운동과 식사와 같은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성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노인이 되면 당뇨병이 많이 생긴다. 그러나 그것은 노화의 필연적 결과가 아니라 잘못된 생활습관의 누적된 결과일 따름이다.

<연세조홍근내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