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미세먼지, 중국 탓만 할 것인가

중국 책임론 커질수록 국내의 절감 노력은 등한시되는 역효과

비 온 날이 더 맑다. 비가 오는 날은 ‘흐린 날’이라는 상식이 깨질 정도로 한반도를 뿌옇게 뒤덮은 미세먼지 탓이다. 전국에 봄비가 내린 4월 5일과 6일 미세먼지 농도는 전 권역에서 ‘좋음’ 또는 ‘보통’ 수준이었다. 불과 하루 전엔 미세먼지가 ‘나쁨’을 기록하다가 비로 인한 세정 효과를 본 셈이다.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1~3월 초미세먼지(PM 2.5) 농도는 32㎍/㎥로 최근 3년새 가장 나빴던 것으로 나타났다. 초미세먼지 ‘나쁨(51~100㎍/㎥)’ 일수는 8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일)의 두 배였다. 올해 들어 전국의 초미세먼지주의보(발령 기준 90㎍/㎥) 역시 총 86회나 발령돼 지난해 같은 기간의 발령 횟수(48회)보다 크게 늘었다.

/ 김창길 기자

정말 ‘중국만’ 문제일까?

특히 서울이 심각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의 초미세먼지 대기 중 농도가 ‘나쁨’ 이상인 일수는 올해 들어 3월 말까지 총 14일이었다. 초미세먼지 ‘나쁨’ 이상 일수는 2015년엔 통틀어 11일, 2016년에는 13일이었지만 올해는 불과 3개월 만에 전년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일)에 비해 무려 7배 늘어난 수치다.

답답한 것은 뿌연 공기만이 아니다. 대기질은 눈에 띄게 나빠지는데 왜 그런지에 대한 속 시원한 설명도, 뾰족한 해결책도 나오지 않는다. 정부는 중국의 영향이 크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그 책임을 물을 근거자료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철저한 원인 규명이 없으니 해법도 두루뭉술하다.

그간 환경부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이 평상시에는 30~50% 수준이며, 고농도로 심할 때는 60~80%라고 밝혀 왔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지난해 미세먼지 특별대책 추진으로 국내 배출량이 일부 감소했지만 불리한 기상여건과 국외 영향으로 인해 올해 1~3월 미세먼지 농도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올해 중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76㎍/㎥로 2015년(86㎍/㎥)보다는 낮고 2016년(70㎍/㎥)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나쁨일’을 기준으로 국내 미세먼지에 미치는 국외 요인 기여율은 76.3%로 2015년 72.7%, 2016년 55.8%에 비해 늘어났다는 것이다. 국외 요인에는 중국뿐만 아니라 북한, 몽골, 일본 등도 포함된다.

실제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수도권을 습격한 3월 17일부터 21일까지 닷새간 수도권 초미세먼지의 52~86%가 중국에서 유입됐다는 게 환경부의 분석이다. 환경부가 국외 영향을 계산할 때 이용하는 ‘CMAQ 대기질 예보모델’을 가동한 결과, 수도권 미세먼지(PM 10)의 국외 기여율은 47~80% 수준이었고, 입자가 작아 더 위험한 초미세먼지의 기여율은 최대 86%(3월 21일)까지 치솟았다.

서울의 미세먼지에도 수도권의 영향은 줄어든 반면 중국 등 국외의 영향은 늘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초미세먼지의 지역별 기여도는 서울 22%, 인천·경기 12%, 수도권 외 지역 11%였고 중국 등 국외 지역은 55%였다. 즉 서울지역 미세먼지의 78%는 서울 밖에서 유입된다는 것이다. 5년 전인 2011년 조사와 비교해보면 수도권발 미세먼지는 5%포인트 감소(39%→34%)한 반면 중국 등 국외로부터 발생한 미세먼지는 6%포인트(49%→55%) 늘어났다. 황보연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최근 중국 베이징이나 선양을 거쳐 들어오는 미세먼지의 양이 29%나 늘었다”면서 “중국 공업지대가 서울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다만 1년 365일 전체로 따지면 중국의 영향이 꼭 절대적인 것만은 아니다. 국외 영향은 평상시엔 30~50% 수준으로 평균적으로 보면 국내 영향이 더 크다는 얘기다. 황보연 본부장 역시 “중국의 영향뿐이라면 인천이 가장 나빠야 하는데 인천 미세먼지는 오히려 개선되고 있어 다른 요인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주범’ 석탄발전소는

서울시는 ▲서울시내에 부는 바람이 줄어 대기가 그만큼 오래 한 곳에 머무는 대기 정체현상 ▲경유차, 화력발전소 등 내·외부의 오염물질 유입량 증가 ▲기후변화로 인한 2차 오염물질 생성 증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겨울과 봄철 중국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중첩되는 경우도 존재하며, 국내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이른바 ‘2차 미세먼지’가 생성되기도 한다. 화석연료가 연소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황산화물이나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이 공기 중에서 수증기나 암모니아와 결합해 생기는 2차적 발생은 수도권 초미세먼지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전 세계 대기오염 정보를 제공하는 ‘에어비주얼’은 3월 21일 기준 서울의 공기질 지수가 183으로 인도 뉴델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나쁘다고 발표했다. 스모그로 악명을 떨친 중국 베이징보다 공기질이 나쁠 정도로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

상황이 이렇자 환경부는 또다시 ‘비상대책’을 내놨다. 4월 5일부터 초미세먼지 저감조치 발령 요건을 완화해 다음날 미세먼지가 수도권에서 모두 ‘나쁨’으로 예보되면 행정·공공기관 차량 2부제 운행, 공공부문 대기배출 사업장 및 건설공사장 운영시간 단축을 실시한다. 앞서 환경부는 올해 2월 15일부터 비상 저감조치를 시행하기로 했지만 발령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고농도 미세먼지가 덮쳐도 비상조치가 한 차례도 발령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 역시 실효성에 물음표가 찍힌다. 차량 2부제 대상이 된 공공기관 대상 차량을 모두 합쳐도 수도권 전체 차량의 3%에 불과하다. 운영시간 단축 대상인 공공사업장과 공사장은 수도권 전체 사업장의 1% 수준이다.

아울러 정부는 WHO 권고 기준보다 2~2.5배 느슨한 초미세먼지 환경기준을 미국과 일본 수준으로 상향 조정할 계획(국내 기준보다 약 30% 수준 강화)이지만, 오염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 없이 기준만 강화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올해 1분기 서울시의 초미세먼지 누적 평균 농도는 34㎍/㎥로 미국이나 일본의 연간 환경기준(15㎍/㎥)의 두 배를 넘어 섰다. 24시간 환경기준인 35㎍/㎥를 초과한 날도 3월 말까지 사흘에 한 번 꼴이다.

오히려 정부는 화석연료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면서도 석탄화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충남 당진의 에코파워 석탄화력발전소 설립은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최종 승인만 남겨뒀다. 앞서 산업부는 4월 3일 전원개발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SK가스 등이 당진에 건설하는 580MW급 에코파워 석탄화력발전소 2기 건립계획을 가결했다. 충남에는 국내 화력발전소 59기의 절반이 넘는 29기가 몰려 있다.

초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알리는 그린피스 회원들의 퍼포먼스 모습. / 강윤중 기자

국경 넘는 대기오염, 해결까지는 먼 길

지난해 정부는 미세먼지를 잡겠다며 노후한 석탄화력발전소 10기를 폐쇄하겠다고 밝혔지만, 동시에 더 많은 석탄발전소 신설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지난해 노후 발전소 폐쇄 발표 이후에도 6기가 추가 가동에 들어갔고, 올해 중에도 5기가 신규 가동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해 7월 2029년까지 18조원을 투입해 석탄화력발전소 20기를 신설하겠다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지역별 석탄화력발전의 미세먼지 유발물질 배출량을 보면, 충남지역 미세먼지 배출량의 34%, 경남지역의 39%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시 분석 결과를 봐도 미세먼지 배출원별 조사에서 난방·발전 비중이 39%로 5년 전(27%)보다 크게 늘었다.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 책임론이 강해질수록 정부 책임론은 가려진다. 정부가 중국발 미세먼지의 공습을 강조하고 ‘어차피 중국 때문’이라는 여론이 확산될수록 국내의 절감 노력은 등한시되는 역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 해법을 요구하는 것에도 당장 뾰족한 수가 없는 게 문제다. 사드 문제 등으로 중국과의 외교적 냉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연구와 협력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환경·국제법 전문가들도 국제재판을 위해서는 양국 간 합의 및 미세먼지 관련 인과관계 규명이 필요한데 이는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소병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열린 한국환경법학회 학술대회에서 “한국이 중재재판 또는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기 위해서는 한·중 간 초미세먼지에 관한 국제재판에 합의가 전제돼야 하며 중국발 초미세먼지로 인한 구체적 피해사실이 입증돼야 한다”면서 “중국 측의 비협조로 인해 국제법리적으로 손해배상 청구가 어렵고 사실관계 입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소 교수는 “현실적으로 미세먼지 피해에 대한 법적 대응이 어려운 만큼 미세먼지 피해 저감을 위한 외교적 협력 및 추동력 확보를 위한 현실적인 외교 카드가 필요하다”면서 양국 정부의 기초자료 공동연구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미세먼지 배출량 자료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월경 오염물질에 대한 상대국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정확한 자료 확보가 쉽지 않고, 이런 이유 때문에 환경부 역시 ‘국외 요인’이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을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국립환경과학원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해 진행한 대기질 공동조사(KORUS-AQ) 결과가 오는 6월쯤 발표될 예정이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인정할지도 불투명하다.

중국 탓만 할 게 아니라 국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미세먼지의 국외 요인이 30~50% 수준이라는 환경부의 주장을 바꿔 말하면 50~70%는 국내 요인이라는 것”이라며 “평상시에 배출 요인을 관리해 전반적으로 미세먼지를 낮추는 게 선행돼야 하는데, 정부가 신규로 짓겠다는 화력발전소의 설비용량이 폐기하기로 한 노후발전소 용량보다 5배나 많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화력발전소와 산업시설이 밀집한 곳은 지방인데 수도권에만 미세먼지 대책이 편중돼 있는 것 역시 문제”라면서 “수도권만 특별대책을 내는 식이 아니라 대기환경보전법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