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AI 살처분은 과연 실효성 있나

10여년째 반복되는 논란… ‘공장식 밀집사육’ 환경 개선해야

‘닭의 해’인 2017년 정유년은 역대 최악의 ‘닭 수난의 해’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1월 17일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4일 기준 3054만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이 가운데 계란을 낳는 산란계닭은 2255만마리로, 국가 전체 산란계의 32.3%에 달한다. 살처분 여파로 계란 소비자가는 3배가량 올랐고, 대형마트에서는 30알짜리 ‘판란’을 찾아보기조차 어렵게 됐다. 설을 앞두고는 공급 부족을 메우기 위해 한 알당 생산단가가 몇십 원에 불과한 계란을 미국에서 비행기로 실어와야 할 처지가 됐다.

AI는 2003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2~3년 주기로 발생하다가 2014년 이후부터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AI의 유입 경로를 철새로 규정하고, 매년 예방을 위해 철새 유입 경로 감시 및 경보발령 등을 시행 중이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초만 해도 “내년 5월까지를 AI 특별방역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예방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대규모 AI가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29일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전남 나주시의 한 농장에서 살처분된 오리를 굴착기로 땅에 묻고 있다. / 연합뉴스

300만마리 이상 살처분…최악

AI 발생 후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취한 가장 강력한 대책은 살처분이다. AI가 발생한 농가를 중심으로 반경 500m에서 3㎞까지 지역을 위험지역으로 규정하고 해당지역 내 가금류를 모조리 몰살해 땅에 파묻는 방식이다. 정부는 “AI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보이지만, AI가 거듭될수록 살처분 대상 동물 수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살처분이 과연 실효성 있는 대책인지를 놓고 10여년째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2006년의 경우 11월에 발생한 AI가 이듬해 3월까지 104일간 계속되는 동안 280만마리가 살처분됐지만 2016년 발생한 AI는 이의 10배가 넘는 3000만마리가 살처분되기까지 50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불교계와 동물·환경보호단체 등으로 구성된 조류독감 살처분 공동대책위원회는 AI 근본 예방대책으로 ‘공장식 밀집사육’ 환경의 개선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 일반 양계농가의 닭 한 마리당 사육면적은 A4용지 면적(0.06㎡)보다 작은 0.04~0.05㎡에 불과하다.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팀 오일 간사는 “세균과 바이러스로 오염되고 유전적 다양성도 부족한 현재의 공장식 밀집 사육방식이 닭과 오리의 건강과 면역체계를 악화시켜 고병원성 AI가 쉽게 발생하도록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대위는 예방적 살처분 범위도 현재보다 축소해 최소화하고, 살처분 시 생매장 등의 비인도적 방법이나 동물에게 고통이 큰 이산화탄소(CO10)를 사용한 안락사 등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김용상 방역관리과장은 “미국도 2014~2015년 약 6개월 동안 15개주에서 226건의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5000만마리가량의 가금류를 살처분했다”며 “살처분 최소화를 위해 소독, 이동통제 등 사후 방역에도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