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열·서송희 부부의 심리학 콘서트 ‘중년, 나도 아프다’](23) 중년의 아름다운 성생활을 위하여

중년의 부부가 서로 손을 맞잡고 눈을 맞추며 여유있게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따뜻한 포옹이나 입맞춤, 그리고 다정한 대화가 곁들여진다면 이는 훌륭한 성생활이 될 수 있다.

최근 청와대에서 일반적으로 발기부전 치료제로 많이 알려진 악품들을 다량 구입했다는 것이 밝혀지자 세간의 관심이 높아졌다. 독신의 여성 대통령이 거처하는 곳에서 왜 중년 이후의 남성들이 주로 사용한다고 알려진 약들이 필요할까? 하는 세간의 호기심을 부추기기에 충분한 소재를 제공하고 있다.

잘 알려진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우리 삶을 움직이는 제일 핵심적인 본능은 성욕이라는 이론을 발표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그가 주장한 ‘유아성욕설’은 세간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에 의하면 성욕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가하는 것처럼 사춘기 이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갓난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한평생 지속되는 욕구이다. 도대체 갓난 어린이가 무슨 성욕이 있을까? 때문에 그는 그 이론을 발표할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변태성욕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의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성욕이 줄어들고 성적 능력이 감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젊었을 때와 비교하여 성욕이 줄었다거나 성관계의 빈도가 줄었다고 낙담할 필요가 없다. 성적 만족은 성관계 이외의 다양한 방법으로 만족될 수 있다. 다정한 중년 남녀 모습. / www.flickr.com

하지만 이런 비난은 프로이트가 생각하는 성과 일반인이 생각하는 성의 개념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생긴 오해에서 비롯된다. 그로서는 ‘신체를 통한 모든 즐거움’이 다 성이다. 갓난 어린이가 배가 부르면서도 어머니의 가슴을 만지는 것은 그 촉감을 즐기기 위한 것이다. 즉 그것도 성욕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성을 넓게 이해하면 성욕을 만족시키는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성(sex)을 ‘성인 남녀의 육체적 관계’라고 좁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성욕은 성인 남녀의 육체적 관계만을 통해 만족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남녀가 성기(性器)를 결합하여 육체적 관계를 맺는’ 성행위만이 성욕을 해소하는 제일 중요한 활동이라고 여겨진다.

물론 성행위가 인간의 가장 신성한 생산활동이자, 인류문명의 동력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현대의학에 의하면 성은 건강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입증되고 있다. 영국의 한 대학교 연구팀의 보고에 의하면 활발하게 성생활을 즐기는 중년 남성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결과가 나왔다. 45세에서 59세 사이의 남성 918명의 성생활과 사망률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가장 활발하게 성생활을 하는 그룹의 사망률은 가장 소극적인 그룹의 절반에 불과했다.

한국인 89% ‘성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

한 글로벌 제약사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89%(남성 96%, 여성 82%)가 ‘성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세계 평균인 73%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이며, 일본인의 53%에 비하면 곱절에 해당했다. 이는 성행위가 단지 성적 본능을 만족시키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자식을 많이 낳는 것’을 최선의 가치이자 의무로 인식했던 유교적 가치를 내재화한 이유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런 문화 속에서 한국 남성들은 자신의 성적 능력을 ‘남성다움’의 척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부인이 성적으로 만족하기만 하면 다른 부족한 점은 다 용서해줄 것이라는 착각도 한다. 발기부전이나 성기능장애로 성생활을 하지 못하거나 파트너를 만족시켜주지 못할 경우 68.2%가 ‘자존심이 심하게 상처받는다’고 응답했다. 또한 의욕이 떨어져 ‘일에 지장이 있다’는 고백도 41.9%에 달했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중년기를 거치면서 서서히 자신의 신체적 능력이 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소위 “예전 같지 않다”는 탄식이 나오기 시작한다. 젊었을 때는 하루 이틀 밤을 새워가며 작업을 해도 하루 푹 자고 나면 개운하게 피곤이 풀리곤 했다. 하지만 중년이 되면 조금만 과로를 해도 피로가 며칠씩이나 지속되곤 한다. 전반적으로 체력이 약해지는 것과 더불어 정력도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옛날처럼 자주 성욕이 일어나는 것도 아닐 뿐더러 비록 성욕이 일어났다고 해도 성관계 자체를 예전처럼 활기 있게 즐기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성욕은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호르몬이 뇌를 자극해 생기는데, 보통 남성의 성욕이 여성보다 훨씬 충동적이고 강력하다. 남성이 여성보다 10~20배 많은 테스토스테론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40대(남 21%, 여 24%), 50대(남 31%, 여 22%), 60대(남 24%, 여 15%)의 분포로 성욕감퇴를 호소하고 있는데, 갱년기 남성들이 스트레스와 성인병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중년의 남성들이 당혹감을 느끼는 발기부전은 성생활에서 충분한 발기가 되지 않거나 유지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된 경우 발기부전으로 정의한다. 발기부전의 원인은 흡연, 음주, 당뇨, 고혈압, 뇌혈관질환, 약물부작용 등으로 다양하다. 또한 과도한 스트레스나 우울증 등 심리적 요인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성욕이 줄었다고 낙담할 필요 없어

성욕감퇴나 발기부전 등의 변화를 겪는 중년의 남성들은 부인의 성적 욕구를 만족시켜주지 못한다는 자괴감을 심하게 느낀다. 이는 성욕을 만족한다는 것은 단순히 신체적인 즐거움만이 아니라 관계의 속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즐거움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혹시 부인으로부터 ‘늙었다고 구박받지나 않을까?’ 또는 ‘더 이상 남성으로서의 매력을 못 느끼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함께 온다.

나이가 들면서 성욕이 줄어들고 성적 능력이 감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 삶을 크게 나누어보면, 전(前)생식기, 생식기(生殖期), 후(後)생식기로 나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자식을 낳을 수 없는 전생식기를 거쳐 자식을 낳고 키우는 생식기, 그리고 더 이상 자식을 낳고 키우는 활동을 안 하는 후생식기로 나눌 수 있다. 그렇다면 젊었을 때는 성욕이 왕성하고 성적 능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것이 당연하다. 성적 활동이 활발할수록 임신할 확률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야 자손을 번식시키고, 동시에 사회가 유지될 수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주어진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간다. 생식과 양육이 중요할 시기에는 당연히 많은 에너지가 이와 관련된 활동에 투입된다. 당연히 성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고 욕구가 높아지며 활동을 활발하게 하게 된다. 하지만 더 이상 생식을 할 필요가 없어지는 시기에 아직도 이런 활동에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은 더 이상 효율적이 아니다. 이제는 후생식기에 필요한 다른 활동에 관심과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한다.

청년기는 우리 삶에서 제일 좋은 시기가 아니다. 이 시기는 비록 신체적인 면에서는 절정에 있지만 그렇다고 제일 행복한 시기도 아니다. 젊은 시절에는 그 나름대로의 과제와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은연 중에 젊었을 때가 우리 인생의 절정이라고 세뇌되어 있다. 그리고 가능하면 그 시기에 오래 머무르려고 온갖 부질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시간과 싸워 이길 장사는 없다.

젊었을 때와 비교하여 성욕이 줄었다거나 성관계의 빈도가 줄었다고 낙담할 필요가 없다. 프로이트의 이론을 빌리지 않더라도 성적 만족은 성관계 이외의 다양한 방법으로 만족될 수 있다. 중년의 부부가 서로 손을 맞잡고 눈을 맞추며 여유있게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따뜻한 포옹이나 입맞춤, 그리고 다정한 대화가 곁들여진다면 이는 훌륭한 성생활이 될 수 있다.

한성열·서송희 부부의 심리학 콘서트 ‘중년, 나도 아프다’

성욕감퇴와 성적 능력의 저하로 남모르게 고민하는 중년들이여! 성관계의 빈도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자. 중년 이후의 삶에서는 한 달에 몇 번 성관계를 맺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성적 만족의 질이 중요하다. 비록 성관계를 맺는 횟수는 적어졌지만 더 큰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성행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syhan@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