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의 숨겨진 비밀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핵발전소의 추진에 편중된 전기요금제도의 문제점으로서 ▲불공평한 발전비용의 비교방식 ▲사업보수의 특례 ▲영업비용의 방만한 계산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값싸고 안전하다는 핵발전소 신화(神話)는 상업화가 시작된 때부터 날조된 것이나, 1960~70년대의 빈발한 사고·고장 및 안전대책비의 급증으로 완전히 붕괴되었다. 이 때문에 시장의 자유경쟁에서 쇠퇴될 운명이었던 핵발전소는 핵마피아가 만든 각종 공적제도의 지원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가운데, 공평성을 상실한 전기요금제도의 역할이 특히 두드러진다.

1990년대부터 공익산업의 규제완화로 요금인하에 성공한 해외사례를 본받아, 국내에서도 2001년의 구조개편으로 한전의 발전부문이 6개의 화력발전회사와 자회사인 한수원으로 나누어졌다. 하지만 경쟁 촉진을 통한 전기요금의 인하효과 즉 효율성의 대폭적인 개선이 있었다는 정보는 아직 없다. 더 정확히는 효율성의 개선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에 가깝다. 왜냐하면 일반 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의 향상을 위해 생산비용의 절감에 최대한 노력하는 것과는 달리, 전력산업은 전기공급에 필요한 모든 비용과 일정 수익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총괄원가방식의 전기요금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전기생산과 요금을 총괄하는 곳으로 공공기관 이전계획에 따라 올해 말 전남 나주시로 이전한다. |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전기생산과 요금을 총괄하는 곳으로 공공기관 이전계획에 따라 올해 말 전남 나주시로 이전한다. | 연합뉴스

즉 전기요금제도는 전력사업자에게 비용절감의 노력을 촉구하기는커녕 거액의 건설비가 필요한 대용량의 핵발전소 건설을 통해 수익을 늘리는 구조로 되어 있다. 실제로 2012년 국내 발전설비용량의 53%를 50만kW 이상의 대용량 발전소가 차지하고 있다. 현행 전기요금제도의 발전비용은 영업비용(연료비+운전유지비)과 사업보수(자본비)로 구성된다. 후자의 경우 전력산업이 공익산업으로서 안정적인 사업운영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업(고정)자산의 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기·타인자본의 이자와 배당금을 보장하는 것이다.

핵발전소 건설 통해 수익 늘리는 구조
사업보수는 설비산업의 유효한 사업자산의 가치에 일정한 보수(報酬)율을 곱한 금액이다. 따라서 전력산업은 불황이 닥쳐도 제도적으로 이자·배당 등이 100% 보장되므로, 공급 중심의 지속적인 확대성장을 거듭한다.

핵발전소의 추진에 편중된 전기요금제도의 문제점으로서 ▲불공평한 발전비용의 비교방식 ▲사업보수의 특례 ▲영업비용의 방만한 계산을 들지 않을 수 없다.첫째, 발전원별 발전비용을 비교할 때 각각 대표적인 발전소의 표준모델 방식에 근거한 추정치를 이용한다. 킬로와트(kW)당 발전비용은 총발전비용÷발전량으로 구하는데, 후자는 설비용량×365일×24시간×설비이용률×운전기간(햇수)으로 계산한다. 그런데 현행 전기요금제도는 핵발전소의 발전비용이 낮아지도록, 설비용량 및 이용률 등에서 다른 발전원보다 유리한 조건을 채택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핵발전소의 140만kW·90%·60년에 비해 화력의 100만kW·40~50%·30년과 같은 방식이다. 그러나 발전원별의 조건을 동일하게 비교하면, 핵발전소의 우월성(?)이 훨씬 낮아지며 후술하는 핵발전소의 감춰진 비용까지 포함하면 오히려 역전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 핵발전소의 근본적인 취약점, 즉 킬로와트당 높은 건설비를 낮추기 위한 필수적인 대형화, 그리고 수요 변화에 따른 출력 조정의 불가능성 때문에 100% 풀가동해야 하는 경제적·기술적 한계가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야간에 잉여전력의 소비가 없으면 긴급 정지해야 하는 핵발전소의 기술적 약점을 감추기 위해 비효율적인 양수발전소를 건설하지만, 그 관련비용은 핵발전소의 발전비용에 포함되지 않는다. 양수발전소의 발전효율은 겨우 70%이며 게다가 이용률조차도 매우 낮다.

둘째, 자기·타인자본에 대한 보수율이 정률(定率)이므로, 사업보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대용량 핵발전소처럼 건설비가 높은 발전원의 도입이 유리해진다. 게다가 다른 발전연료와는 달리 수년 후에 사용할 핵연료의 사전구입비도 100% 반영된다. 이와 같은 전기요금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을 이용하려는 핵마피아는 전력수급의 안전성을 내세워 설비예비율을 20%까지 높이자고 주장한다. 비슷한 전기요금제도를 가진 일본에서 설비예비율의 하한이 3%이며, 설비의 우발적인 고장 및 정기점검을 고려해서 적정수준을 8~10%로 하는 것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그리고 사업보수는 보수율을 자기자본에는 높게, 타인자본에는 낮게 적용하여 둘의 가중평균으로 구한다. 이 경우 가령 자기자본 비율 50%라는 전제에서 높은 보수율을 적용했는데, 실제의 비율이 낮다면 사업자가 부당이익을 취한 셈이 된다. 일본에서는 자기자본 비율을 30%로 간주하여 계산하는데, 실제의 비율은 10% 이하였다. 한수원의 정확한 자기자본 비율의 신속한 공개를 기대한다.

핵발전을 위한 광고선전비 과다 지출
셋째, 핵발전소의 영업비용은 연료비·운전유지비(인건비·수선유지비·경비·방사성폐기물 관리비용 등)로 구성되는데, 경비에 포함되는 광고선전비·지역협력사업비의 과다지출 및 보험료·방사성폐기물 관리비용의 축소 경향이 두드러진다. 한수원이 전기 사용에 대한 안전홍보가 아니라, 핵발전소의 신화를 보급하기 위해 광고선전비를 대량 사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매스컴의 포섭 또는 반대의견의 봉쇄를 노리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 2012년 말 방사성폐기물 관리비용으로서 폐로·사용후핵연료·중저준위폐기물의 처분비를 조금 올렸지만, 특히 기술의 불확실성이 높은 폐로·사용후폐기물의 처분비용은 대폭적인 증액이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전기요금제도에 포함되지 않은 핵발전소 관련 감춰진 비용이 존재한다. 일반회계 즉 국민 혈세를 이용한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통제기술원 등 관련기관의 출연금 및 입지지역의 보조금, 초기(90년 이전)의 연구개발비, 송전탑 및 핵발전소 입지지역의 갈등비용, 보험금(500억원)을 넘는 추가적인 사고피해액(예상) 등이다. 예를 들면 2014년 일반회계 내의 핵발전소 관련지출이 약 2200억원에 달한다.

전력산업의 자유화가 진행된 해외에서는 정부의 공적지원 없이는 이미 핵발전소의 신·증설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 전형적인 사례를 1990년에 전력산업의 규제완화를 추진한 영국에서 볼 수 있다. 2023년 가동목표로 건설 예정인 힝클리 포인트 C(Hinkley Point C) 핵발전소의 사업자인 프랑스 전력공사(EDF)에 대해 영국 정부는 융자보증과 함께 전력요금도 장기간 보장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즉, 폐로 후의 신설비용까지 고려한 기준요금(Strike Price)을 설정하여, 시장가격과의 차액이 발생했을 때 그 차액을 32년간에 걸쳐 보전해주는 실질적인 보조금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또 후쿠시마 사고 후의 일본도 노후 핵발전소의 폐로를 촉구하기 위해 2013년 7월에 회계규칙을 변경해 폐로작업 중에도 격납용기의 자산가치에 대한 감가상각비를 전기요금에 전가하도록 하였다. 게다가 2016년 전력산업의 완전자유화에 대비하여 회계규칙의 전면적인 변경으로 발전기·터빈에까지 감각상각 기간의 연장조치 및 영국 같은 기준요금·보조금제도의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

이처럼 전기요금제도의 지원이 없다면 핵발전소는 자유로운 시장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비효율적인 발전원이다. 핵발전소가 값싼 발전원이라는 흑색선전에 의해 자원배분이 왜곡될 뿐만 아니라, 최근 2~3년 동안 대용량 핵발전소의 사고·고장 등으로 오히려 전력수급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핵마피아의 이권 확대를 위한 전력공급 구조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기요금제도의 발본적인 개혁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

장정욱 교수의 ‘탈핵을 꿈꾸며’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