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용산참사 유가족들 ‘먹고 살 길 막막’

용산 유가족 정영신씨(41)는 용산참사 희생자 이상림씨의 며느리이자 구속자 이충연 용산4구역 철거대책위원장의 아내이기도 하다.

정씨의 남편인 이 위원장은 올해 1월 ‘설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정씨 부부는 한동안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수감자들을 도와준 여러 사회단체와 활동가들에게 감사 인사를 보내며 지낼 생각이다.

하지만 정씨 부부도 곧 생계수단을 찾아야 한다. 정씨는 “용산참사 유가족 대부분이 평생 동안 장사만 해오던 사람들이다. 특별한 기술이나 경력이 없기 때문에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영덕씨(57)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용산참사 유가족 중에서 가장 빨리 생계에 복귀한 경우다. 김씨의 남편인 고 양회성씨는 용산에서 복집을 운영했다. 김씨 부부와 두 아들은 용산에서 보상을 받으면 일식집을 낼 생각이었다. 두 아들도 일식 기술을 배웠다. 그것이 용산참사로 산산조각이 났다.

1월 31일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용산참사 이충연씨(가운데)가 서울 정동 대한문 앞에서 열린 환영문화제에 참석했다. 이씨의 왼쪽은 모친 전재숙씨, 오른쪽은 부인 정영신씨다. | 강윤중 기자

“정부 보상으로는 예전처럼 장사 못해”
용산참사 이후 김씨는 집에서 멍하니 있는 날이 잦아졌다. 보다 못한 두 아들이 김씨를 설득해 2011년 1월 숙명여대 인근 골목에 일본식 선술집을 냈다. 김씨는 “우두커니 집에만 있으면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고 아이들이 설득했다. 아이들이 직장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돈 들어올 일도 없어서 생계에 보탬이 될까 해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용산참사 부상자 김영근·지석준씨에 대해 “두 분 다 몸이 완치되지 않았다. 먹고 살겠다며 용산에 연대를 온 분들인데 18일 재판에서 무죄가 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영숙씨(53)의 남편은 지석준씨가 형님처럼 따르던 중구 순화동 철거대책위원장 고 윤용헌씨다. 윤씨는 용산참사 직전 유씨에게 “내가 없는 동안 순화동을 잘 지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부부 사이에는 대학생 아들 2명이 있다.

유씨는 “지난 4년간 모아둔 돈을 까먹고 사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자식들과 함께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거주하는 유씨는 수시로 순화동 재개발 지역을 찾는다. 순화동 재개발 지역은 2007년 철거가 마무리된 후 현재까지 공터로 남아 있다. 그는 “철거가 된 지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전혀 보상을 받지 못했다. 재개발 지역에 공사가 시작되면 천막이라도 칠 생각으로 들르고 있다”고 말했다. 유씨의 둘째아들은 용산참사의 충격으로 여러 차례 눈 수술을 했다.

유씨는 “지금도 지나가다 경찰을 만나면 마치 살인마로 보인다”며 “국가 폭력으로 희생된 부상자 두 명이 무죄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영신씨는 “다들 나이는 먹어가고 취직이 안 되니까 서로 답답해한다.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한 면이 있어 갑자기 폭발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보상을 했다고 하지만 용산 사람들이 예전처럼 장사를 할 수 있게 도와준 게 없다. 유가족들은 빈털터리 상태로 시간을 보내고 용산참사를 원망하며 지내고 있다”면서 용산참사 유가족들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