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거부감과 절박함의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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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 동성결혼

우선 필자는 동성애에 매우 비판적이다. ‘막연히’ 뭔가 자연스럽지 않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나중에 내 자식이 동성애적인 성향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한다. 비슷한 이유로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거나 재능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직 왼손잡이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우리 사회에서는 오른손잡이로 살아갔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필자가 하버드대학교에서 공부할 때, 매우 존경하던 역사학 교수님의 수업을 듣다가 당황한 적이 있었다. 교수님이 스스럼없이 “내가 남자친구와 여행을 갔다 왔는데…”라는 말을 수업에서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교실에서 당황한 다른 사람은 없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딱 3초 정도 걸렸다. 이렇듯 동성애가 특이한 것이 아니라 동성애를 특이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특이하게 여겨지는 세상도 있다는 것은 현실이다.

5월 15일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김조광수 감독(왼쪽)이 연인 김승환씨와의 결혼을 발표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5월 15일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김조광수 감독(왼쪽)이 연인 김승환씨와의 결혼을 발표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하버드대학교가 있는 매사추세츠 주는 2004년에 동성 결혼을 미국 최초로 합법화하기에 이르렀다. 청교도 사상에 의해 매우 보수적인 주 헌법을 가지고 있는 매사추세츠 주에서는 술병을 병째로 밖에서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규제를 받는다. 술은 항상 갈색 종이봉지에 담아서 들고 다녀야 한다. 그런 그들이 동성애에 대해서는 왜 가장 앞장서서 관대해진 것일까? 바로 동성애자가 결코 소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매사추세츠 주에서 연간 약 3만6000쌍이 결혼한다. 그 중에서 동성결혼 커플의 수는 1900쌍으로 추산된다. 동성결혼 커플의 수가 적어보일 수 있겠지만, 종교가 아닌 민주주의의 영역에서 5%라는 숫자는 전혀 무시할 수 없는 수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김조광수 감독이 19세 연하의 남자친구와 결혼한다는 소식이 퍼지자마자 다양한 반응이 흘러나왔다. 기독교적인 관점과 맞닿아 있는 “동성애는 죄악이다”라는 반응부터,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나는 이것을 보면서 우리가 종북논란이나 여러 이념갈등 속에서 잊고 있던 서구적인 사회진보 어젠다들이 발굴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 사회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동성애자의 수는 매우 적다. 하지만 이 수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 만큼 일정 기간이 지나면 매사추세츠처럼 동성애자의 수가 5% 정도로 수렴될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적어도 동성애라는 것이 창조질서를 무너뜨린다는 기독교 계열 보수주의자들의 주장보다는 조금 더 나를 납득시킬 만한 주장이 있었으면 좋겠다. 과거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이 노예해방이나, 여성 참정권, 흑백인종간 결혼 등을 막으려고 할 때 부르짖었던 가치가 창조질서라는 그 애매모호한 개념이었다.

[2030 vs 5060]막연한 거부감과 절박함의 대립

민주주의 하에서 충분한 다수의 행복 추구의 갈망을 막아내기에는 성서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창조질서라는 개념만으로는 부족했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만약 필자처럼 논리가 아닌 ‘막연함’에 근거해 있다면, 역사의 필연은 동성애에 대한 개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 하나만 지적하고 싶다. 김조광수 감독은 동성혼 허용이 저출산 기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을 “준비되면 입양을 고려하겠다”는 말로 너무 간단히 물리쳐버렸다.

이준석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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