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영유아 무상보육 ‘걸음마’ 못 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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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지자체 재원부족으로 위기… 총리실 나서 해법 고민

3월 1일부터 부모 소득에 관계없이 0~2세 영유아 무상보육 지원이 시작됐다. 하지만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보다 보육비용 지원을 우선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불거졌다. 3월 29일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영유아 무상보육을 전액 국비로 추진하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전남의 경우 6~7월에 영유아 무상보육 재원이 고갈되고, 서울도 8월 이후에는 재원 부족으로 무상보육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 나왔다. 16개 시·도지사가 정부를 향해 한 목소리를 낸 것은 그만큼 지자체의 재정으로 0~2세 영유아 무상보육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신체놀이에 참여한 모자가 그림 그리기를 하고 있다. | 경향신문



지난해 12월 31일 여야가 0~2세 보육료 지원 예산을 정부안보다 증액한 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국회는 당초 정부의 0~2세 보육료 지원 예산보다 3700억원을 증액했고, 0~2세 보육료 지원 예산은 총 1조8600억원이 됐다. 3700억원의 예산은 보육료를 지원받지 못했던 영유아 지원에 필요한 예산이었다. 그동안 0~2세 영유아 보육료 지원은 부모 소득이 하위 70% 계층만 받을 수 있었다. 복지사업은 매칭펀드 방식(국가와 지자체가 비용을 분담하는 것)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지자체도 3700억원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

지자체 부담 지원금 7000억원 넘어
하지만 0~2세 무상보육이 발표되면서 신규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자 재원 부담액도 따라서 늘어났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0~2세 무상보육 정책이 발표되면서 어린이집에 보내는 영유아가 기존 50%에서 70~80%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무상보육 지원금은 7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국회와 정부가 아무런 조율도 없이 확정한 무상보육사업 때문에 빚을 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이종범 사무총장은 “무상보육 지원금은 정부와 지자체가 매칭펀드로 마련한다. 지자체의 재정상황에 따라 비율은 다른데, 전체적으로 5대 5”라며 “국회가 기존에 지원을 받지 못했던 30% 계층만을 생각하고 3700억원을 증액했지만, 신규수요가 늘어나면서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예산이 7000억원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무상보육 지원 혜택이 부모가 아닌 민간보육시설에 돌아간다는 점이다. 0~2세 무상보육 정책이 발표된 후 보육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부모들이 보육시설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해도 경쟁률이 높아져 발을 동동 구르는 부모들이 생겨났고, 심지어 집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엄마가 있는 아이만 맡는 어린이집도 있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였다. 잠깐 동안만 아이를 맡아도 보육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편법 때문이다.

4월 5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이명박 정부의 보육정책 및 각 정당의 보육공약 진단 토론회’를 열고 재정지원에만 치우친 이명박 정부 보육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 참여연대 제공



4월 5일 참여연대 주최 토론회에서 김종해 가톨릭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과)는 “보육료 지원은 시설의 원아모집에 대한 경쟁을 과열시키고, 보육교사와 아동의 돌봄관계를 왜곡시켰다”면서 “민간보육시설의 영리화 경향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공립 시설을 대폭 확대하고, 보육서비스 이용 여부와 관계없이 보편적 아동수당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보건복지부는 0~2세 무상보육 실시 후 불거졌던 비판을 수용하고 내년부터 부모가 가정양육과 시설보육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가 책임지고 재원문제 해결”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3700억원의 예산을 통과시키면서 무상보육을 현실화시켰다는 평가가 높다. 이태수 꽃동네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는 “국회가 무상보육을 시행하는 획기적인 포인트를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정부가 재정부담 문제를 따졌어야 했는데, 지자체에 부담을 떠넘긴 것이 문제다. 여당과 정부가 세부전략을 잘 만들지 못한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 돈이 많이 든다고 해서 포퓰리즘이라고 말하는 것은 동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 허윤정 보건복지 수석위원도 “세부계획을 세우지 않은 상황에서 무상보육을 실행하면서 문제점이 생긴 것이다. 국회가 3000억원짜리 큰 사고를 쳤다고 볼 수 있지만, 무상보육에 대한 흐름을 만든 것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국회가 정부의 예산안만 따르게 되면 보편적 복지 정책은 영원히 할 수 없다. 국회가 보편적 복지의 물길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들은 “이 사업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행 3개월 만에 사업이 좌초되는 위기가 발생하자, 정부는 국무총리실에 ‘지방재정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해법 마련에 나섰다. 이 사안이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 여러 부처가 얽혀 있어 부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총리실이 나선 것이다. 3월 30일 첫 회의를 열었고, 각 지자체별 소요 예산과 재정 고갈 시점 등을 먼저 파악하기로 결정했다.

3월 28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어떤 형태로든 정부가 책임지고 재원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무총리실 사회통합실 저출산고령사회팀 류승목 팀장은 “정부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지자체와 사전에 협의가 안 된 것도 있으니까 논의를 할 것”이라며 “우선 실제 소요예산을 보고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유아 무상보육 재원 마련을 위해 몇 가지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지자체에서 지방채를 발행하면 이자와 원금을 정부가 해결해주는 방식이다. 지난해 정부가 부동산경기 부양을 위해 취득세 50% 감면정책을 발표하면서 부족해진 지자체 재원을 이런 방식으로 보전해줬다. 지난해 예산에서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을 지자체에 지방교부금으로 지원하는 방식도 검토되고 있다. 이태수 교수는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지원을 하는 ‘차등보육시스템’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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