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의 눈]문재인의 오류

문재인 변호사가 쓴 <운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신뢰’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보기드문 인물이 문재인이기에, <운명>이라는 책의 내용도 대체로 솔직담백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이 눈에 띈다. 가벼운 문제도 아니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중요한 문제에 관한 팩트가 틀렸다. 바로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하 방폐장) 부지 선정과 관련된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서 문재인 변호사는 여러 가지 착각을 하고 있다.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2003년 7월 14일 전라북도 부안군수는 부안 앞바다에 있는 위도에 방폐장을 유치하겠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한다. 그러자 지역주민들이 반대운동에 나섰고, 경찰이 무리하게 진압하면서 많은 부상자와 구속자들이 나왔다.

문재인 변호사는 <운명>에서, 당시 부안군에 설치하려던 방폐장이 원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사용한 작업복, 장갑 등의 중·저준위 폐기물을 처분하는 방폐장이었다고 쓰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오류다. 당시에 참여정부가 위도에 설치하려던 것은 중·저준위 방폐장뿐만 아니라 사용후 핵연료를 중간저장하는 시설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이것은 산업자원부 발표문에 나온 내용이다.

이번에 후쿠시마 원전에서도 문제가 되었듯이 높은 방사능과 열을 갖고 있는 고위험물질이 ‘사용후 핵연료’다. 방사능 때문에 수만년을 보관해야 한다는 물질이다. 그런데 이 위험물질을 바다를 건너 위도라는 섬으로 수송해서 저장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대목이다.

그런데 문재인 변호사는 부안주민들이 오해를 해서 단순한 중·저준위 방폐장을 반대한 것처럼 적고 있다. 문재인 변호사는 왜 이런 착각을 하고 있을까? 당시 참여정부의 핵심 멤버들이 그렇게 경솔하게 원자력 추진세력과 부안군수의 손을 들어준 것은 무지 때문이었나라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대목이다.

다른 대목도 이상했다. 문재인 변호사는 “어쩔 수 없이 시민단체들 중재를 받아들여 주민투표로 판가름하게 됐다”고 쓰고 있다. 마치 정부가 주민투표를 해서 부안 방폐장 문제를 종결지은 것처럼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 참여정부는 시민단체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끝내 주민투표를 거부했다. 참다못한 시민사회, 종교계, 학계 등이 모여 민간 차원에서 주민투표를 조직해서 투표를 해야 했다. 게다가 정부는 주민투표의 결과조차 인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해서 부안주민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문재인 변호사는 마치 정부가 주민투표를 추진해서 문제를 매듭지은 것처럼 서술하고 있다. 과거에 대한 기록을 이런 식으로 남긴다면 정말 곤란하다. 물론 문재인 변호사는 참여정부가 당시에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부안주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점에 대해 사과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런 사과 이전에 사실관계부터 바로잡을 일이다. 한 정권의 핵심에 있었던 사람이 쓴 회고록이라면 최소한 팩트는 정확해야 한다.

하승수의 눈

또한 경주 방폐장 문제에 대해서도 성찰이 필요하다. 부안에서 방폐장 추진이 좌절된 이후인 2004년 11월, 참여정부는 중·저준위 방폐장만 떼내어 부지 선정을 다시 했다. 그런데 각종 금권·관권이 동원된 주민투표가 이루어졌고, 결국 경주가 방폐장 부지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부실한 채 부지를 선정했기 때문에 경주 방폐장에 대해서는 지금도 안전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것 역시 참여정부가 짊어지고 가야 할 역사적 과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변호사·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