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가 만난 사람]“무상급식은 민주주의의 작은 성과”

친환경 무상급식 시행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내가 하는 일 정치화되는 것이 답답”

긴 시간을 기다렸다. 서울시교육청에는 긴장감이 감돌았고, 공보담당관실과 비서실 관계자는 안절부절못했다. “죄송합니다”와 “괜찮습니다”라는 말을 몇 번이나 주고받았는지 모른다.

2월 23일 오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을 만났다. 운이 나빴던 것일까.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인터뷰 약속 시간에 임박해서 중대한 일이 터졌다. 서울시교육청이 내부공모제를 통해 뽑은 이른바 ‘전교조 교장’ 후보자의 임용제청을 교육과학기술부가 거부한 것이다. 곽 교육감의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채근 속에서도 그의 집무실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즉답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죠.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하기로 했어요.”

한 시간쯤 지나서야 그가 모습을 나타냈다. 본의 아니게 오래 기다리게 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한 뒤 그 이유를 설명했다. 다시 생각하니 운이 좋은 것이다. 뉴스가 있는 곳이 바로 기자가 있어야 할 데가 아닌가. 서울교육청은 그 말 많던 ‘전면 무상급식’을 3월 새 학기부터 결행한다. 거기다 ‘전교조 교장 임용제청 거부사태’라는 새로운 중대 사안이 추가로 발생했다. 자연인으로서는 한 시간 손해지만 기자로서는 그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이득이 생긴 셈이다.

기관차처럼 달려온 8개월
교과부는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임용제청을 거부했지만 내용적으로는 전교조 경력을 문제 삼은 게 아니겠습니까. 회의에서 어떤 논의를 했습니까.
“우선 학생의 이익을 중심에 놓고 학교 혁신과 혁신교육을 열망하는 학부모의 바람도 고려해야 하겠지요. 전교조 교장의 출현이라면서 반대하는 학부모의 존재도 생각을 해야 되고요. 사실 내부공모제를 통해서 학교 혁신을 이룰 새로운 교장을 모시는 것이 축제의 장이 돼야 하는데, 학부모 간에 (의견이) 좀 갈려 있는 것 같아요. 화합의 장으로 만들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있는지 점검해 봐야죠.”

취임한 지 8개월 남짓밖에 안 됐는데 느낌으로는 몇 년 재임한 것 같습니다. ‘진보 교육감’으로서 그만큼 풍파가 많았습니다.
“그동안 후회 없이 열심히 일했어요. 기관차처럼 달려왔다고 늘 얘기해요. 이제는 한 호흡 늦춰서 좀 더 성찰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월 1일자로 일반직 인사가 있었고, 2월 1일 조직개편을 했어요. 3월 1일에는 전문직 인사를 하거든요. 이제 어느 정도 진용을 갖추게 된 것이니까요.”

곽 교육감은 취임 후 무상급식, 체벌금지, 혁신학교 등으로 상징되는 ‘진보적 교육 개혁’에 매진해왔다. 정부·여당과 보수 교육계로부터 끊임없는 견제와 비판을 받으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뚝심을 보여주었다. 올해를 책임교육 원년, 혁신교육 원년, 교육격차 해소 원년으로 설정하고, 3월 새 학기부터 초등학교 1~4학년에게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등 그동안 추진해온 3대 역점 과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민주주의의 작은 성과라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고,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작은 축제라고 생각해요. 서울에서 4개 학년이지만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화를 통해서 교육과 복지에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한 것이죠. 친환경 쌀과 식자재 사용 비율을 높이고 저당·저염·저지방 건강식단을 좀 더 강화하자는 원칙을 정했으니까요. 나름대로 잘 될 겁니다.”

체벌금지와 관련해 지금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학생 인권 문제가 그런 논란을 감수할 정도로 시급한 문제라고 봅니까.
“학생 인권은… 쿨럭쿨럭.(기침) 단순히 인권 문제가 아니라 학교 문화를 바꾸는 문제예요. 생활지도의 혁신이자 학생자치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이해를 하는 거죠. 사실 학생 인권을 말하는 것 자체가 서글픈 거예요. 인권은 굉장히 비인간적일 때 얘기하는 것이거든요. 학생들이 처한 매우 비인간적인 현실, 즉 경쟁 일변도 교육, 문제 풀이식 교육, 입시 목적 교육, 장시간 과잉학습 체제 등을 지적하는 짧은 용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네요.”

“교과부 교사·학급 감축 정책 재고해야”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곽 교육감이 특별히 공 들여 추진하는 것이 바로 혁신학교다. 학년당 5학급, 학급당 25명 내외의 소규모 학교를 지향해서 학생 개인별로 맞춤식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게 기본 취지다. 물론 서울처럼 과밀학급의 대규모 학교에서 ‘작은 학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는 상대적으로 풍부한 지역사회의 교육자원과 역량을 학교교육에 연결시키는 ‘서울형 혁신학교’를 추구하고 있다.

“단 한 개의 교육정책을 선택해야 한다면 저는 급당 인원을 줄이는 게 최고라고 생각해요. 요즘 학생 수가 줄고 있어서 그냥 두면 2016년쯤이면 서울의 경우 중학교까지 급당 인원이 25명으로 내려가게 돼요. 그런데 지금 교과부가 교사 수와 학급 수를 줄여 급당 인원 감축을 인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거든요. 이는 바람직한 정책이 아니에요.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국민적인 공론화가 필요합니다. 저출산이 가장 심화되는 지금이야 말로 최소의 교육재정 투입으로 최대의 교육효과를 누릴 수 있는 최적의 시점입니다.”

무상급식, 체벌금지, 혁신학교 등 세 가지는 교육문제를 넘어서 정치·사회적 문제로 확대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 게 정파성을 띠면서 원래 생각하던 교육 목표를 구현하는 데 장애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제가 하는 일이 다양한데 그 두세 가지가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고, 그것으로 평가받는 측면이 강하죠. 교육의 본질과 동떨어지게 정치화되는 것이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보수 교육계와 소통이 부족한 것도 한 원인이 아닐까요.
“저는 진보 성향이든 보수 성향이든 별로 가리지 않고 서울 교육의 발전에 필요한 분이라면 만나서 얘기를 듣습니다. 경향성에 따라서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고 상호 보완하는 단계를 막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오해받는 부분이 많다고 봅니다.”

어떤 오해가 있습니까.
“보통 하는 말로 경직적인 사고, 이념적인 색깔, 투쟁적인 경향, 이런 사람으로 알려져 있나 봐요. 그런데 만나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많이들 얘기하죠.”
곽 교육감은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최근 교장·교감·장학관·장학사 등 전문직 482명의 인사를 한 데다 이날 인터뷰 직전까지 회의로 진을 빼는 바람에 컨디션이 최악이라고 했다. 목소리가 잠기고 기침을 자주 하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1년 넘게 성대결절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도 했다. 적어도 인터뷰하는 동안은 그의 말대로 경직적·이념적·투쟁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지난해에도 ‘파격 인사’로 화제가 됐는데, 이번 인사는 어떻게 했습니까.
“인사는 제일 중요하지만 제일 어렵기도 해요. 저는 특히 외부인 아닙니까. 이 안에 있는 누구도 모른단 말이에요. 저는 지연이나 학연 같은 데 영향을 받을 수 없고 학벌 같을 걸 따지는 스타일도 아니라서 시스템과 자료로 할 수밖에 없죠. 참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누가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장점도 있지만 거기서 오는 한계도 있겠죠.”

초·중·고교 중식지원 비율
인사 자료로 활용
그가 선호하는 인사 자료 가운데 하나가 이를 테면 초·중·고등학교 중식 지원 비율이다. 그 지역 학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 비율이 낮을수록 사회 통념으로 ‘물 좋은 학교’에 해당한다. 그는 실적 중심으로 인사를 하되 높은 평가를 받은 사람을 환경이 좋은 학교가 아니라 열악한 학교에 보내는 식의 인사를 했다고 한다. 환경이 열악한 학교일수록 유능한 교육자를 필요로 하고, 교육자에게는 큰 도전과 자극이 될 수 있는 곳이 그런 학교라는 것이다.

“인사라는 게 그것을 통해 조직 전체에 신호를 보내는 것이잖아요. 그 인사 원칙에 따라 사람들이 행동하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구조가 바뀌거든요. 사람은 나름대로 이기적 합리성을 갖고 있는데, 그게 공동선이라든가 공익, 조직 목표 등에 부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간다면 그건 시스템이 나쁜 경우예요. 그런 차원에서 인사를 통해 새 신호를 일관되게 보내면 서울교육청의 시스템이 바뀌고 사람들이 훨씬 바람직한 방향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봅니다. 좋은 인사가 좋은 시스템을 만들고, 좋은 시스템이 좋은 행정과 좋은 교사를 만든다는 거죠.”

시스템 문제와 관련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거버넌스 협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취지를 설명해 주십시오.
“연구자나 관심 있는 시민이 서울교육청 홈페이지에 들어와 정책자료 같은 걸 찾아보면 의외로 많지 않다고 느낄 겁니다. 그런데 저한테 올라오는 자료는 굉장히 많거든요. 유용한 자료 가운데 상당수가 공식 문서체계에 들어오지도 않는 거죠. 저는 공무원이 복무 시간에 작성한 모든 공적 성격의 자료와 문건은 원칙적으로 공개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시민과 전문가의 알 권리 차원뿐 아니라 집행부를 민주적으로 통제하고 견인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기 때문이죠.”

정보공개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가 무엇이죠.

“공적 기관으로서 공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또는 더 잘 수행할 방법이 없는 것인지를 시민이나 전문가가 찾아낼 것입니다. 정보자료에 대한 더 좋은 해석과 처방이 나올 수도 있고요. 반드시 내부 직원이 정보자료가 지시하는 바를 가장 잘 해석하거나 안다고 할 수는 없거든요. 특히 예산이 많이 투입되고 낭비와 비효율로 흐르기 쉬운 시설 부분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이 클 겁니다. 시설예산과 하도급 내역까지 공개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교육 본질에 대한 얘기로 돌아와서 교육 파행의 근본 원인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이끄는 현행 입시제도’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교과부의 수능 개편안에 문제 제기를 한 적도 있잖습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 교육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입니까.
“많지는 않습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중심이 돼서 적극적으로 입시제도와 관련한 토론을 하고 그 성과를 교과부와 대학교육협의회, 국민에게 내놔보자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잘 안 되고 있는 거죠. 앞으로 해야 되고, 하게 될 겁니다.”

더 근본적으로 들어가면 사회 구조적인 요인도 있지 않습니까. 외국어고, 과학고 출신이 곧 행정부 등의 국장급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합니다. 고교평준화가 사실상 무너졌을 뿐 아니라 새로운 학맥·파벌이 형성됐다고 보지 않습니까.
“몇 개의 입시 명문이 분명히 있죠. 이른바 엘리트 밀도가 높은 사회는 민주주의에서 벗어나기 쉬워서 제가 늘 경계하는 점입니다. 고교평준화가 실질적으로 무너진 건 맞지만 이전과 같은 경직된 고교평준화 체제로 돌아가는 것은 필요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봅니다. 또 고등학교 학맥·파벌이 아무리 대단하다 하더라도 대학 학벌에는 비할 바가 아니지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외국어고, 국제중, 자사고 등 특권교육을 바로 잡겠다”고 한 적 있지 않습니까. 교육청이 책임질 문제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잠시 생각한 뒤) 그건 참 어려운 문제죠, 허허허.(웃음) 아주 강렬한 의제화가 가능한 선거 국면에서 사회적인 집중 토론이 일어나고 국민적인 합의가 이뤄진다면 추진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렇게 끼리끼리 모아놓는 교육을 확대시킬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지금 있는 학교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겠죠.”

“지금 체제에서도 학교 혁신 가능”
사교육은 물론 공교육도 상위권 대학 진학생 중심으로 이뤄져 80~90%의 학생이 이른바 ‘루저’가 됩니다. 80~90%를 위한 공교육이 지금으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하잖아요. 누구든지 재주가 있거든요. 우리 학교가 과연 굼벵이의 구르는 재주를 알아주고 키워주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 다음은 인성입니다.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자신의 의무 이행을 엄격히 하는 인간성 말이에요. 그 기초로서 소통·공감하는 능력, 대화·토론하는 능력, 협상·조정하는 능력을 학교에서 길러줘야죠. 이것이 민주시민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 아니겠습니까.”

곽 교육감은 지금과 같은 지식기반사회, 평생학습사회에서 학교에서 반드시 길러줘야 할 것은 ‘배우는 즐거움’과 ‘배우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말하자면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다. 이를 학교생활에서 습득하지 못한 사람은 앞으로 100살까지 살게 될 긴 인생에서 ‘지식기반 평생학습사회의 시민권’을 상실하는 격이라는 주장이다. 정리하자면 문화예술교육, 창의교육, 민주시민교육을 중심으로 한 인성교육이 함께 가는 것이다. 이런 기준에 맞게 학교를 재편하는 것이 그가 말하는 교육혁신의 요체다.

지금의 체제나 제도 아래서 학교나 교육자가 그런 교육을 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심스러운데요.
“지금의 체제 아래서도 사람들이 눈만 제대로 뜨고 학교가 제 기능을 한다면 여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체제를 바꾸는 것과 별도로 지금의 체제 안에서라도 최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거죠. 반드시 대학입시체제를 바꿀 때만 악순환이 완화될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겁니다. 지금 여러 군데서 학교 혁신의 움직임이 진행 중입니다. 실험학교, 대안학교 등이 그렇잖아요. 그런 새로운 몸짓이 상당히 일반화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체제 안에서 최대한의 창의·인성·문화 교육이 진행될 때 그 체제도 변화할 수 있는 겁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언제나 체제 탓만 하고 있어야 되거든요.”

지금의 여건에서 어떤 학교, 어떤 교육을 꿈꿉니까.
“하나는 조금 국제화되는 학교예요. 서울에 있는 학교마다 최소한 3개 외국 학교와 실질적인 교류를 했으면 좋겠어요. 이웃 나라인 중국이나 일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개발도상국 등 3개 권역에서 각각 한 나라와 자매결연을 하는 겁니다. 서울에 있는 국제공동체, 다문화가정, 외국인 노동자 등을 최대한 활용해서 우리 안의 국제화도 하고요. 제가 이렇게 말해요. 우리 안에 ASEM을 만들고 APEC을 만들고 G20을 만들자. 우리 안에 다 와 있거든요.”

“학교는 교장선생님 하시기 나름”
곽 교육감이 꿈꾸는 또 하나의 학교는 ‘얼굴 있는 급식’을 기반으로 농촌과 교류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학생들이 급식 농가에 가서 농촌체험을 하고 급식 농가는 학교에다 텃밭을 가꿔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학교마다 농촌 기지가 생기는 것이다. 세 번째는 서울이라는 지역적 장점을 살린 ‘서울판 르네상스 프로젝트’다. 창의인성교육의 핵심인 ‘문예체(문학·예술·체육) 교육’을 위해 지역사회의 5관(박물관·도서관·미술관·공연관·체육관)과 전문가의 5실(연구실·실험실·상담실·교습실·작업실)을 학생들에게 개방하는 것을 말한다.
“학교 울타리 안에서 선생님만으로 교육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어요. 이미 우리 아이들은 인터넷으로 세계와 접속하고 소통합니다. 다만 인터넷 소통은 버추얼(virtual) 소통일 뿐이지 리얼(real) 소통이 아니잖아요. 리얼 소통은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것이니까 5관5실을 열게 하는 일종의 ‘교육기부’를 조직해내는 것이 중요한 거죠.”

일선 학교가 그런 방향으로 교육을 이끌도록 할 방법이 있습니까.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서울 학생의 52%가 체력 4~5등급의 약골이에요. 또 무려 16%가 정신건강 정밀진단을 받거든요. 만약 저의 성과 지표를 스스로 만든다면 이를 절반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반드시 포함될 겁니다. 그래서 제가 주력하는 게 교장 평가지표예요. 교육의 본질이 요구하는 활동은 대단히 다양합니다. 그게 드러날 수 있는 교장 평가지표를 만드는 거죠. 학교는 교장선생님 하시기 나름이고, 이런 게 학교를 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거라고 봐요.”

곽 교육감은 그러나 “그런 성과주의적 측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면적 동기부여”라며 “뜻 있는 선생님들, 깬 선생님들이 기존 질서와 체제 아래서 좌절하지 않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나쁜 체제와 나쁜 구조는 사람의 선함이 피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거든요. 그게 오히려 고통과 좌절을 갖다 주는 체제죠. 제가 할 일은 선한 선생님들, 진짜 좋은 선생님들의 입지가 넓어질 수 있도록 교육행정을 펼쳐나가는 것입니다. 저의 입지가 아니라 그분들의 입지를 넓히는 게 제 목표예요.”

<글·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