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 “배철수님은 작사·작곡해 봤습니까”

자신이 학부형이라고 주장하며 라디오 프로그램 <배철수의 음악캠프>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온 글.

“묻겠읍니다. 배철수님께서는 누군가를 지목하여 평론할 만큼의 음악가이십니까? 대학가요(제) 출신의 가수이며 지금은 그저 팝음악방송 DJ이시죠. 작사해 보셨읍니까? 작곡해 보셨읍니까?그것도 아님 하고 계신 팝음악 해석이나 되십니까?…(하략)”

한 음악방송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라디오 프로그램 <배철수의 음악캠프>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이 작성자는 “청소년과 초등학생을 둔 학부형”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누구의 팬이길 떠나서 라디오 방송을 퇴근길에 들었습니다. 어떠한 사심을 가지셨기에 그런 말씀을 함부로 하신 건지….” 누구의 팬이라는 걸 떠났다지만 글은 최근 표절시비에 휘말린 지드래곤의 노래 ‘하트 브레이커’를 옹호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라디오 프로그램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지드래곤 팬들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그 계기는 진행자 배철수씨가 음악평론가 김태훈씨와 ‘표절’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음악하는 사람에게는 자존심이 걸린 문제인 데도 우리는 지금 표절에 너무 무감각해지고 일상화됐다”고 비판한 것. 정확히 말해 배씨가 ‘지드래곤’을 지칭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나눈 직후 튼 미국 힙합가수 플로라이다의 ‘라이트 라운드’가 화근이었다. ‘하트 브레이커’가 표절했다고 주장된 바로 그 노래이기 때문이다. 지드래곤의 팬들은 <배철수의 음악캠프> 게시판에 항의 게시글을 남기는 한편 빅뱅(가수 지드래곤은 빅뱅의 멤버) 노래나 그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의 노래를 집단 신청하는 형태로 온라인 시위를 벌였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담당PD는 언론에 “배철수씨는 지드래곤을 지칭한 적도 없고, 심지어 그의 노래를 들어본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앞의 게시물이 화제를 모은 것은 정말 주장대로 “청소년과 초등학생을 둔 학부형”이 맞느냐는 것. 게시물을 본 누리꾼 일부는 “‘-습니다’가 표준어가 된 것이 1980년대 후반이므로 ‘-읍니다’라는 표현으로 보아 나이 든 사람이 맞을 것”이라며 “정말 그렇다면 대단한 열성”이라고 말했다. 아이들 가수의 주된 팬층이 10대와 20대인데 자녀를 대신해 글을 올렸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대다수 누리꾼은 “부모 주민등록번호로 접속한 어느 청소년의 글”이라는 해석으로 기울고 있다. 주장처럼 정말 10대 자녀를 둔 부모라면 배철수씨가 활동한 ‘송골매’를 모를 리 없다는 것. 한 누리꾼은 “(그 질문은) 안철수에게 백신 한 번 써봤느냐, 빌 게이츠에게 윈도우는 깔아봤느냐고 묻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아냥했다. 아무튼 표절 논란은 어떻게 됐을까. 저작권협회에 확인한 결과 해당 노래는 아직 등록이 유보된 상태다. 협회 관계자는 “등록신청서를 보면 외국작가와 공동제작한 걸로 되어 있는데 아직 지분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YG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하트 브레이커’에 새로 참여한 스웨덴 출신 프로듀서와의 관계 문제이지 일부에서 의혹에 제기된 ‘라잇 라운드’ 등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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