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뉴라이트 진영의 아고라 공략 거세다

인터넷 카페 ‘노노데모’ 악성댓글 누리꾼 60여명 고소

1월 7일 열렸던 뉴라이트전국연합, 바른사회를위한시민회의 등 보수진영 시민단체의 신년인사회. 뉴라이트전국연합은 3월 24일부터 ‘국민포털운동’을 전개하면서 사실상 아고라와 대결을 선언했다. <경향신문>

다음 아고라에 대한 보수 진영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아고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 누리꾼은 “네이버와 야후는 댓글 ‘알바’(여론을 조작하는 누리꾼을 칭하는 단어)가 접수한 것 같다”면서 “이제는 아고라까지 잡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설명할 정도다.

지난해 6월 네이버에 둥지를 튼 인터넷 카페 ‘노노데모(구국 과격불법촛불시위반대 시민연대)’는 3월 5일 악성댓글을 단 누리꾼 60여 명에 대해 모욕죄 및 명예훼손죄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노노데모는 공지사항을 통해 “다음 아고라의 일부 누리꾼과 안티노노데모 단체의 일부 회원이 포함되어 있다”며 “노노데모는 악성 누리꾼들의 모욕과 명예훼손에 대해서 계속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피고소인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 의사를 밝혔으며 합의나 타협은 절대로 없을 것임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3월 18일에는 조회수 조작과 관련한 제보를 받는 ‘온라인 여론 조작 신고게시판’을 개설했다.

‘온라인 여론 조작 신고게시판’ 개설
노노데모 운영진이었던 한 누리꾼은 “예전에는 아고라가 절대적으로 반정부 성향이 있었는데, 그것이 일반적인 여론을 반영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노노데모 활동을 했다”면서 “그마나 요즘 아고라에서 글이 많이 바뀐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노노데모 게시판에도 조회 수 조작법을 알려주는 게시물 캡처 화면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글을 보고 실제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1~2명이 그런 글을 올리는 것과 수천 명이 실제 조회 수를 조작하는 것은 큰 차이”라고 항변했다.

누리꾼 60여 명을 모욕죄 및 명예훼손죄로 고소한 ‘노노데모’(구국 과격불법촛불시위반대 시민연대)의 홈페이지 캡쳐 사진.

3월 16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아고라에 ‘반정부’ 성향의 글을 올린 아고리언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사건과 관련해 누리꾼 이계덕씨는 노노데모의 회원과 운영진을 조회 수 조작 방법과 불법 프로그램 사용법 조장 및 유포 등으로 수사를 요구하는 글을 3월 20일 국민신문고 사이버경찰청에 올렸다. 이씨는 “법이 형평성이 있어야 하는데, 같은 죄를 졌으면 함께 수사해야 한다”면서 “노노데모 게시판에 불법 조작 프로그램 사용법과 조작을 지시하는 글이 올라가 있으면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에 대한 캡쳐 화면이 여기저기 돌고 있기 때문에 증거도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단순히 인터넷 글의 조회 수를 늘린 것이 범죄가 되느냐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졌다. 특히 당사자인 다음의 고발도 없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됐다. 참여연대는 “이번 경찰의 수사 개시로 사이버모욕죄를 도구로 무분별한 압수·수색이 횡행하고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누리꾼들에 대한 처벌이 빈번할 것에 대한 예고편이다”라고 비판했다.

3월 24일에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이 공개적으로 아고라에 대해 인터넷상에서 전면전을 시작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국민포털운동’을 전개하겠다면서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오는 24일(3월 24일)부터 포털사이트인 다음 아고라에 참여하여 누리꾼과 적극 대화하고 아고라에 상식을 유통시키고자 합니다”라는 첫 글을 올렸다. 이 글은 하룻만에 6만여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고, 댓글이 6000여 개나 달리는 등 ‘히트’했지만, 실상 누리꾼의 반응은 비판 위주였다.

“지금 당신들이 갖게 된 발언권으로 마치 당신들의 주장이 세상의 진리인 양 설치고 다니지 마십시오.” “대화의 기본 예절은 상대방 이야기를 들으려는 건전한 자세에서 나올 수 있음을 아시기를 바랍니다.” 등 비판 글이 많이 올라왔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3월 25일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아고라 첫날, 우린 분명한 가능성을 보았다. 그리고 걱정한 만큼 그렇게 매너 없지도 무질서하지도 않았다”는 글을 올리고, ‘은행급여정상화’ ‘MBC, 민영화’에 대한 글을 올리겠다고 다시 한 번 글을 올렸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4월 초까지 10여 건의 글을 아고라에 올렸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국민포털운동’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전철환 대변인은 ‘국민포털운동’을 전개하려는 이유에 대해서 “안티성 글이나 욕설 같은 좋지 않은 인터넷 문화를 선순환시키자는 의도였다”라며 “기존 포털을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전 대변인은 또 “글을 올린 후 충분히 정화됐고, 의견의 비율 자체가 동등하게 간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글에 대한 댓글 반응과는 거리가 있는 설명이다.

사실 아고라에 대한 뉴라이트 진영의 야심찬 공세는 지금도 계속되지만 그 결과는 ‘별무효과’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전 대변인도 “아무래도 뉴라이트전국연합으로 글을 올리면 이념성에 문제가 있어서 적절한 대화가 어려운 것 같다”면서 “사단법인 민생경제정책연구소 이름으로 참여를 계획 중이다”고 밝혔다.

다음의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 다음 홍보실 관계자는 “아고라는 이슈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많이 달라진다”면서 “지난해 6월 촛불집회가 가장 왕성할 때 아고라 이용이 가장 많았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사용자 실태 조사 통계를 내고 있는 코리안클릭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아고라의 페이지뷰는 6억1405만4912건이었다. 그리고 1월에는 5억4419만 건, 2월에는 3억8993만 건을 기록했다.

이것은 뉴라이트 진영의 공세 때문이라기보다 촛불집회 같은 큰 이슈가 없고 아고라의 개편 등이 맞물려서 나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제3의 아고라 만들기’ 운동을 했던 누리꾼은 “노노데모나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공세 때문이라기보다 미네르바의 구속으로 인한 자기 검열과 공안정국 때문에 아고라가 하향화된 것 같다”면서 “아고라는 노노데모나 댓글 알바가 들어와도 자체적으로 정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