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언론소비자 캠페인은 ‘괘씸죄?’

‘조·중·동 광고기업 불매운동’ 구형량 지나치게 높아 당사자들 당혹

(사)민주언론시민연합은 제10회 ‘민주시민언론상’ 수상자로 ‘조중동 광고기업 불매운동’으로 기소된 네티즌 24인을 선정했다. <김정근 기자>

조·중·동 광고기업 불매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8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언론 시민단체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언소주) 회원 24명에 대해 검찰이 지난 1월 20일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형량을 구형했다. 구속 후 보석으로 풀려난 카페 개설자 이태봉씨와 홍보도우미 양재일씨는 3년을 구형받았다. 이외에 자영업자 이모씨, 학생 이모씨, 저술가 이모씨, 회사원 이모씨가 3년을 구형받았고, 법원공무원 김모씨 2년 6개월, 회사원과 학생 등이 2년과 1년 6개월을 구형받았다. 이외 송모씨, 강모씨 등이 300만~5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이들의 1심선고는 2월 19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311호에서 열릴 예정이다.

구형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이 “유·무죄를 떠나 초범에게 검찰이 형량을 지나치게 높게 잡은 것 같다”고 질타했다. 이날 구형 결과에 대해서 24명의 누리꾼 대부분은 어의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법원공무원 김모씨는 피고인들을 대표해 “대한민국 형법 50년 역사상 처음으로, 불매운동에 대한 업무방해를 적용하려는 검찰의 반인권적·반민주적 시도에 대하여 사법부의 자부심과 긍지를 살리는 판결을 온 국민과 함께 기원한다”는 최후 진술을 내기도 했다.

“기소 법정주의가 아닌 기소 모험주의”
이 소식이 전해진 후 전국의 법학자 73명과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의 국회의원이 탄원서를 제출했다. 법학자 73인은 “소비자들은 자신의 자유로운 판단으로 특정 업체의 제품이나 용역을 구매하거나 구매하지 않기로 결정하므로 소비자의 불매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이러한 불매운동을 권유, 호소, 설득하는 내용의 글을 출판, 게시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나라는 더더욱 없다”고 탄원했다. 관례대로라면 보통 검찰이 구형한 형량이 선고에서 반으로 줄어드는 것에 비춰보면 이번에 기소된 언소주 회원 중 16명이 실형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3년을 구형받은 김재열씨는 “법정에서 검찰이 구형하는 모습을 보고, 기소 법정주의가 아니라 기소 ‘모험주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검찰은 한 번 높게 해보고 안 되면 말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이 세게 할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결과였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2년 6개월을 받은 법원공무원 김모씨는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만일 집행유예 이상의 선고를 받으면 당연 파면된다”면서 “상식적으로 무죄지만, 정치적인 재판이기 때문에 이번 선고 결과에 대해서는 반반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촛불집회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소된 건수가 120여 건이다.

이중에서 무죄가 된 것은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뿐이고, 대다수 사건이 교통방해 등 유죄를 선고받았다. 김모씨는 “이런 사례를 살펴봐도 이번 사건은 재판부에 정치적인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검찰의 구형이 내려지기까지 24명의 언소주 회원은 긴 재판 과정 때문에 큰 불이익을 받았다. 재판부는 예외적으로 매주 심리를 했기 때문에 부산, 인천, 나주, 전주 등에 있는 회원들이 매주 한 번씩 서울에 올라와야 했다. 회사원들은 월차·반차 등의 휴가를 재판 과정에서 모두 써야 했다. 회사 눈치를 보느라 마음앓이도 많이 했다. 또 사업을 하는 이들은 재판 때문에 제대로 일을 못해 고객을 많이 잃어버려 물질적인 손해를 많이 보기도 했다.

‘방송장악·누리꾼 탄압저지 범국민행동’ 회원들이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조·중·동 광고기업 불매운동 범국민 선포식을 열었다. <경향신문>

“우리는 무죄가 아니면 무조건 항소”
이번에 2년형을 받은 대학생 최모씨는 “중간고사와 심리 날짜가 겹쳐서 시험을 못본 적도 있다”면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있는데, 이번 경험은 내 작업을 하는 데 절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영어전담 이모 교사는 이번 검찰의 구형 때문에 징계위가 열렸지만 선고 이후로 연기됐고 재판부가 벌금형 이상을 선고하면 해임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년형을 구형받은 정모씨의 경우에는 원래 계획했던 결혼까지 미뤄야 했다. 정모씨는 “심리가 평일에 하기 때문에 신혼여행을 못갈 것 같아서 미뤘다”면서 “이번 선고에서 마무리가 될 것 같아서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언소주 회원들은 1심선고를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1인시위를 벌이면서 이들을 응원하고 있다. 법원공무원 김모씨는 “이번 선고에서 형량이 낮아지거나 벌금형을 받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면서 “우리는 무죄가 아니면 무조건 항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소주의 김성균 대표도 이번 선고에 대해서 “상식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예측할 수는 없다”면서 “언소주는 우선 재판에 집중할 것이고, 재판이 끝나면 본연의 업무인 조·중·동 심판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원공무원 김모씨 역시 “우리나라의 역사에는 나라가 망할 것 같은 때가 여러 번 있지만, 민중은 모두 이겨냈다”면서 “배가 물의 방향을 바꾸지 못하고, 물이 배를 띄우는 것”이라며 무죄를 확신했다.

24명의 회원은 개인적으로 이겨내기 힘든 경험이지만, 언론 소비자운동을 그만둘 생각은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우리를 도와준 사람들을 봐서라도 이 운동을 그만두지 않겠다” “언소주 활동을 더 열심히 하겠다”면서 자신들의 선택과 행동을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양재일씨는 “언소주 활동으로 구치소에서 60일을 지냈고, 재판을 받아보는 쉽지 않은 경험을 했다”면서 “재판이 끝난 후에는 나를 도와준 사람들을 느끼면서 더욱 열심히 할 것이고, 재판 과정을 정리한 백서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지 몰랐지만, 이런 경험으로 소비자운동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덧붙였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