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네이버 ‘촛불시위 외면’ 오해(?) 풀기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메인 화면에 공지 글 띄워 적극 해명…“그래도 못 믿겠다” 네티즌 의견 많아

네이버가 마침내 움직였다. 그동안 네티즌 일각에서 ‘네이년’ ‘개이버’ 등의 비속어 별칭까지 얻으면서도 꿋꿋했던 네이버다. “메인 화면이나 뉴스 편집에서 다음 등 다른 검색 포털과 너무 차이가 난다”는 비판에 대해 그간 네이버 측은 철학 또는 정책 차이라고 반론해왔다. 스스로 언론으로 자리매김하려는 미디어 다음과 달리 네이버는 정보 유통자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뉴스메이커 767호, ‘2008년 포털전쟁 최후 승자 누구냐’ 기사 참조).

게시판 만들어 해명 답변 게재
그랬던 네이버다. 6월 12일 오후 4시. ‘최근의 오해에 대해 네이버가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해명글이 올랐다. A4 7장 분량의 장문이다. 네이버는 이 글에서 “최근 네이버에 대한 불확실한 오해가 확대 재생산되면서 우려를 표시하는 이용자가 늘고 있고, 네이버를 바라보는 시선도 따가운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특정 정치세력에 편향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많은 네티즌이 의혹을 제기하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 조작 역시 한 적 없고 ▲촛불문화제 때문에 특정 업체의 도메인을 금칙어로 하거나 불리한 게시물을 임의로 삭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특정 정치세력은 구체적으로 이명박 정부나 한나라당을 말한다. 말하자면 네이버가 ‘노골적으로’ 정부 여당 편을 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촛불 시위와 관련, 네이버의 메인 화면이나 뉴스 배치에서 관련 정보를 볼 수 없다는 비난 여론도 끊이지 않고 있다.

네이버의 이 공지 글은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높은 메인 화면 중앙에 배너 형태로 게재되었다. 하루가 지난 뒤 네이버는 공지 글의 위치를 하단으로 이동하는 대신, ‘의견 게시판’을 만들어 네티즌의 의견을 물었다. 이 게시판은 상당한 주목을 끌었다. 6월 19일 현재 이 게시판에 올라온 네티즌 의견은 1만2500여 건. 네이버 측은 게시판에 올라온 의견을 바탕으로 ‘궁금증에 대한 네이버의 설명’이라는 항목의 게시판을 만들어 구체적인 자료와 수치를 제시하며 ‘오해’에 대한 해명 답변을 올리고 있다.

네이버의 ‘조치’에 대한 반응은 극단적으로 나뉘고 있다. ‘역시 네이버’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네티즌이 있는가 하면, “그래도 여전히 못 믿겠다”는 의견 역시 팽팽하다. 전체적인 비중으론 비판적인 의견이 긍정적인 의견을 압도한다. ‘오해’라는 표현도 뒷말을 낳았다. 비판적인 네티즌은 ‘오해정부’라는 별칭을 낳을 정도로 ‘그건 오해다’를 남발한 MB정권을 떠올렸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네이버가 ‘정면 돌파’를 시도한 까닭은 무엇일까. 네이버 관계자는 “되도록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도록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네이버의 정책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네이버의 하루 이용자가 1500만 명인데, 네이버를 믿고 신뢰하는 ‘침묵하는 다수’를 위한 공지였다”고 말했다. 시일이 지나면 ‘오해’가 풀리고 네이버의 진정성이나 정보 공유의 중립성이라는 정책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 그의 기대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최근 상황이 다소 억울하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5일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 조작’이라는 꼭지명의 뉴스를 방영했다. 뉴스 내용은 “검색 순위를 조작하는 불법 프로그램을 판매한 일당을 검거했다”는 내용이지만 뽑힌 제목은 순위 조작의 주체가 특정 포털 사이트라는 오해를 사기 쉬운 표현이었다. 게다가 이 뉴스는 시종일관 네이버의 검색·메인 화면을 사용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1위 업체기 때문에 네이버가 자료 화면으로 사용되었다고 하지만 우리도 피해자인데 억울한 것은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촛불시위로 포털의 중요성 떠올라”
촛불집회 이후 포털 검색 점유율에 미묘한 변화가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 네이버는 “일부 언론이 통합 검색 점유율이라는 지표를 사용해 그렇게 주장했지만, 전체 검색 점유율을 보는 중요한 지표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실제 코리안클릭이나 랭키닷컴 등 웹 통계 전문업체의 자료를 종합하면 촛불집회 이후에도 네이버 검색 점유율은 76~77% 선에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의혹’은 남아 있다.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네이버는 평정됐다’고 발언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발언이 사실이라면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와 관련해 포털 쪽을 미리 단속했고, 네이버 쪽과는 상호 교감이 이뤄졌다는 말이 된다. 이 발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일까. 이준희 인터넷 기자협회장은 최근 진성호 의원의 발언과 관련한 녹취록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 대선 캠프 실무자들과 비공개 간담회 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다. 뉴스메이커와 통화에서 이 회장은 “그날 취재하러 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가 녹음하지는 않았지만, 수첩에 받아적었다. 진성호 의원이 그 말을 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논란과 관련해 네이버 측은 “진성호 의원 측에 책임 있는 답변을 요청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관련 보도를 한 언론사에 대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책임을 구하겠다는 것이 꼭 법적 대응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자기들이 곤란하니까 여당 국회의원인 진성호와 ‘맞짱뜨기’는 어렵고 언론사에 책임을 물려고 한다”면서 “네이버는 지금 쇼를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어차피 돈 내면 상단에 광고를 내주는데, 그런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인식이 팽배한 데는 네이버의 책임도 있다.” 심재후 이창업넷 대표이사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중소기업 인터넷 마케팅 교육사업을 하고 있다. 검색 결과에 ‘스폰서 링크’ ‘파워 링크’ ‘비즈 사이트’ 등의 이름으로 광고를 끼워넣는 현재의 네이버 광고 정책이 문제라는 주장이다. ‘도덕적 해이’는 네이버가 자초한 결과라는 것이다. 네이버 측은 “광고는 네이버의 수익모델이고, 네이버도 그것을 통해 이익을 얻지만 사용자도 그 덕분에 무료로 양질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노무현 정권 당시 네이버는 친노(親盧)라는 의혹에 시달렸다”면서 “정권 유착설에 시달리는 것은 1위 업체의 상징성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최진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겸임교수는 “적어도 촛불 집회 참여자의 시각에서 보면 네이버가 관련 여론을 외면한 것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라면서 “편향성은 정치색 문제가 아니라 인터넷 여론의 반향을 신속하게 수렴하지 못했고, 이것이 네이버 서비스의 구조적 한계일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네이버가 해명했지만, 그동안 강조한 인기 검색어나 뉴스 서비스의 중립성을 스스로 와해시킨 것은 아닌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번 촛불 시위에서 공론장 혹은 직접민주주의의 장으로 포털의 중요성이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다”면서 “당장 시장 서열에서 큰 변화는 없겠지만, 네이버가 기계적 중립성에 대한 집착으로 일관한다면 이 국면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