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는 일을 못한다.]“독특한 캐릭터라 유별난 취급받는다”

“일반적인 SNS에선 직장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동물보호단체에 대한 편견이 있어 자제하고 있다. 시민단체를 대한 진보, 좌파의 편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에 힘들어지곤 한다.”

나는 어릴 적 보라색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별종이란 소릴 듣곤 했다. 그런데 삶 자체가 보라색 같은 분을 ‘일못’에서 발견했다. 파란색과 빨간색의 성질을 동시에 가진 보라색 같은 강민영씨는 보라색만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다가 동물보호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강민영씨의 삶이 다채로워 보여 선뜻 인터뷰 제의를 했다. 보라색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이제 직업과 직업 사이를 휙휙 넘나드는 강민영씨에게 다직업 전환기를 들어보자.

자기소개를 해달라
“동물보호 NGO인 KARA에서 정책국 소속으로 정책 활동과 SNS 활동을 맡아 일하고 있다. 비정기적으로 인도영화와 태국영화 잡지에 기고도 하고 있다.”

왜 본인이 ‘일못’인가?(일못 유니언에 가입하게 된 계기)
“사실 나는 아무일도 안하고 싶은 사람이다. 요즘은 스펙 중심 사회인데 일못에 가입하다니, 스스로를 디스하는 것 같아 슬프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공동체라는 느낌에 위안을 받기도 한다.”

그동안 여러 분야에 걸쳐 활동했고, 앞으로도 흥미로운 직업을 가질 것 같다. 다양한 일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예중·예고를 다니던 학창시절 때부터 여러 예술 분야의 친구들과 부딪치며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즐겁다’라는 것을 알았다. 특히 대학 졸업 후 배낭여행을 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엮이면서 다양한 종류의 일을 하게 된 것 같다.”

그 과정에서 경험한 에피소드는?
“2006년 인도를 갔다가 너무 좋아서 그해 겨울에 인도 문화와 역사를 공부하러 다시 갔다. 마침 그때 인도문화원과 일하게 됐다. 더불어 태국이나 홍콩에 체류했을 때 현지에서 관련된 일을 하게 돼 더 머무른 경험이 있다. 더욱 행복한 것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국내에서 비슷한 일이 있어 또다시 관련된 일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취향이 분명해서 겪는 어려움은 없었나?
“독특한 캐릭터라고 듣곤 한다. 영화 일을 할 때도 일반 영화가 아닌 인도영화나 잔인하거나 평범하지 않은 영화를 좋아한다. 현재 일하는 곳이 여성 비율이 높은데, 해외축구나 건담 조립을 하고 있어서인지 유별난 취급을 받고는 한다.”

자신의 성취나 직업적 이야기들을 밖으로 내보이지 않는 듯하다. 이유라도?
“SNS에선 직장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동물보호단체에 대한 편견이 있어 자제하고 있다. 시민단체를 대한 진보, 좌파의 편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에 힘들어지곤 한다.”

본인의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고 있는가?
“현재 직장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담당하고 있는데, 페이스북 글에 대한 반응을 보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내가 올린 글 중 어떤 글이 반응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만약 다른 직업을 갖게 된다면 어떠한 직업을 원하나?
“기본적으로 미술을 전공해서 그런지 아시아 지역을 기반으로 미술이나 예술 분야 페스티벌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

시민단체에서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동물보호 시민단체이다 보니 동물에 관한 모든 민원을 해소하는 곳으로 생각한다. 키우던 강아지를 유학간다며 우리더러 데려가라고 말하는 분도 있었다.”

했던 일 중에 추천할 직업이 있다면?
“여행 전문가이다. 더 좋은 포지션이라면 현지 문화원에서 일하는 것을 추천한다. 워킹 홀리데이처럼 단기로 일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글을 쓰는 일도 추천하고 싶지만 일정한 수입이 없어 생각보다는 힘들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유명해지지 않는 이상은 생계 유지에 어려움이 있다.”

당신에게 직장이란?
“직장이 나에게 맞건 맞지 않건, 총체적으로 본인을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수단이다. 직장 내에서 부딪히는 문제 해결과정이 인생에 도움이 된다. 생계수단으로 작용하는 것 외에 삶의 처세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김종수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