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YTN·연합도 “공정보도” 한목소리

2008년 6월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특보 출신인 구본홍씨가 YTN 사장에 내정되면서 ‘YTN 사태’가 시작됐다. 이후 구 사장은 ‘낙하산 사장 출근저지 투쟁’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노종면 기자(현 <뉴스타파> 앵커)를 비롯한 6명을 해고했다.

22일 파업 찬반투표에 앞서 서울 중구 YTN 본사 9층에서 열린 YTN 조합원 총회에서 김종욱 노조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백철 기자

2월 22일,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위원장 김종욱) 조합원 70여명이 YTN 본사 9층 회의실에 모였다. 23일부터 시작되는 파업 찬반투표에 앞선 조합원 총회였다. 이 자리에서 김종욱 YTN 노조위원장은 “회사 내 중요한 현안에 대해 일방적으로 대화를 거부해온 배석규 사장의 연임 여부가 곧 결정된다. 아무런 견제장치 없이 연임이 결정될 경우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하나도 풀리지 못한 채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총회에 참석한 다른 조합원들도 해직자 복직, 사장 연임 저지를 위해 파업을 통한 단체행동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YTN 파업과 MBC, KBS의 파업은 따로 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정권에서 내려보낸 3사 사장이 동시에 불공정 보도를 했고, 그래서 우리도 비슷한 시기에 대응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듬해 3월 YTN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같은 해 8월 YTN 이사회는 서울시내의 한 호텔에서 열린 ‘밀실 이사회’에서 구 사장의 고교 후배인 배석규 현 사장을 자리에 앉혔다.

YTN 노조는 배 사장을 ‘구본홍의 낙하산’으로 보고 있다. 2008년 11월 구 사장은 임시이사회를 열어 전무이사 자리를 신설하고 배석규 당시 YTN미디어 상임고문을 이 자리에 앉힌 바 있다.

배석규 사장 연임저지 단체행동 시사
배 사장 취임 이후 노사간의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YTN 노조 관계자는 “2009년 4월 노사간에 해직자 문제는 법원의 결정에 따른다는 내용의 합의를 했다. 같은 해 1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전원 복직 판결을 받았지만 배 사장은 전임 사장의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즉각 항소했다”고 말했다.

항소심이 길어지면서 노사간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항소심 판결은 1심 판결이 나오고 2년 6개월이 지난 지난해 4월에야 나왔다. 1심과 달리 2심 재판부는 3명의 해고만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YTN 노조 측은 “두 번이나 선고 연기가 이뤄지는 등 판결이 지연돼 해고자들의 고통이 가중됐다. 사측은 변호사의 출산휴가 등을 핑계로 시간을 끌었다”고 전했다. 현재 소송은 대법원에서 계속되고 있다.

YTN 해고자인 정유신 기자(현 <뉴스타파> 취재기자)는 “해고자들은 3년 넘게 동료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준 ‘희망펀드’로 살아가고 있다. 적게는 1만원, 많게는 10만원에서 수십만원, 동료들의 피 같은 돈이 12억원이나 모였다”고 말했다.

15일부터 연합뉴스 조합원들이 공정보도 실현, 경영진 연임 저지를 요구하는 1인시위를 시작했다. | 연합뉴스 노동조합 제공

YTN 조합원들의 공정보도 요구도 끊이지 않는다. 2009년 8월 YTN의 촌철살인 콘텐츠인 <돌발영상> 제작 담당자가 대기발령을 받은 이후, YTN 노조는 지속적으로 보도의 공정성을 의문시했다.

김종욱 노조위원장은 “얼마 전 YTN 해직자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뉴스타파>에서 4대강 부실공사 특종을 했다. 최초에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보도하지 않다가 국토부의 해명이 나오자 그제서야 보도를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야인사이던 시절 보도제작국에서 제작까지 마친 인터뷰가 방송되지 않았다. 보수단체에서 고소를 한 인물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한 YTN 조합원은 “방송뉴스가 시청자의 신뢰를 받았다면 <뉴스타파>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정유신 기자는 “우리 6명의 해고자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방송을 하자는 것이다. 최근 YTN에서 내세울 만한 특종보도를 한 것이 있나”라고 말했다. 정 기자는 “회사 측은 YTN의 시청률,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자화자찬하지만, 이는 지상파 뉴스의 신뢰도 하락, MBN의 종편행에 따른 착시현상”이라고 말했다.

노사간에 ‘대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은 있을까. YTN 이사회는 22일 아침 서울 강남에 위치한 리츠칼튼호텔 식당에서 배 사장의 재신임건을 의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 사장의 연임은 3월 9일 열릴 YTN 주주총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YTN 조합원들은 22일 총회에서 “주주총회를 통한 연임 시도를 원천 저지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연합 조합원 71.7% 현 경영진 연임 반대
한편 연합뉴스에서도 보도의 불공정성에 대한 비판 여론이 터져나오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위원장 공병설)는 지난 15일부터 박정찬 사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의 연임에 반대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1인시위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연합뉴스 본사,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뉴스통신진흥회(연합뉴스 대주주)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 측은 박 사장 체제에서 수많은 불공정 보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노조는 선관위 디도스 공격 관련 내용에서 최구식 의원의 이름을 뺀 점,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논란에서 청와대 해명 위주로 보도한 점 등을 대표적으로 꼽았다.

공병설 연합뉴스 노조위원장은 “일방통행식으로 위에서 지시하면 그냥 해야 되고, 의견을 내도 묵살되는 일이 지난 3년간 계속됐다. 우리의 목표는 연합뉴스가 잃어버린 신뢰성을 되찾고, 연합뉴스를 바로세우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 3일 연합뉴스 노조는 조합원의 71.7%가 현 경영진의 연임에 반대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설문조사에서 연합뉴스 조합원의 82.8%가 박정찬 사장 이후 보도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답했다. 보도채널 뉴스Y 진출에 대해서도 조합원의 84.3%가 사원 의견이 충실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연합뉴스의 한 조합원은 “연합뉴스 보도의 공정성 논란은 오래 전부터 있었고, 내부의 문제제기도 지속적으로 있었다. 하지만 너무 막바지에 투쟁을 시작해 많이 알려지지 못한 점이 아쉽다”는 의견을 밝혔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