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능한 토큰’ NFT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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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인증서’로 불려… 최근 고가에 거래되며 주목

“판매 등록 완료.” NFT를 활용한 SNS인 ‘마이템즈’에서 나만의 NFT ‘글리터링 선셋’이 완성됐다. 독창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낼 정도의 ‘금손’은 아닌지라 해질녘 노을이 남해에 비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불러왔다. 직접 촬영한 사진이다. ‘블록체인’, ‘클레이튼 기반’ 같은 생소한 용어에 겁을 먹었으나 막상 실제로 만드는 과정은 5분 정도에 불과했다. 어느 플랫폼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사진을 업로드하고 블록체인 자산(코인)을 연동하는 점은 대동소이하다. 마이템즈의 경우엔 카카오톡 ‘클립’과 연동해 코인 ‘클레이’를 통용한다. 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트 몇개가 찍혔다. 12월 2일 최저가 1클레이로 판매를 시작했다.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작품 ‘첫 5000일’ / 크리스티 경매 제공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작품 ‘첫 5000일’ / 크리스티 경매 제공

NFT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NFT는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이란 뜻으로, 디지털 파일의 소유 기록과 거래 기록을 블록체인에 저장해 디지털 파일의 자산화를 지원하는 기술이다. 토큰마다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하기 때문에 상호교환이 불가능하다. 디지털 자산에 ‘원본’이 생기는 셈이어서, NFT는 통상 발행 수량(에디션)을 지정한다는 점에서 ‘디지털 한정판’으로, ‘디지털 인증서’나 ‘디지털 등기부등본’으로도 불린다. 기존 자산을 토큰화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수집, 예술, 메타버스, 게임과 같은 분야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NFT, 왜 만들고 왜 사나

NFT 자체는 올해 새롭게 등장한 것이 아니나, 최근 NFT 작품이 고가에 거래되며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3월 디지털 아티스트 마이크 윈켈만(활동명 ‘비플’)의 작품 ‘첫 5000일(The First 5000 Days)’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6900만달러(약 781억원)에 판매돼 화제를 낳았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아내 그라임스도 NFT 작품으로 60만달러를 벌었다. 최근 한국에서도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NFT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손에 닿는’ 실물 자산이 거래되는 것도 아닌 NFT가 제작자와 구매자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 ‘보이세이’는 NFT로 작품을 발행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보이세이는 ‘보이(소년)’과 오딧세이를 합친 것으로,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이라는 서사시를 소년 캐릭터에 이입해서 풀어내는 연작이다. 그가 NFT를 알게 된 건 올해 초쯤으로, 첫 NFT 도전 이후 한달 정도가 지났다. 그는 NFT 시장에 뛰어든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기존 미술시장은 개인전이나 단체전으로 데뷔하고 작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작가의 학력과 경력을 알려야 했고, 이러한 점이 시장에 진입하려는 입장에서는 굉장한 진입장벽이었다. 그런데 NFT는 작가의 신상보다는 작품 그 자체나 작가가 제시하는 비전을 훨씬 중요하게 봐주는 것 같다.” 그는 “(NFT로 인해) 배경 없이 자신의 작품만으로 승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일단 열렸다”고 말했다.

최대 NFT 마켓플레이스 ‘오픈씨’ 에서 인기리에 거래되고 있는 BAYC 시리즈 / 오픈씨 캡처

최대 NFT 마켓플레이스 ‘오픈씨’ 에서 인기리에 거래되고 있는 BAYC 시리즈 / 오픈씨 캡처

그가 작가로서 작품 못지않게 공을 들이는 것은 콜렉터(구매자)에게 신뢰와 가치를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작품활동뿐만 아니라 SNS로 소통과 홍보를 하고 있다. 그는 “기성 미술시장과 달리 NFT 시장은 작품의 자산적 가치가 직관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 작품을 구매한 사람들끼리의 연대감과 소속감도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 입장에서는 콜렉터에게 믿음을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대감과 소속감은 구매자들이 ‘우리는 이 작가의 작품을 산 사람’이란 유대감으로 뭉치고, 다른 이들에게도 작품을 소개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가 돌려주고자 하는 가치는 적극적 참여에 뒤따르는 고양감이다. 보이세이 작가는 “NFT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현실에 내놓을 때, 콜렉터는 자신들이 가진 NFT가 작품에 활용되는 것을 만나며 가치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NFT는 ‘커뮤니티’가 중요하다는 특성을 띤다. 커뮤니티는 특정 NFT 작품(프로젝트)을 구매한 이들의 집단이다. 대표적으로 NFT 원조 격인 크립토펑크와 BAYC 프로젝트가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비유하자면 일종의 팬덤으로, 잠재적 구매자층까지 포괄할 수 있다. 최근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줄줄이 NFT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한 이유가 바로 NFT의 커뮤니티적인 특징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실물도 아닌 디지털을 누가 사냐’고 했을 때, 예를 들면 게임 ‘리니지’의 NFT는 리니지 유저가, 방탄소년단의 NFT는 팬덤 ‘아미’가 사는 것이다. 반면 앞서 기자가 만든 ‘글리터링 선셋’은 팔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 가치도 없을 뿐더러 사줄 사람, 즉 팬덤(커뮤니티)이 없기 때문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NFT의 본질은 과거에 우리가 가치가 없었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 무형의 존재에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그 가치를 인정하는 집단(커뮤니티)이 희소성을 부여함으로써 가치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 교수는 “그 희소성에 기반한 새로운 시장이 생기고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잠복한 저작권 문제

온라인 밈으로 유명한 ‘개구리 페페’ / 맷 퓨리 작가

온라인 밈으로 유명한 ‘개구리 페페’ / 맷 퓨리 작가

올해 글로벌 NFT 거래액은 20조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NFT 제작과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저작권 침해 문제가 커질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앞서 ‘글리터링 선셋’을 NFT로 제작하고 판매등록했던 것처럼 저작물을 NFT로 만드는 것을 ‘민팅(minting)’이라고 한다. 그런데 현재로선 민팅 단계에서 NFT 제작자가 실제 저작권자인지를 확인하고 거르는 절차가 없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워너비인터내셔널이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의 그림의 실물을 스캔해 컴퓨터 파일로 만들고 NFT로 제작해 경매를 진행하려 했으나, 유족 등 실물 원본 저작권자의 반발로 중단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한 세계 최대 NFT 마켓플레이스 오픈씨는 지난 8월 유명 캐릭터 ‘개구리 페페’를 테마로 하는 ‘새드 프로그 디스트릭트(Sad Frog District)’ NFT 7000개를 삭제했다. ‘개구리 페페’의 제작자가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게시 중단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미 약 400만달러어치가 팔린 상태였다.

전재림 한국저작권위원회 선임연구원은 “저작권자 아닌 자가 타인의 저작물을 업로드할 경우 전송권 또는 복제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작가명을 저작자가 아닌 타인으로 기재해 판매하는 경우 저작인격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구리 페페’처럼 사후에 문제가 될 경우 ‘불법 복제물’로 취급돼 마켓플레이스에서 차단되는 등의 조치를 받을 순 있지만, 유명 작품이 아니라 일반 개인 간의 침해라면 일일이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전 연구원은 “모르고 산 사람들은 일종의 사기 피해를 입게 된다. 구매자 보호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서 저작물을 민팅해 판매할 때 저작권 등록 제도를 마련한다면 거래에 신뢰가 생기고 일반 구매자가 손해를 덜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적으론 저작권이 소멸한 저작물이라고 하더라도 원저작권자가 아닌 사람이 영리 목적으로 NFT를 만드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은가에 대한 의문 역시 유효하다. 작가 보이세이는 “저작권에 있어서는 무법지대라고 봐도 될 만큼 지금 NFT 시장의 신뢰도 자체가 낮다. 시장 전체적으로 성숙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작가 본인이 잠재적 구매층에게 계속 믿음을 심어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직접 만들어본 NFT

기자가 직접 만들어본 NFT

NFT 열풍 어디까지 갈까

투자에서도 경고등이 켜졌다. 최근 NFT 관련 뉴스는 하루만 지나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 열풍과 맞물려 ‘NFT’만 붙었다 하면 돈이 쏠렸다. 하지만 NFT의 세계에서도 가치와 의미가 있는 걸 만들어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단순히 회사를 설립했다고 해서 끝이 아닌 것처럼 NFT 프로젝트도 점점 키워나가면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시중에 자금이 워낙 많다 보니 NFT로도 가는 것인데, 앞으로 옥석이 가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정현 교수는 투자자들이 호도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NFT가 가치 있는 기술로서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은 있으나, 현재로선 NFT를 도입하겠다고 한 기업의 주가에 ‘거품’이 끼었다는 것이다. 위 교수는 “NFT를 준비한 기업과 준비하지 않는 기업, 즉 주가를 올리기 위해 장난하는 기업과 장난하지 않는 기업을 구분해야 한다. 특히 최근 기업들이 메타버스와 NFT를 엮는데, NFT가 없어도 메타버스는 존재할 수 있다. 최근 상황을 보면 과거 열풍이었던 가상현실(VR)과 메타버스란 단어를 바꿔치기한 경우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NFT 열풍은 어디까지 갈까. 거품은 언젠가 꺼진다는 점에서 기술 자체와 그 열풍이 낳은 ‘가격표’를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노경탁 연구원은 “단순히 숫자로서의 가격이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이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 NFT가 성장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격은 단지 시장에서 오가는 수치일 뿐이고 NFT라는 기술이 메타버스와 산업에 적용되는 것은 그대로 갈 것이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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