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으로 소중한 고민을 보내면 손편지로 답장이 오는 동화 같은 이야기.’ 비영리 사단법인 ‘온기’가 운영하는 ‘온기우편함’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마주하는 문구다. ‘소중한 고민편지 보내기’ 노란 버튼을 클릭하면, 안내문과 함께 종이에 쓴 편지를 사진으로 업로드할 수 있다.
우편함은 온라인 공간뿐만 아니라 현실에도 존재한다. 서울 삼청동 돌담길, 덕수궁 돌담길, 노량진 고시촌, 신림동 고시촌, 혜화동, 어린이대공원, 명동 우표박물관, 한국우편사업진흥원 콜센터에 설치돼 있다. 편지를 부치면 3~4주 후에 답장이 온다.
답장은 누가 보낼까. ‘온기우체부’로 불리는 자원봉사자들이 손편지를 쓴다. 20~60대의 봉사자 200여명이 매주 한 번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사무실에 들러 편지를 읽고 답장을 준비한다.
조현식 온기 대표(31)는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영감을 얻어 온기우편함을 만들었다고 한다. 2017년 온기를 설립한 이래 올해까지 1만여통의 고민편지가 들어왔다. 지금도 한 주에 100~120통의 편지가 온다고 한다. 지난 8월 동아일보 인터뷰를 보면, 편지 내용은 원래 취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제일 많았는데 코로나19 이후는 무기력과 우울감, 가족과 관련된 고민을 써보내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한 고3 학생은 “가끔 태어나지 않았다면 좋았을까를 생각하게 된다”고 썼다. 조 대표는 이에 “괜찮다”고, “저도 소심한 사람인데 조금 커보니 소심함이 세심함이 돼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되기도 한다”는 내용의 답장을 써보냈다고 한다.
우정사업본부(우본)는 온기와 협약을 맺고 기념우표 10종 총 1만4900장을 기증한다고 10월 21일 밝혔다. 이 우표는 앞으로 4~5년간 온기우체부들이 손편지 답장을 부치는 데 쓰일 예정이다. 기증되는 우표는 ‘우리 위성 천리안’, ‘궁궐의 신비로운 동물’, ‘선면화’ 등 올해 상반기에 발행한 것들이다. 우본 관계자는 “다채로운 기념우표를 붙이면 받는 사람들이 보다 따뜻한 위안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우표 기증 협약식은 11월 7일까지 열리는 ‘2021년 대한민국 온라인 우표전시회’에서 체결된다. 올해 우표전시회 슬로건은 ‘우표, 지속가능한 세상을 말하다’이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지난해와 같이 올해도 온라인으로 개최된다. 우본과 온기의 협업으로 진행되는 오디오 팟캐스트 ‘읽어주는 편지’ 콘텐츠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우표전시회는 우표작품전시관과 특별테마관의 2개 전시관으로 구성된다. 우표작품전시관에는 136점의 빼어난 우표작품이 전시되는데, 6·25전쟁 중이던 1951~1953년 발행된 우리나라 우표 22종을 소재로 한 ‘대한민국 2차 보통우표’ 작품도 나온다. 특별테마관에서는 ‘다시[re…]’라는 주제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우정문화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메타버스 속 숨은 우표 찾기, 우표 카드뉴스 만들기 등 이벤트와 체험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최미랑 뉴콘텐츠팀 기자 ra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