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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교육 핵심 ‘경제교육’에 켜진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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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2022 교육과정 개정안’을 두고 학계와 교육계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국가교육과정 개편안 권고문 가운데는 사회과의 일반선택 과목을 9개에서 4개로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국가교육과정 개정추진위원회의 이러한 권고안이 확정될 경우 앞으로 수험생들은 수능에서 사회탐구 과목을 선택할 때 선택지가 대폭 줄어들게 되고, 일반사회 교과에서 시민교육에 필수적인 ‘경제’를 비롯한 주요 과목이 수능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대학 입학시험이 우리나라 공교육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생각했을 때, 이번 결정으로 경제 과목이 수능시험에서 배제된다면 학교에서 양질의 경제교육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진다.

사진/김찰길 기자

사진/김찰길 기자

교육과정 개정추진위원회의 이번 권고안은 경제교육의 활성화와 시민교육을 강조해온 국회와 정부의 기조와 세계적인 추세에 전면적으로 배치된다. 이미 2009년에 제정된 경제교육지원법은 경제교육 활성화를 위해 국가적 지원과 국가적인 역량이 투입돼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해당 법은 국민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 국가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것을 입법 취지로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정부는 민주시민 교육을 강조함으로써 그 핵심이 되는 경제 과목의 교육적 비중을 높이고자 했으며, 미국, EU, 일본 등의 선진국과 OECD 등이 학교교육에서 경제교육의 실질적 비중을 낮추고자 한 사례는 결코 찾아볼 수 없다.

나아가 이번 권고안은 교육부가 제시한 교육과정 개정 비전과도 다소 거리가 있는 사항이라 더 납득하기 어렵다. 교육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하고 대응력을 갖춘 인재의 확보’를 이번 교과과정 개정의 목표로 발표했다. 그런데 첨단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학교교육에서 경제 과목이 소외되는 것은 교육부가 발표한 개정 목표와도 부합하지 않는 결정이다.

최근 들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함에 따라 ‘벼락거지’가 될 것을 염려하는 2030세대들이 대거 자산시장과 주식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미만의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입하는 데 지출한 투자금액은 전년 대비 165%가 증가해 전체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젊은 세대들이 경제와 금융시장에 참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실태와는 대조적으로 지난해 한국은행에서 실시한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18~29세)의 평균 점수는 64.7점으로 전체 평균치인 66.8점보다 낮았다. 이는 중장년층(30~59세)의 평균 점수 69.2점보다는 4.5점이나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사회 초년생들이 경제·금융과 관련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늘고 있음에도 공교육의 마지막 과정인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경제 과목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실로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다른 교과와의 균형 확보라는 형식적인 개정 기준을 넘어 미래세대에 필수적인 경제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가 학교교육에서 실질적으로 확대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경모 한국경제교육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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