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타트업이다](1)국내 첫 정치 플랫폼 지향 ‘옥소폴리틱스’

옥소폴리틱스는 다양한 단위에서의 의사결정을 돕는 서비스 플랫폼을 지향한다. 한국 정치말고도 미국 정치에서도 활용할 수 있고, 정치만이 아니라 학교나 기업, 팬클럽의 의사결정에도 활용할 수 있다.

유호현 옥소폴리틱스 대표가 1월 12일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부족 정치의 시대가 도래했다. 자기 부족(진영)의 말에 갇혀 상대 부족의 생각을 접하기 어려운 시대다. 포털에선 소수가 댓글 활동을 주도하고, 소셜미디어에선 내 생각과 다른 주장을 접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비슷한 성향의 사람하고만 소통한 결과 다른 사람의 정보와 견해는 불신하고, 같은 입장을 지닌 정보만 지속적으로 수용한다.

국내 첫 정치 스타트업 ‘옥소폴리틱스(OXOpolitics)’는 ‘에코 체임버’로 불리는 이런 현상에 주목했다. 옥소폴리틱스는 ‘모든 사람의 모든 생각’을 알 수 있는 정치 플랫폼을 지향한다. 이용자가 처음 가입하면 정치성향을 정하는 18가지의 질문을 받는다. 그 결과에 따라 호랑이(강경 진보), 하마(중도 진보), 코끼리(중도), 공룡(중도 보수), 사자(강경 보수)의 다섯개 동물 부족 중 하나에 속하게 된다. 이용자는 여러 현안에 대해 자기가 속한 부족만이 아니라 옆의 부족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다양한 민주주의 실험이 이뤄지는 공간

이용자는 자기가 속한 부족의 게시판에만 의견을 올릴 수 있다. 다른 부족의 게시판을 볼 수 있지만 글을 남길 순 없다. 말로 다른 부족을 설득하는 것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이해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2일 만난 유호현 옥소폴리틱스 대표(41)는 “메아리가 울리는 동굴처럼 계속 자기와 같은 생각의 말만 들으면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면서 “부족을 모아 그 에코 체임버를 투명하게 보여주면 나와 전혀 다른 의미로 세상을 해석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옥소폴리틱스는 2020년 11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금은 월간 방문자 3만명, 일간 참여자 1400명 정도의 규모로 성장했다. 하루에 한건씩 정치 이슈를 정리해주면서 찬반 의견을 묻는 질문이 올라오는데 수백명이 응답하고, 댓글도 수십개씩 달린다.

유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발자로 일했다. 트위터에서 한국어 자연어처리팀을 총괄하다 에어비앤비로 옮겼는데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에어비앤비가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퇴사했다. 유 대표는 이 일을 “오히려 가장 큰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위로금을 스타트업 창업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대라 투자 유치 과정도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옥소폴리틱스 직원들도 상견례를 위해 딱 한 번 모였을 뿐 각자의 공간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유 대표가 정치 스타트업을 창업한 것은 실리콘밸리 기업의 성공 비결인 다양성의 원칙이 정치가 성공하는 데도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각 개인의 자아실현이 중요해진 시대이고, 정치는 그 과정에서 생기는 개인의 이해충돌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자연히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좌우 양극단의 목소리만 과대대표되고 있다. 다양성의 정치가 필요하다는 내 생각을 코드로 보여주자는 생각에서 정치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었다.”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정치 현안에 대해 찬성(O)과 반대(X), 중립(△)으로 의견을 묻기로 했다. 옥소폴리틱스라는 사명은 여기서 나왔다. 유 대표는 “데이터를 얻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자 정보의 손실 없이 최소한의 입력으로 최대한의 정보를 보여줄 수 있다. 18개의 질문이 한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기에 적어보일 수 있지만 18개의 질문에 대해 O, X, △로 답하면 3의 18승이라는 어마어마한 경우의 수가 생긴다. 다양한 정치 스펙트럼을 얻는 데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옥소폴리틱스는 다양한 단위에서의 의사결정을 돕는 서비스를 지향하는 플랫폼이다. 한국 정치 말고도 미국 정치에서도 활용할 수 있고, 정치만이 아니라 학교나 기업, 팬클럽의 의사결정에도 활용할 수 있다. 모두 중앙의 통제를 벗어나 각자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분산화된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프로토콜 경제라고도 부르는 이런 탈중앙화된 의사결정은 추후 블록체인 기술과 접목해 실시간 대의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다. 개인의 참정권을 ‘코인’으로 지급하고 이를 자신이 원하는 정치인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많은 코인을 얻은 정치인일수록 대표성이 커진다. “참정권을 10개의 코인으로 쪼갠다면, 경제 전문가로 생각하는 사람에게 2표, 정치 전문가에게 4표 등 나의 참정권을 주고 그 사람이 나를 대신해 참정권을 행사하도록 한다. 만약 마음에 들지 않거나 비리를 저지르면 내 참정권을 회수하면 된다. 어떤 사람이 그런 식으로 100의 코인을 갖고 있다가 0이 되면 아무것도 못 하게 되고, 결국 순간순간 대의하는 사람이 바뀌게 된다.”

수익모델은 무궁무진

옥소폴리틱스는 실시간 대의민주주의를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유 대표는 “2022년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투자를 받아 전문가를 영입해 좀 더 빨리 현실화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실험 공간이 기업을 유지할 수 있는 수익모델을 갖출 수 있을까. 유 대표는 수익모델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매달 구독료를 받는 유료회원제 중 정치인과 예비 정치인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활동할 수 있는 실명회원제는 곧 도입할 예정이다. 나를 절대로 지지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는지, 지지자들이 가장 급하게 생각하는 의제는 무엇인지를 파악해 맞춤형 보고서를 만들어주는 데이터회원제도 생각하고 있다. 옥소폴리틱스에 들어온 질문에 의원을 대신해 답변을 정리해주는 컨설팅 서비스도 가능하다. 유 대표는 “정치를 시작하려면 일단 옥소폴리틱스에 유료회원부터 가입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인의 활동이 아카이브 형태로 모이게 되면 이용자들은 현재의 대세에 휘둘리지 않고 과거의 발언과 행적을 기준으로 투표할 수 있다.

우리는 스타트업이다

(2)이미징 레이더 기술 기업 ‘비트센싱’

다양한 사람의 생각을 보여준다는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개인 프로필에서 성별, 연령, 지역구 정보를 추가할 수 있지만 가입단계에선 받지 않는다. 모바일에 친화적인 20~30대가 많지만 여론조사 등을 이용한 보정작업을 거치면 O·X 조사만으로도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보수 커뮤니티에 소개되면서 사자의 비율이 높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한 부족의 의견이 플랫폼 전체를 지배하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 애초에 각 부족이 노출될 수 있는 지분이 5분의 1씩 똑같기 때문이다. 각 부족 내에서 지지를 받아야 베스트 댓글에 올라올 수 있기 때문에 상대 부족이 조작할 수도 없다. 유 대표는 “옥소폴리틱스는 싸워서 결론을 내기보다 각자 자기의 입장을 일목요연하게 이야기하도록 해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려 한다. 커뮤니티 내에 강한 트럼프 지지자도 있고, 광주 민주화 운동을 부정하는 분도 있지만 모든 유권자의 모든 소리가 나오는 건 괜찮다. 중요한 건 1%의 목소리가 10%만큼 반영되어선 안 되는 것이고, 그런 테두리를 쳐주는 게 부족 시스템의 존재 이유이다”라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