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스마트폰들이 몰려온다

하반기 치열해진 폼팩터 경쟁… 무겁고 비싼 가격이 걸림돌

올해 하반기 스마트폰 제조사들 사이에 새로운 폼팩터(제품 외형)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화면을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폰’ 신제품을, LG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는 디스플레이가 2개 달린 ‘듀얼스크린폰’을 각각 내놨다. 기존의 직사각형 바 형태의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업체마다 독특한 외형을 가진 스마트폰으로 신규 수요 창출에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2’와 ‘갤럭시Z플립 5G’ 이미지

그러나 기존 스마트폰과 비교했을 때 가격이 비싸고 덩치는 커지면서도 내구성은 약해 소비자들이 선택을 망설이고 있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애플이 폴더블폰 관련 특허를 내놓고도 아직 제품 출시 계획이 없는 것은 이 같은 단점을 보완 중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갤럭시Z폴드2’와 ‘LG 윙’

삼성전자는 세 번째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2’를 9월 18일 공식 출시했다. 갤럭시Z폴드2는 메인 디스플레이(내부 화면) 크기가 7.6인치로 소형 태블릿PC에 견줄 만하다. 전작(7.3인치)보다 넓어진 화면을 최대 3개로 분할해 화면마다 각기 다른 애플리케이션(앱)을 띄우는 ‘멀티 태스킹’도 가능하다. 커버 디스플레이(외부 화면) 역시 6.2인치로 전작인 ‘갤럭시폴드’(4.6인치)에 비해 커졌다. 제품을 접었을 때 볼 수 있는 앞쪽 화면이 넓어지면서 이 화면을 이용한 게임 플레이나 동영상 시청도 수월해졌다.

갤럭시Z폴드2는 ‘앱 연속성’도 지원한다. 커버 디스플레이에서 사용 중인 앱을 더 큰 메인 디스플레이에서 사용하고 싶을 때 제품을 펼치기만 하면 된다. 또 ‘하이드어웨이 힌지’가 적용돼 노트북을 여닫을 때처럼 다양한 각도로 디스플레이를 세울 수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각도로 세워두고 별도의 거치대 없이 동영상을 감상하거나 사진을 촬영하는 게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위아래로 접는 클램셸(조개껍데기) 형태의 ‘갤럭시Z플립’을 선보이며 ‘폼팩터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듀오’ 이미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은 “삼성은 독창성과 혁신성을 바탕으로 폴더블 카테고리만의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 왔다”며 “갤럭시Z폴드2는 지난 폴더블폰에 대한 다양한 사용자 피드백을 적극 반영해 하드웨어와 사용자 경험 모두 의미 있는 혁신을 이뤘다”고 말했다. 9월 11일 사전예약에 돌입한 갤럭시Z폴드2는 닷새 만에 8만대가 판매되는 등 전작보다 개선된 기능을 등에 업고 순항하고 있다.

LG전자는 메인 디스플레이를 시계방향으로 돌릴 수 있는 스마트폰 신제품 ‘LG 윙’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평상시 일반 스마트폰처럼 쓰다가 6.8인치 메인 디스플레이를 돌리면 숨어 있던 3.9인치 보조 디스플레이가 등장해 듀얼스크린처럼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메인 디스플레이로 동영상을 볼 때 보조 디스플레이는 컨트롤러로 쓸 수 있다. 차를 몰 때는 메인 디스플레이를 세로로 돌려 내비게이션을 보면서 오른쪽에 튀어나온 보조 디스플레이로 음악을 선곡하는 것도 가능하다. 평소 즐겨 쓰는 앱 조합을 저장했다가 한 번의 터치로 메인 디스플레이와 보조 디스플레이에 자주 쓰는 앱이 나타나게 할 수도 있다.

LG전자는 내년 상반기 ‘롤러블폰’ 출시도 준비 중이다. LG 윙 온라인 출시 행사에서 공개된 영상을 보면 검은 배경에 제품의 일부만 보이지만 손잡이 부분을 서랍처럼 여닫는 방식으로 화면이 확장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롤러블폰은 평상시 화면을 말아서 제품 크기를 초소형으로 유지하다가 큰 화면이 필요할 때 펴서 사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앤드류 코플린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영국법인 부서장은 “스마트폰 시장은 정점에 도달했다”며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를 통해 틀에 박힌 스마트폰 폼팩터에서 벗어남으로써 기존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다른 접근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듀얼스크린폰 ‘서피스 듀오’

듀얼스크린이 달린 LG전자 ‘LG 윙’ 이미지 / 각사 제공

마이크로소트프는 5.6인치 화면 두 개를 연결해 펼쳤을 때 8.1인치 대화면으로 쓸 수 있는 듀얼스크린폰 ‘서피스 듀오’를 시장에 내놨다. 서피스 듀오는 제품을 원하는 각도로 접어 위쪽 디스플레이는 화면, 아래쪽 디스플레이는 키보드로 노트북처럼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 화면에 전자책을 띄워놓고 제품을 펼친 뒤 양끝을 두 손으로 잡은 상태에서 독서를 하기에도 제격이다.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엑셀·파워포인트 등 소프트웨어가 많고 구글과 협업 시스템이 공고해 새로운 폼팩터를 활용할 수 있는 앱 생태계가 국내업체들에 비해 잘 갖춰져 있다.

화웨이도 작년에 이어 폴더블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화면을 바깥으로 접는 방식의 전작 ‘메이트X’와 달리 이번에는 갤럭시폴드 시리즈처럼 화면을 안으로 접는 방식의 ‘메이트X2’를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미국의 화웨이 제재 여파로 디스플레이 수급이 적기에 이뤄질지 여부가 제품 양산의 관건이다. 모토로라도 자사 폴더블폰 ‘레이저’의 후속 제품인 ‘모토레이저 5G’를 선보인다. 이 제품은 갤럭시Z플립처럼 위아래로 접는 형태로 5세대(5G) 이동통신이 가능하다.

하지만 폼팩터 혁신을 표방하는 제품들은 하나같이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갤럭시Z폴드2의 가격은 239만8000원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 울트라 모델(145만2000원)이나 최상급 태블릿PC ‘갤럭시탭S7’ 플러스 모델(134만9700원)보다 100만원가량 비싸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지 ‘더 버지’는 1400달러(약 165만원)에 판매되는 서피스 듀오에 대해 “잘 디자인된 사랑스러운 제품이지만 1400달러의 가치는 없다”고 평가했다.

기존의 스마트폰보다 두껍고 무거워 휴대하기 불편한 점도 아킬레스건으로 거론된다. LG 윙의 두께는 10.9㎜, 무게는 260g에 달하는데 이는 점점 얇고 가벼워지는 최신 스마트폰 트렌드에 부합하지 않는다. 서피스 듀오의 경우 램은 6GB에 불과하고 5G는 지원하지 않는데다 카메라는 1100만화소 1개만 달려 있다. 이를 두고 폼팩터 혁신 외에 기본 성능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제품이 외부 충격에 취약한 점도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부분이다. 최근 서피스 듀오 구매자들은 트위터에 듀얼스크린 사용 시 화면 깜빡임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글을 올렸다. 삼성전자의 첫 번째 폴더블폰 갤럭시폴드도 최초 출시 당시 제품 가운데 화면이 접히는 부분에 생기는 주름 등이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기존 스마트폰의 내구성이 강화돼 제품 교체주기가 길어진 상태에서 이런 불안 요소를 제거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시도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구교형 산업부 기자 wassup0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