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한국영화 탄생 100주년 우표로 기념한다

‘생일, 백일, 돌, 약혼식, 결혼식, 장례식.’ 사람은 기념일로 생을 시작해 기념일로 마감한다. 기념일은 인간이 관계의 동물임을 보여주는 근거다. 관계를 기념하는 의식이자 의례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식은 시대와 사회를 막론하고 중요하게 여겨진다. 필자는 그 중에서도 생일은 어느 기념일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함께했던 시간의 발자취를 기억하거나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담는 날이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는 10월 25일 한국영화 탄생 100년을 맞아 기념우표 1종 총 82만장을 발행했다.

10월 27일은 영화의 생일이다. 그것도 100번째다. 100년의 역사를 기념하는 것은 지난 100년을 기억하는 것이다. 이날은 한국영화가 최초의 상설영화관 단성사에서 처음으로 상영된 날이다. ‘최초’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다른 의미를 파생한다. 기억은 의미를 재생산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단성사에서 상연된 첫 한국영화는 연쇄극인 <의리적 구토>였다. 이 영화는 극단 신극좌(新劇座)를 이끌던 김도산이 각본·감독·주연을 맡았다.

사실 단성사 이전에 돈을 받고 필름을 상영했던 영화관은 있었다. 미국인 콜브란이 1903년 동대문 한성전기회사 창고에서 10전씩 입장료를 받고 활동사진을 상영했던 ‘이름 없는 영화관’이 그것이다. 이곳은 나중에 동대문활동사진소가 됐다. 이를 1908년 연극인 박승필이 인수해 명칭을 ‘광무대’로 바꿨다. 1914년까지 전통 연희 공연을 중심으로 활동사진까지 상영했다.

1910년 한·일 강제병합을 전후해 일본인이 지금 서울 충무로, 을지로 부근에 민간 상설극장을 세웠다. 박승필은 1917년에 일본인이 소유했던 극장을 인수해 1년여의 공사 끝에 활동사진과 통속극 전용관으로 확장해 개관했다. 이것이 바로 한국 최초의 상설영화관 단성사다. 광무대에 이어 단성사의 주인이 된 박승필은 일본인 극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연쇄 활동사진극을 제작하기로 하고 신극계에서 이름을 떨치던 김도산에게 감독 자리를 제안했다. 이로써 최초의 연쇄극 <의리적 구토>가 단성사에서 처음 상영됐다. 조선인이 직접 만들어 상영한 최초의 영화 <의리적 구토>의 개봉일인 1919년 10월 27일을 한국영화의 탄생일로 기념하고 있다.

단성사는 한국영화 100년을 낱낱이 기록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한국 민족영화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아리랑>(1926년·나운규)이 상영된 곳도 단성사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발성영화인 <춘향전>(1935년·이명후)도 여기서 개봉했다.

일제의 탄압에도 계몽영화를 토대로 민족의식을 일깨웠던 한국영화는 해방과 전쟁을 거쳐 1960년대에 황금기를 맞이했다. 또 단관 개봉 시절인 1970~80년대 컬러TV 보급과 문화검열로 한때 고전했다. TV 브라운관에 밀려 관객을 뺏기는 수모 속에서 대박 흥행을 일으킨 <겨울여자>(1977년·58만명), 100만 관객 기록을 세운 <장군의 아들>(1990년), <서편제>(1993년) 등도 모두 이곳에서 개봉됐다. 2000년대 복합영화관의 부상과 함께 단성사는 위기를 맞았다. 결국 2012년 문을 닫았다. 한국영화 100주년을 앞두고 단성사 역사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런 곡절의 역사 위에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두드러진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영화역사 100주년을 맞는 올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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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는 10월 25일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한국영화는 세계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한류를 이끌고 있다”면서 “이번 기념우표가 한국영화 100년을 알리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은 기획위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