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라이온 킹> 자연 섭리인 ‘생명의 순환’

‘Remember who you are(네가 누군지 기억해).’

25년 전 아빠 무파사의 충고를 아들 심바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을까. 1994년 개봉됐던 디즈니의 <라이온 킹>이 라이브액션(실사)판으로 돌아왔다. 존 파브로 감독의 2019년판 <라이온 킹>은 <정글북>, <덤보>, <알라딘> 등 디즈니의 라이브액션 리메이크작들을 잇는다.

<라이온 킹>은 어린 사자 ‘심바’가 친구들과 함께 삼촌 스카에 맞서 황폐화된 ‘프라이랜드’를 구하는 이야기를 담았다./디즈니

심바는 호기심이 충만한 아기사자. 아버지 무파사를 이어 ‘프라이랜드’를 통치할 후계자다. 하지만 야심에 찬 삼촌 스카는 형 무파사를 죽이고, 조카 심바를 쫓아낸다. 사막 한가운데서 길을 잃고 탈진한 심바. 죽음에 이르기 직전 아프리카 혹멧돼지 품바와 미어켓 티몬이 그를 구한다. 이제부터는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스와힐리어로 ‘모두 다 잘될 것’이라는 뜻).’ 심바는 과거는 잊고 근심과 걱정을 모두 떨쳐버리는 삶을 살아간다. 어느 날 암사자 날라가 황폐화된 프라이랜드를 보다 못해 탈출을 하고, 정글에서 우연히 심바를 만난다. 심바와 날라가 사랑을 나눌 때 부르는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은 1995년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라이온 킹> 전면에 흐르는 철학은 생명의 순환이다. 삶은 무의미한 직선이 아니라 태양이 뜨고 지듯이 영원히 순환하는 원형이라는 것이다. 몬데그린 현상(외국어 발음이 자신의 모국어처럼 들리는 착각)에 따라 한국인에게는 ‘나주평야~치와와발바리’로 들리는 오프닝 <The circle of life>에는 이 같은 철학이 잘 담겨 있다.

아버지 무파사는 “우리는 영양을 잡아먹지 않느냐”는 아들 심바의 질문에 “우리가 죽으면 풀이 되고 영양은 그 풀을 먹는다”며 “모든 것은 생명의 순환 안에서 돌고 돈다”고 말한다.

상품도 ‘생명의 순환’이 있다. 이를 반영한 경제가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다. 지금까지는 상품이 ‘자원채취-생산-유통 및 소비-분리 및 배출-수거-폐기’의 선형경제를 따른다고 봤다. 하지만 순환경제는 수거 뒤 ‘재활용-자원채취’로 이어지면서 원형을 이루는 것으로 본다. 즉 순환경제란 기존의 제품을 수리하고 아껴 쓰고 재활용해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친환경적 모델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제품의 재사용과 재활용을 장려하는 내용의 ‘순환경제 패키지’법을 최종 승인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우선 플라스틱을 순환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보고 일회용 플라스틱 전략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2년 이후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식기류, 면봉, 풍선막대 등 10대 품목은 생산과 판매가 금지된다. 2025년까지는 도시 폐기물의 재사용과 재활용률을 최소 55% 이상으로 높이고, 2030년부터는 에너지 회수가 가능한 재활용 가능 폐기물의 매립이 금지된다.

이 같은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전자제품 등도 에코디자인을 적용해 수리와 업그레이드가 쉬워야 하고, 재활용 원료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친환경적이지 않으면 시장 진입이 어렵다는 의미다. 피터 레이시와 제이콥 뤼비스트가 쓴 <순환경제시대가 온다>를 보면 현재의 폐기물을 경제적인 부로 바꿀 경우 얻을 수 있는 비즈니스 가치는 2030년까지 4조5000억 달러에 달한다. GM은 2011년 폐기물 제로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미쉐린은 대량거래 고객들이 타이어를 구매하지 않고 리스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인 ‘미쉐린 솔루션’을 시행하고 있다.

영화 속 경제

무파사는 방황하는 아들 심바에게 “생명의 순환(Circle of life)으로 돌아가라”며 “너는 나의 아들이고 유일한 진짜 왕”이라고 말한다. 삶은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이 한데 어우러진 종합선물세트 같은 존재라는 것,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자연의 섭리’다.

<박병률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