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사람]1세대 프로게이머 출신 변성철 더매치랩 대표 “자녀가 하는 게임 얼마나 아나요”

자녀의 게임중독으로 고민하고 있는 부모들이 많다. 이들에게 오히려 “부모가 게임을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1세대 프로게이머 출신인 변성철 더매치랩 대표(38)다. 더매치랩은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나 청소년을 자주 접하는 교사, 상담사 등을 상대로 강연과 직무교육 등을 진행하는 소셜벤처다. 일선 학교와 연계하여 e스포츠 관련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원래 사명은 ‘게임컬처랩’이었지만, 최근 이름을 ‘더매치랩’으로 바꾸고 e스포츠뿐만 아니라 문화예술분야 전반적으로 아동·청소년들의 진로교육 기관으로 변신하고 있다.

변성철 더매치랩 대표 | 더매치랩 제공

변 대표는 프로게이머를 은퇴한 이후 게임단 코치, e스포츠 행정가 등으로 활동하다 2015년 게임컬처랩을 설립했다. 그도 청소년기엔 게임에 빠져 지내던 학생이었다. 경력만 보면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만 부각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올바른 게임문화 정착’이다. 잊을 만하면 나오는 게임중독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과몰입 상태를 넘어서서 신체적·정신적으로도 문제를 주는 수준에 다다른 청소년들도 많다는 게 변 대표의 생각이다.

변 대표의 강연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자녀의 게임중독을 걱정하는 부모님들, 특히 어머니들이다. 그는 부모들이 게임중독뿐만 아니라 이면의 현실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청소년 놀이문화의 주류가 게임으로 바뀐 지 20년이 됐다. 공부만큼 게임을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청소년들도 많다. 그는 부모가 자녀의 게임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어야 자녀의 진로에도 도움이 되고, 자녀의 게임 과몰입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강연장에 찾아온 이들에게 늘 “자녀가 하는 게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고 묻는다. 게임 이름 정도 아는 분들이 일부 있을 뿐 대부분은 자녀의 게임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알 생각도 없어 보인다는 게 변 대표의 설명이다. 부모의 입장에서 게임은 가정 내 불화와 갈등의 요소일 뿐이라는 것이다. 변 대표는 게임 이야기만 나오면 부모에게 마음의 문을 닫는 자녀를 다그치기만 할 게 아니라 ‘네가 좋아하는 것에 나도 관심이 있다’는 것을 부모가 먼저 표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부모들이 게임에 대해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자녀가 즐기는 게임의 이름, 캐릭터의 종류는 무엇인지, 실제 자녀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되면 자녀들도 마음의 문을 열고 부모와 대화에 나선다. 자녀의 게임 과몰입이 걱정된다면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왜 자녀들이 그렇게 게임에 몰두하는지도 자연스레 알 수가 있다.”

주목! 이 사람

변 대표는 ‘게임만 해서 뭐 먹고살래’라는 말도 옛말이라고 말했다. 변 대표가 프로게이머로 활약하던 1990년대 말만 해도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 외에는 게임으로 먹고살 방법이 딱히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e스포츠 대회 진행, 해설, 게임단 코칭스태프, 게임방송 제작진 등 e스포츠 관련한 다양한 직업군이 있다. 그는 “내 자녀가 게임으로도 평생 먹고살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자녀의 올바른 생활과 진로를 위해서라도 부모가 게임을 공부해야 하는 세상이 됐다”고 강조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