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정책 때문에 미세먼지 대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정책에 8000억원, 늘리는 정책에 3조300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예산구조는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사회에서 봄의 의미가 바뀌고 있다. 봄이 오면 어김없이 불청객도 같이 오고 있다. 전통적인 황사에 이은 미세먼지가 대표적이다. 이제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로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고 있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정책을 시행하려면 당연히 돈이 든다. 미세먼지 저감예산 총액은 8000억원에 달한다. 2016년에는 미세먼지 관련 전체 예산이 5000억원이던 것이 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사회적으로 미세먼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니 미세먼지 방지 예산이 증가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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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은 왜 연탄을 쓸까
그런데 안타깝게도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예산도 지속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석탄산업을 지원하거나 연탄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석탄화력발전에 보조금을 주는 등의 사업이 있다. 석탄이나 연탄처럼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것에 예산을 쓰는 이유는 저소득층 에너지 복지나 지역경제 발전이라는 정책목표 때문이다. 2018년 석탄·연탄 등에 지원하는 금액 총액은 1300억원이다.
하지만 천연가스나 다른 에너지원이 아닌 왜 하필 연탄일까. 난방등유만 써도 연탄보다는 미세먼지 발생이 줄어든다. 연탄이 불편하고 미세먼지도 많이 발생시키지만 저렴하기 때문에 연탄을 쓰는 것이다. 실제로 아직도 많은 저소득층이나 화훼단지에서 연탄을 난방용으로 많이 쓰고 있다.
연탄이 저렴한 이유는 석탄과 연탄에 예산지원을 하기 때문이다. 최고가격 보장을 이유로 석탄공사는 무연탄을 비싸게 산다. 그리고 소비자에게는 싸게 판다. 연탄 한 장당 42%의 가격이 세금으로 지원되고 있다. 세금지원이 없다면 두 배로 가격이 오른다. 그 결과, 석탄공사는 이미 자본이 잠식된 지 오래다. 이자비용 등 부채비용을 충당하는 데 올해만 270억원의 돈을 석탄공사에 출자한다. 이렇게 예산을 들여 연탄가격을 낮춰도 연탄을 구매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위해서는 에너지 복지를 위한 에너지 바우처 금액 중에서 180억원가량을 연탄쿠폰 지원금으로 지원한다.
그러나 저소득층이라고 불편한 연탄을 통해 겨울 난방을 하는 건 복지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바우처 금액을 조금 높여서라도 연탄난방 시스템을 다른 난방 시스템으로 바꾸고 도시가스나 실내등유 등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겨울만 되면 연탄 나르기 등의 봉사활동을 하는 미담기사가 자주 나온다. 연탄 나르는 장면은 홍보효과로는 탁월하다. 그러나 연탄 나르기 봉사 같은 행동이 오히려 불편한 연탄을 사용하게 하는 역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석탄 산지인 지역경제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직도 석탄산업에 쓰는 예산규모가 막대하다. 석탄노동 간접비 등을 지원하고 탄가 안정 보조사업을 하는 광해관리공단의 총출연금이 1400억원이다. 이 돈을 3800여명에 불과한 석탄노동자에게 그냥 나눠주는 것이 더 적은 비용이 들어갈 정도다.
또한 오염토양이나 오염수질을 개선하는 광해방지사업에 670억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간다. 국가 예산 투입을 통해 석탄산업을 유지하고, 석탄산업에 따른 환경오염을 해결하는 데 또 돈을 쓰고 있다. 광해관리공단이 자체적으로 쓰는 돈이 600억원이 넘는다. 그 중 인건비가 200억원이고 경영을 정보화한다는 사업에만 20억원을 쓰고 있다. 결국 석탄과 연탄 가격을 보조해주는 것은 광산노동자에게도, 연탄을 쓰는 취약계층에도 이익이 가지 않고 관련 기관들에만 이익이 되는 구조이다. 문제는 이렇게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데 중앙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것 외에 지방정부가 지원하는 금액이 또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금액도 더 크다. 지자체가 유가보조금 형식으로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경유차에 지원하고 있는 금액이 2조원에 달한다. 유가보조금은 형식적으로는 지자체가 지급하는 것이나 국토교통부 정책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다. 즉, 지방자치단체 재원인 지방세 중 주행세에서 유가보조금을 지급하도록 중앙정부가 강제하고 있는 형식이다.
경유차 유가보조 2조원, 전기차 3500억원
유가보조금은 2001년에 만들어졌다. 지난 2001년부터 에너지 세제개편에 따라 경유와 LPG 세금을 인상했다. 그 인상분만큼 화물자동차에 보조금으로 주는 것이 유가보조금이다. 세금이 급격히 인상하면 적응하는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지원을 하는 것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17년이 넘은 현재까지 이 정책은 계속되고 있다. 미세먼지 등을 줄인다고 전기차 보급에 쓰는 예산이 올해 3500억원이다. 전기차에도 3500억원을 쓰고, 경유차 유가보조금에도 2조원을 쓰는 것은 모순이다. 2조원 중 부정수급으로 나가는 규모는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다.
미세먼지를 유발시키는 예산에는 농업면세유도 있다. 면세유 규모가 1.1조원이 넘는다. 식량 안보나 식량 자주권을 위해서 농업은 경제논리만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면세유 공급이 오히려 농업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시설하우스 난방 방식은 연탄과 면세유 등 국가 예산지원을 편향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지열이나 지하수열을 이용한 난방이 더 저렴할 수도 있다. 태양열이나 지열 발전에 면세유 감면규모인 1.1조원을 지출하면 더 효율적인 친환경 농작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기존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지 않고 지속하다 보니 규모만 점점 커지고 오히려 보조금이나 면세방식에 의존하는 왜곡된 농업 형태로 변형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엑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정책 때문에 미세먼지 대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정책에 8000억원, 늘리는 정책에 3조300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수조원에 이르는 강원랜드 등 관련 재정은 제외한 것이다. 이런 예산구조는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미세먼지도 못 줄이고 석탄산업 종사자, 화물차 노동자, 농민, 저소득층의 삶은 여전히 어렵다. 이들 모두 수혜자가 아니라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정부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의 피해자다.
석탄노동자에게 소득지원 등 복지혜택을 주고 저소득층에 비연탄 에너지바우처 금액을 늘리면 된다. 미세먼지도 줄이고, 삶은 훨씬 안정될 것이다. 시장원리로 에너지산업이 재편되고, 부정수급의 유혹도 사라질 것이다. 물론 피해자는 있다. 이 예산으로 유지되는 공공기관들이다. 그들의 생존을 위해 우리는 오늘도 더 많은 미세먼지를 마시고 있는 것은 아닐까.
환경정의 활동가들이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미세먼지 정책 제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정지윤 기자
<정창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나라살림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