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청년 니트, 우리 모두에게 끼치는 영향

실업으로 인한 소득손실이 세수 감소로 이어져… 구조적 책임은 정부에 있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김모씨(28)는 가계부를 쓰며 하루 일과를 정리한다. 학원과 독서실, 그리고 숙소인 고시원을 왔다갔다 하는 일과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매일 가계부에 기입할 항목도 단출하다. 매달 정해진 시기에 나가는 학원비나 독서실비, 교재비 등을 제외하면 밥값과 간식비 정도가 가계부 위 숫자로 남는다. ‘집에서 돈 받아 쓰는 처지’이기 때문에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조차 손이 떨린다. “하루는 계산기를 꺼낸 김에 내가 공시 준비 말고 그냥 취직을 했으면 얼마를 이득 볼지 계산해 봤어요. 한 달에 90만~100만원 나가는 돈 대신 월급으로 150만원을 받는다고 치면, 취직하나 안 하나 똑같이 나가는 돈은 제하더라도 200만원 정도는 밑지고 있다는 계산이 나오더라고요.”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 참가한 청년 구직자들이 참가기업 부스에서 채용상담을 받고 있다. /강윤중 기자

무직자로 사는 데에도 기회비용 발생

당장은 ‘밑지는 장사’가 된다 하더라도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다. 막상 들어가려고 하면 월급 150만원을 주는 일자리도 얻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뿐 아니라 야근을 비롯해 온종일을 직장에 바쳐야 하는 일자리거나, 계약기간이 지나면 칼같이 계약만료를 통보하는 일자리, 혹은 두 가지 모두 해당되는 일자리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대학 때부터 취업 준비를 안해본 것도 아니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공무원밖에 남은 답이 없다고 결론이 나와요. 어찌 보면 지금 내가 돈이나 시간, 노력을 소모하는 게 이 나라에서 태어난 이상 거쳐야 하는 의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김씨는 능력껏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비용을 공시생을 비롯한 구직자와 그 가족들이 부담하고 있는 것 같다며 고개를 숙였다.

선택에는 비용이 따른다. 김씨처럼 공무원시험 준비에 들어가는 교재비나 학원비가 없더라도 무직자로 사는 데엔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구인공고를 들여다보는 구직자들은 공고에 올라온 불만족스러운 일자리를 택하지 않은 대신 그곳에서 일했다면 벌었을 보수를 포기한 셈이다. 이 비용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비용이 된다. 178만명에 달하는 한국의 청년 니트(NEET·공식 교육이나 취업, 직업훈련에서 배제된 집단)들이 일하지 못해 발생한 비용은 2016년 기준 최소 23조8000억원(한국노동사회연구소 자료)에 달했다.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달하는 액수다.

한국의 청년 니트 비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많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이 ‘한국의 청년 니트 특징과 경제적 비용’ 보고서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청년인구(15~29세)의 18.9%(178만명)나 되는 한국의 청년 니트 비율은 OECD 회원국 중 7위를 차지했지만, 청년 니트 비용은 그보다 높은 3위로 나타났다.

청년 니트의 경제적 비용은 청년 니트가 노동으로 소득을 얻지 못하는 데 따르는 비용이다. 가계 입장에서는 일 안하는 가족 구성원 때문에 줄어드는 소득이 그 비용에 해당한다. 한 국가 차원에서는 이들 모두가 일했더라면 추가로 발생했을 총 노동소득이자, 청년 노동력이 사장됨에 따라 발생하는 기회비용을 의미한다. OECD의 기준으로는 청년 니트가 취업했다면 받게 될 총 노동소득에다 고용주가 냈을 사회보장 분담금을 더하는 방식으로 측정한다.

측정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니트는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집단이기 때문에 이들이 취업을 해도 저임금을 받는다고 가정해서 추산한 하한치와 취업한 다른 청년들과 같은 임금을 받는다고 가정해서 나온 상한치로 나눌 수 있다. 계산해보면 2016년 한국의 청년 니트 비용은 최대 41조5000억원(GDP의 2.5%)에 달하고, 최소 23조8000억원(GDP의 1.5%)이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단순한 계산으로는 청년 니트 모두를 일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GDP가 최소 1.5%는 성장할 수도 있는 셈이다.

한국 청년니트비용 OECD 회원국 중 3위

물론 모든 청년 니트를 완전고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청년 니트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처럼 일을 할 의사가 아예 없는 일부도 존재하기 때문에 막연한 경제효과를 선전할 수만은 없다. 니트의 정의가 직장이 없고 공식 교육이나 직업훈련을 받지 않는 집단을 뜻하기 때문에, 사실 니트 집단 내부에는 실업자와 구직자, 재수생과 전업주부 등이 모두 포함된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토대로 이 가운데 적극적으로 구직 의사가 있는 구직 니트(91만4000명)와 그렇지 않은 비구직 니트(86만4000명)를 구분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명확하진 않다. 적게는 25만명에서 많게는 85만명까지도 추정하는 공무원시험 준비생 등이 비구직 니트에 상당 부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니트 집단은 다양한 방식으로 일자리를 구하려고 시도하는 집단인 동시에 점차로 구직을 단념하게 될 위험에 노출된 집단이기도 한 복합적인 면모를 보인다.

그럼에도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청년 니트 비율이 높아진 한국만의 특수성을 따져보면 충분히 청년 니트 규모를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한국 청년 니트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이 OECD에서 학력수준이 가장 높다는 점이다. OECD 회원국 평균 니트 학력 비율을 보면 고교를 마치지 않은 저학력자가 36.1%, 대졸 이상 고학력자가 16.5%인 데 비해 한국은 저학력자 6.8%, 고학력자가 42.5%로 청년 니트의 학력수준이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이 컵밥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고학력 니트 비율이 높다는 사실은 실제 당사자들에게 그리 반가운 내용은 아니다. 이미 대학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학자금 대출 등으로 빚을 얻어 마이너스 상태에서 사회 진출을 준비해야 하는 형편의 청년 니트들이 많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 서모씨(29)도 대학 이후 현재까지 빚이 줄어들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대출금의) 액수는 못 밝히지만 취업이 안 되니까 너무 많은 빚을 갚을 비전도 안 보여서 ‘파산·면책’이라고 큼지막하게 붙은 광고 전단지에 나온 법무사 사무실로 전화한 적도 있어요.” 법원에 파산신청을 할 경우 면책을 받지 못하면 직장을 구할 때 경우에 따라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서씨는 파산신청을 단념했다. 그러나 일감이 있을 때만 들어오는 프리랜서 알바로 버는 돈은 이자만 내기에도 급급한 게 현실이다.

파산신청 건수가 늘어나는 20대

과도한 빚 때문에 법원 문을 두드리는 경우는 특히 20대 청년층에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2013~2016년 파산·면책 신청자료’를 보면, 2016년 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한 20대는 743명으로 2013년(484명)보다 53.5% 늘었다. 파산신청 건수가 늘어난 것은 20대가 유일했다. 전체 파산신청자가 2013년에서 2016년까지 9% 감소하는 동안 20대 청년층만 급증한 것이다. 파산의 불이익을 면책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한 20대도 2013년 628명에 비해 2016년 730명으로 16.2% 증가했다. 경제적 상황이 악화되는 현실을 겪는 청년층이 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청년층의 경제적 여건이 나빠지면서 고학력자를 중심으로 청년 니트가 늘어나는 현실이 문제가 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더 있다. 청년실업률 수치로만 봐도 2011년 이후 15~29세 청년실업률은 7.6%에서 2016년 9.8%로 빠르게 상승했다. 이 가운데 본격적인 사회 진출이 시작되는 연령대인 25~29세 연령대만 보면 청년실업률이 같은 기간 6.5%에서 9.2%로 더 가파르게 상승해, 2016년부터는 OECD 평균보다도 높아졌다. 전체 실업자 수에서 25~29세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3.3%로 최고를 기록하면서 한국 청년들이 다른 나라보다 취업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줬다.

문제는 이미 학력수준이 높은 한국의 청년 니트에겐 교육훈련을 확대·강화하는 방안만으로는 니트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이다. 한국의 15~29세 청년층 중 ‘직업이 있는 집단’과 ‘니트 집단’ 간 능력치의 차이는 1% 이하로 가장 낮았다. OECD 평균은 6%대로, 직업이 있는 집단의 능력이 니트 집단에 비해 높았다. 바꿔 말하면 한국 청년 니트는 일자리를 잡는 데 실패했어도 능력은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라는 말이 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김종욱 연구원은 “청년 니트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지 못한 원인이 부족한 능력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고학력자들이 꾸준히 노동시장으로 공급되는 상황에서 장기화되는 경기침체 때문에 이들이 고스란히 시장 밖에서 적체되고 있는 모습이 관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청년 니트의 실업으로 인한 비용은 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감당하고 있지만 그 책임을 따져 보면 인력 수급의 불일치를 부른 구조적 책임이 정부에도 상당히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청년실업이 집중되는 연령대인 25~29세 청년실업자의 10%만 1년 동안 실업상태에 놓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5조6000억원의 소득 손실과 함께 4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청년실업 때문에 소득 손실의 약 7%가량이 세수 감소로 이어져 청년 니트 당사자 외에도 그들과 무관한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앞서의 청년 니트 비용 총액 23조8000억원에 이 비율을 대입하면 추정 세수 감소액은 약 1조7000억원에 달한다.

현 정부 소득주도성장론에 배치되는 집단

청년 니트는 그 특성상 현 정부·여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론에 가장 배치되는 면이 강한 집단이기도 하다. 청년 니트 본인의 소득이 없어 소비가 정체되는 것을 넘어, 다른 가계 구성원들이 소비할 수 있는 여력까지 감소시킬 수밖에 없는 탓이다. 때문에 청년 니트 규모가 획기적으로 줄면 사회적 비용도 크게 줄어드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관계자도 “청년실업과 니트 문제는 지금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경제적 문제라 주목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접근이 쉽지만은 않다는 점 때문에 조심스럽기도 하다”면서 “대표적인 실업대책인 근로장려세제만 해도 청년층에 적용하면 부모세대와 청년세대의 이중수급 문제 때문에 도입이 쉽지 않아 결국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차근차근 해결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년 니트가 늘어나는 현실은 소득액수나 세수처럼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부분 외에도 많은 부정적 폐해를 남긴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청년 니트 당사자는 자신의 능력이 사장되는 것을 넘어 구직에 실패했다는 낙인효과 때문에 향후 취업을 하더라도 소득은 물론 지위와 평가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김유선 연구위원은 “안정된 직업이 보장되지 않으면 가정을 꾸리기 어려워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율이 떨어지며, 장기적으로 사회로부터 소외와 격리가 이어진다”며 “정규직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국내 노동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취업 초기단계부터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이른바 스펙에 따른 차별도 지양하는 등의 청년층 취업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