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郵政)이야기]5자리 새 우편번호 성공적 정착

집배원이 새로운 우편번호 제도의 정착을 위해 도로명주소와 우편번호가 적힌 문패를 붙이고 있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기자의 직업적 소명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밝고 맑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담을 발굴해서 세상에 감동을 전하기도 한다. 때로는 위험을 무릅쓰고 용기있는 고발을 하기도 한다. 막강한 권력을 이용해 사익을 챙긴 사람을 자리에서 쫓아내기도 한다. 세상에 회자가 됐든, 되지 않았든 이런 기사들 모두가 가치가 있다. 사회를 보다 살기 좋게 만드는 데 작게나마 기여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자 사회에서 이보다 훨씬 큰 관심과 칭찬을 받는 기사가 있다. 정책을 바꾸게 만든 기사다. 정책적 오류를 지적하고 정책적 부당성과 비현실성을 입증해야 한다. 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산더미와 같은 자료와 씨름을 해야 하는 게 보통이다. 정책적 이해관계자로부터 거친 저항을 받기도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기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그런 기자가 평가받는 것은 그의 능력 때문이 아니다. 정책이라는 영향력, 정책이 미치는 파장 때문이다. 정책 하나를 바르게 고친다면 그 혜택은 보다 많은 사람에게 돌아간다. 권력 위에 군림하거나 공사를 구분 못하는 차관급 검사 하나 파면시키는 것에 비교할 수 없다.

어쩌면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5자리 새 우편번호 정책’에서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정부청사의 우편번호는 03171이다. 03은 서울특별시, 1은 종로구, 71은 일련번호다. 일련번호는 도로명을 뜻한다. 여기에 도로명 주소를 적용하면 서울정부청사의 위치를 금방 알 수 있다. 서울정부청사의 주소는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209다. 이는 세종대로 시작점인 서울역에서 2090m 떨어져 있고, 대로의 왼편에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소지의 위치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우편번호와 도로명주소는 지리정보의 선진화를 위한 필요불가결한 요소다.

새 우편번호가 시행된 지 7월 31일로 꼭 1년이 됐다.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정사업본부가 우편번호 사용률을 조사한 결과, 우편물 100통 중 96통에 새 우편번호가 기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원종 우정사업본부 홍보담당관은 “5자리 새 우편번호 사용이 빠르게 정착된 것”이라면서 “다각적인 맞춤형 홍보가 큰 역할을 한 덕택”이라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는 2013년 12월에 5자리 우편번호 시행을 사전에 공고하고, 2014년에는 전국 2080만 전 세대에 우편번호 변경 안내문을 두 차례에 걸쳐 발송했다. 또 TV, 라디오, 신문, 옥외전광판, 인터넷 포털 배너, 기업체 대상 설명회, 우체국 안내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했다.

이런 우편번호 시스템은 우편물 정시배달에 크게 기여했다. 우편물의 지역별 분류가 용이해졌다. 흘려쓴 주소도 우편번호를 통해 판독이 가능해졌음은 물론이다. 그렇다보니 배달사고가 줄어들고 우편배달 업무의 효율이 높아졌다. 이원종 홍보담당관은 “우리 일상 속에 잘 자리만 잡는다면 우체국에서는 우편배달시간 및 택배차량 운행비용 절감,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길찾기 비용 절감과 도시미관 개선, 대국민 응급서비스 제고 등 사회·경제적인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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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정사업본부는 5자리 새 우편번호 시행 1년이 되면서 종전 6자리 우편번호를 기재하면 규격 외 추가요금이 발생할 수 있어서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지난달까지는 종전의 6자리 우편번호를 사용한 우편물일지라도 규격 우편요금이 적용됐다. 이용자에게 홍보하기 위한 1년의 유예기간이 7월 31일에 만료됨에 따 라 8월 1일부터는 규격 외 우편요금이 적용된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