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郵政)이야기]‘멸종동물 기념우표’의 수달가족

수달이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도심 한복판에 출현한 것이다. 지난 1월 도심 한복판에서 수달 한 무리가 포착됐다. 어떤 독자는 “이게 무슨 뉴스가치가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 우리 산천이 살아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수달은 1급수에서만 산다. 뿐만 아니라 하천과 습지의 생태계의 정점에 있다. 더욱이 오염된 먹이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수달의 서식은 그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다. 수달이 살고 있는 하천이나 습지는 청정지역이다. 뿐만 아니라 그곳의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환경은 팽개치고 성장에 집착하던 10년여 전에는 수달의 목격, 그 자체가 뉴스였다. 꼭 10년 전인 2006년 1월 경남 거창에 있는 한 횟집의 활어를 훔쳐간 수달이 뉴스를 타기도 했다.

우정사업본부(본부장 김기덕)는 ‘멸종위기 동물’인 수달을 소재로 기념우표 80만장과 소형시트 7만 세트(2장 1세트)를 3월 15일 발행했다. / 우정사업본부 제공

어쩌면 수달의 멸종위기는 값진 털에 있는지도 모른다. 수달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 수중동물이다. 당연히 한겨울 물 속의 찬 기운을 이길 수 있도록 신체가 진화했다. 털가죽은 두 겹으로 되어 있다. 거친 겉가죽털과 부드러운 속가죽털이 촘촘히 박혀 있다. 방수와 보온 기능을 함께 할 수 있는 ‘기능성 피부, 고어텍스’인 셈이다. 최고의 모피상품으로 가치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이게 수달의 운명을 재촉했다.

조선 중후반 우리나라 중요한 대청 수출품에 수달가죽과 담비가죽이 포함됐다. 근대에 들어와서도 숱한 동식물들이 교환 가능한 부품쯤으로 여겨졌다. 거기다가 산업화와 더불어 환경파괴로 인해 수달 역시 서식지를 잃어갔다. 수달은 유라시아 대륙에 폭넓게 분포했지만 이제 그 숫자를 헤아릴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다. 일본은 1980년대 수달이 사라졌다.

작용과 반작용은 인류의 보편적 법칙이다. 수달을 살리자는 운동이 벌어졌다. 세계자연보호연맹은 수달을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도 천연기념물 330호(1982년)와 멸종위기 1급 동물(2012년)로 보호하고 있다. 더 이상 서식환경의 파괴와 교란을 용납하지 않음으로써 생태계를 유지, 복원해야 한다는 자각이 생긴 것이다.

그런 덕분일까. 다행스럽게도 수달의 숫자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부산 금정산 회동수원지, 경기 시화호, 전북 정읍 내장천, 강원 화천 감성계곡 등 전국 곳곳에서 수달의 서식이 확인되고 있다. 사실 수달은 우리 민족과 아주 친숙한 동물이었다. 삼국유사에도 ‘자연=부처님의 마음’이라는 것을 수달이라는 비유로 설명하고 있다. 조선 세종이 새벽까지 한글 연구에 몰입하던 신숙주에게 덮어준 용포도 수달로 만든 두루마리(초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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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숙함은 어떤 일이든 냉정함을 잃게 만드는 것일까. 우정사업본부가 15일 수달을 소재로 우표를 발행했다는 소식이 새삼 반갑다. 이번에 발행된 ‘멸종동물 기념우표’는 80만장이다. 소형시트도 7만 세트(2장 1세트)를 찍었다. 우표 디자인은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귀엽고 익살스러운 수달 가족의 모습을 담았다. 특수금박가공과 광택처리로 소장가치를 높였다. 김기덕 우정사업본부장은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파괴로 인해 서식지를 잃어가고 있는 멸종위기 동물들의 아픔과 희생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