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모바일 의료기기 셀프케어 시대

1960년대 SF시리즈 <스타트렉>에는 우주선의 주치의인 맥코이 박사가 휴대전화 크기의 ‘트라이코더’(Tricoder)를 환자의 몸에 대고 스캔하여 병명과 치료법을 알아내는 장면이 나온다.

이 트라이코더는 NASA의 연구원들로부터 ‘가장 갖고 싶은 SF 속 기술’로 꼽히기도 하였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 휴대용 만능 의료진단기기는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12년 미국 퀄컴사는 “스타트렉에 나오는 휴대용 의료기기 트라이코더를 구현하는 사람에게 1000만 달러를 주겠다”는 공모를 내걸었다. 미국의 벤처기업인 스캐나두(Scanadu)가 이에 도전했고, CES 2013에서 휴대전화보다 작은 크기의 ‘스카우트’(SCOUT)란 기기를 선보였다.

광센서 기술을 사용한 이 기기를 관자놀이에 10초간 대고 있으면 체온·심박수·혈압·혈중산소농도 등 다양한 생체 신호를 측정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블루투스로 전송된 이 정보들은 15가지의 질병을 진단하는 데 이용된다. 스카우트는 현재 FDA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으며 올해 출시될 예정이다.

체온·심박수·혈압 등 생체 정보를 측정해 스마트폰으로 전송할 수 있는 스캐나두의 ‘스카우트’(왼쪽)와 스마트폰에 부착하는 얼라이브코의 심전도 측정기. | 스캐나두·얼라이브코 제공

생명공학기술(BT)과 정보통신기술(IT)의 융합으로 모바일 의료진단기기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을 이용한 기술 도입으로 바이오센서는 점차 소형화·고집적화되고 있으며, 바이오칩(LOC·lab-on-a-chip) 등을 활용한 분자진단 신기술도 함께 발달하고 있다.

병원에서 볼 수 있는 거대한 초음파 영상진단기기는 이제 아이패드 크기로 작아졌고, 소형 의료기기로 암의 진단은 물론 유전자 정보도 해독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진단 정보는 스마트폰의 앱으로 연동되어 보다 정밀한 분석은 물론 병원과의 연계를 통한 처방까지 가능해진다.

바이오 기술이 모바일화되는 것과 더불어 스마트 기기의 헬스케어 기능 탑재도 늘어나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된 웨어러블 디바이스 경쟁에서 소비자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은 헬스케어 기능이다.

손목에 착용하는 헬스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핏빗, 조본업, 퓨얼밴드 등은 세련된 디자인과 간결한 건강관리 기능으로 다른 복잡한 기능의 기기들을 제치고 웨어러블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심플한 기능으로 인해 낮아진 진입장벽은 치열한 경쟁환경을 만들었고, 얼리어답터를 넘어서 대중적인 시장으로 확산되기에는 아직 소비자들이 느끼는 효용도 제한적이다. 웨어러블 기기들은 이제 차별화와 소비자 효용 증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 중 한 가지 방안으로 보다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얼라이브코(AliveCor)는 스마트폰에 부착하여 사용하는 앱세서리 형태의 심전도 측정기로 최근 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런 경우 FDA 승인 자체가 후발 주자들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게 된다. 애플이 오랜 시간 출시를 망설이고 있는 아이워치에 진보된 헬스케어 기능을 장착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료기기와 스마트기기가 이제 하나의 시장에서 만나고 있다. 정통 바이오 업체는 물론 제조업체, IT업체, 스포츠용품 업체 및 벤처기업이 모바일 진단기기 시장에 뛰어들면서 편리하고 우수한 성능의 제품 개발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의료기기는 원격진료법으로 제한된 국내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에서도, 수출의 용이성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사업자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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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지 않고도 질병을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할 수 있기에 24시간 모니터링이 필요한 당뇨병, 고혈압,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자에게 모바일 진단기기의 잠재적 수요는 매우 높다. 2014년은 다양한 모바일 의료기기의 출시로 스마트 헬스케어가 소비자에게 한 걸음 다가서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유태열 kt경제경영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