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한·중 FTA 4대 쟁점

한국 농산물 시장 개방, 자동차 분야, ISD 내용,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 등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11월 10~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한·중 양국 정상이 타결을 선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월 29일 국회 ‘2015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중국과의 FTA 협상도 빠른 시일 내에 타결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혀 이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안마당에서 열리는 회의인 만큼 미국에 보란 듯이 한·중 FTA 타결을 선언하고 싶은 생각이 클 수밖에 없다. 중국은 한국이 미국과 FTA를 체결하고,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도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아시아 경제통합 교두보인 한·중 FTA를 조기에 마무리하고 싶은 것이다.

한·중 FTA가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한 관전 포인트를 꼽아볼 필요가 있다. 교역규모가 크고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어 중국과의 FTA는 한·미 FTA보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특히 FTA는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가 말했듯이 ‘이혼할 수 없는 결혼’이기도 하다.

첫 번째 포인트는 한국 농산물시장 개방이다. 한국 정부는 한·중 FTA를 시작하면서 농수산업분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한·중 FTA 협상은 13차 협상까지 이뤄졌다. 현재 ‘딜 브레이커’(협상 결렬 요인)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농수산물시장 개방을 다루는 상품분야다. 9월 22~26일 베이징에서 열린 13차 협상에서는 상품시장 개방을 둘러싼 ‘샅바싸움’이 이어졌다.

양국은 일반·민감·초민감 품목별로 분류한 상품 양허(개방) 목록을 교환하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일반품목은 협정 발효 후 10년 안에, 민감품목은 20년 안에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 전체 품목의 10%에 해당하는 초민감품목은 양허를 하지 않거나 계절관세(수확기 등 일부 계절에 높은 관세를 적용) 등을 적용한다.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 FTA 12차 협상에서 한국 측 수석대표 우태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오른쪽)과 중국 측 수석 대표 왕셔우원 상무부 부장조리가 협상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중국, 다른 분야 양보 얻으려 농산물 활용
한국은 농수산물을 민감·초민감품목에 넣어 농수산업을 보호하려 한다. 중국은 한국 대기업이 강점을 가진 제조업 제품을 민감·초민감품목에 넣으려 한다. 양국은 협상을 거듭할수록 의견차를 좁혀가고 있지만 아직 최종 합의엔 이르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아직 중국 측이 한국 농산물시장 추가개방을 요구하고 있어 APEC 정상회의 때까지 타결이 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 농수산업 수출액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다시 말해 중국이 다른 분야에서 한국 양보를 얻기 위해 이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농산물과 같이 상품분야에 속한 자동차다. 그동안 한국이 체결한 FTA는 현대·기아자동차에 유리한 ‘자동차 FTA’였다.

하지만 한·중 FTA의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대·기아차는 한·중 FTA를 껄끄러워하고 있다. 중국으로 수출되는 에쿠스와 같은 대형 세단과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붙는 관세 22.5%가 내려가면 가격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생산된 독일차가 한국에 수입될 경우 내수시장 수입차 점유율 확대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산 독일차가 몰려올 우려 때문에 국내 완성차업계는 한·중 FTA를 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 번째 관전 포인트는 한·미 FTA에서 독소조항으로 꼽힌 투자자-국가소송제(ISD)다. 한국이 중국과 기존에 체결한 투자보장협정(BIT)과 한·중·일 3국이 체결한 BIT에 이미 ISD가 포함돼 있다. 중국이 한·중 FTA에서 ISD를 포함시키는 데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요한 것은 ISD의 내용이다. 최근 들어 중국 자본은 한국에 단순 투자하는 것을 넘어 한국 기업 인수·합병(M&A)까지 시도하고 있다. 갈수록 중국 자본의 한국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ISD를 한·미 FTA처럼 높은 수준으로 합의할 경우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ISD가 국가 공공정책 자율성을 훼손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이런 문제의식이 한·중 FTA ISD에 담길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자동차업계 한·중 FTA 반기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포인트는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다. 한·미 FTA, 한·유럽연합(EU) FTA 등은 협정이 발효됐지만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협정 발효 뒤 역외가공지역위원회에서 한국산 인정 여부를 논의하고 있지만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한·중 FTA는 이들 협정과 달리 발효 즉시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는 협상을 시작하기에 앞서 한·중 FTA에 반드시 개성공단 문제가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이 부분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를 했다. 특히 개성공단 제품의 경우 단가가 싸서 다른 나라에 보내면 덤핑으로 판정될 우려가 있는데 중국 수출 시엔 가격에서 차이가 크지 않아 이런 우려를 덜 수 있다.

FTA 협상 특성상 협상 관련 정보가 일반에 충분히 공개될 수 없다는 측면이 있지만 한·중 FTA의 경우 ‘밀실협상’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협상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이해관계자가 제 목소리를 제대로 협상단에 반영시키는 게 어려울 수 있다. 특히 농산물 때문에 가려져 있기는 하지만 중소 제조업 분야 역시 큰 피해가 우려된다. 일부 대기업엔 한·중 FTA가 긍정적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 제조업은 고강도 구조조정이라는 황사에 직면할 수도 있다.

<김지환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bald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