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정치권에 청년대책은 있는가?

청년층 실업률 더 높아지는데 당에 유입된 청년 정치인은 들러리로 전락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가 늘었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53만명이 늘었고, 고용률은 사상 최고인 65%를 돌파했다. 일자리는 늘었지만 청년층에게 혜택이 돌아간 것은 아니다. 통계청 조사 결과 청년층 실업률은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9.0%. 1999년 기준 변경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유가 있다. 5060세대의 시간제 일자리 등 질 나쁜 일자리만 늘면서 세대별 고용률의 차이가 생긴 것이다.

취업을 포기한 ‘구직단념자’도 50만명에 육박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구직단념자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을 희망하고 지난 1년 내 구직 경험이 있지만, 노동시장적인 이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이다.

청년층의 삶의 질을 보여주는 통계지표들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은 여기에 대한 적극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울 대학동의 한 골목길에서 행인이 고시원과 원룸 전단지를 보며 걷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정치권에 들어간 청년 정치인들도 제 역할을 하는 것 같지 않다. 청년 정치인들이 청년 당사자로서 청년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하기보다는 기존 계파에 흡수되거나 들러리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 때마다 청년표를 의식한 정책이나 이벤트들이 벌어지지만, 선거가 끝난 후 적극적으로 청년세대의 문제가 정책으로 반영되거나 청년 정치인들이 당의 의사결정구조에 참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청년문제, 청년들 모임 통해 공론화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에 유입된 젊은 청년들의 목소리가 당의 의사결정구조나 정책 차원으로까지 반영되는 데 있어 시스템 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고, 지도부들도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의 계파적 성격이 강하다 보니까 청년당원들이든 정치지망생이든 계파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다. 또한 당을 보고 들어오기보다는 특정 정치인에 대한 팬덤으로 입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청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을 만들고, 의제를 꾸려가기보다는 계파의 이해관계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타파가 있어야 당에서 청년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더 들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년들에게 다급한 문제들은 정치권이 아닌 청년들의 자발적인 모임을 통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주거문제다. 전체 가구의 주거빈곤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서울 청년가구의 주거빈곤율은 2000년 이후 정체상태에 있다. 민달팽이유니온에 따르면 서울 1인 청년가구의 주거빈곤율은 1995년 58.4%, 2000년 31.7%, 2005년 34.1%, 2010년 36.6%로 2000년 이후 다시 증가했다.

서울 1인 청년가구의 주거빈곤율이 전체 최저 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주거환경이 이토록 열악한 이유는 지하·옥상과 비주택 거주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공유주택, 사회주택 등 청년층의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청년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은 그만큼 한국 사회가 건강하지 않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오수경씨는 “독립 못한 청년들이 고시원을 전전한다든지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고 있는데, 사회적 합의나 정치권의 해법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청년유니온이나 민달팽이유니온처럼 청년들이 모여 자구책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흘러가고 있구나라고 판단할 수가 없는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