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준하 선생 40주기… 미국서 스쿨버스 모는 3남 장호준 목사 “지금 한국 정치에 침묵하면 아버님 뵐 낯이 없다”

민주화 운동가인 장준하 선생의 3남 장호준 목사는 “‘장준하특별법’ 제정을 통해 국가 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모든 폭력이 역사 앞에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장 목사는 최근 <주간경향>과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역사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며 “(장준하 선생의) 사인이 밝혀져야 한다는 것은 역사를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민족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스쿨버스 운전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장 목사는 미주지역 진보진영 단체인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한 미주희망연대’를 이끌고 있다.

1975년 의문의 죽음을 당한 장준하 선생의 40주기가 되는 올해 국내외에서 ‘장준하특별법’ 제정운동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장준하특별법’은 국가기관인 진실정의위원회를 설치해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 사건 등 위법·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발생한 사망·상해·실종사건 등에 대해 진실을 밝혀내자는 취지의 법안이다. 이 법안은 지난 2013년 12월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의원 104명이 서명해 국회에 제출됐다.

[인터뷰]장준하 선생 40주기… 미국서 스쿨버스 모는 3남 장호준 목사 “지금 한국 정치에 침묵하면 아버님 뵐 낯이 없다”

장호준 목사께서 목회활동 이외에 스쿨버스 운전을 하고 있는 이유는.
“8년 전부터 스쿨버스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미국 코네티컷주 맨스필드 지역의 공립학교 아이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새벽 5시30분부터 시작해서 저녁 5시 정도까지 하루 9시간 정도 운전을 한다. 초·중·고교 아이들을 집에서 학교로, 또 학교가 끝난 후에는 다시 집으로 데려다주는 일이다. 교회 헌금은 사회를 위해서 쓰고 생계비는 내 스스로 벌고자 하는 목적에서 스쿨버스 운전을 시작했다.”

미국에 가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할아버지는 개신교 목사였다. 아버지 역시 개신교 신학교를 졸업했다. 하지만 나는 어머니의 신앙 유산을 따라 천주교에 입교했었다. 군대를 철책선에서 복무했다. 1980년 초 군대 경험을 통해 아버지께서 목숨을 바쳐 허물고자 하셨던 철조망을 그대로 놓아둔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런 이유로 제대 후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되었다. 민족의 통일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로 고민하던 중 1989년 문익환 목사님의 방북과 그에 대한 노태우 정권의 탄압을 보고 통일은 내부뿐 아니라 외적인 힘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보다 자유롭게 해외에서 통일운동을 하고자 미국으로 오게 되었다.”

한국에서 일어났던 국정원의 선거개입, 세월호법 합의 등 주요 사건들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자주 해왔다.
“이 땅과 이 민족, 그리고 이 나라는 일제 침탈 중 광야에서 이름 없이 산화한 민족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세워졌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발전되어 왔으며,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도 꿋꿋이 땅을 지켜온 국민들에 의해 지켜져 왔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가의 근간이 되는 노동자들이 핍박받고 있다. 한국 정치상황을 접하면서 지금 침묵하고 안주한다면 순국선열들과 민주영령뿐 아니라 아버님을 뵐 낯이 없게 되리라는 생각에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일 뿐이다. 아버님께서는 평생 ‘‘못난 조상이 되지 말자’는 말을 하셨다. 나도 못난 조상이 되고 싶지 않다.”

장 목사께서 의장을 맡고 있는 ‘미주희망연대’는 어떤 단체인가.
“지난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민주진보 세력이 박근혜 후보에게 패했다. 패배의 원인을 찾다보니 보수세력이 가지고 있는 부동의 결집에 주목하게 됐다. 민주진보 세력에도 부동의 결집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서 ‘미주희망연대’라는 단체를 설립하게 됐다. 올해가 3년째가 된다. ‘미주희망연대’는 미주 내 민주진보 세력의 부동의 결집을 위한 구심체가 되고자 한다. ‘미주희망연대’는 매년 정기·비정기 집회를 통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과 평화통일을 위한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5월과 8월의 정기 순회강연회를 통하여 미주 내 한인들을 대상으로 역사 바로알기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

올해가 장준하 선생이 돌아가신 지 40주년이 되는 해다. 아버님의 죽음과 관련해서 ‘박정희 정권에 의한 타살’ 정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 한국에서는 국회에 제출된 ‘장준하특별법’ 제정운동이 다시 시작됐다.
“역사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혹자는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Forgive but not forget)라는 말을 하지만 이는 용서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근거한 말일 뿐이다. 용서는 완전히 잊어버릴 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해서 아버님을 살해한 자들에 대해 용서한다는 것은 결국 역사를 지워버린다는 것이 되고 말며, 사인이 밝혀져야 한다는 것은 역사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한 민족의 명령인 것이다. ‘장준하특별법’은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국가 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모든 폭력이 역사 앞에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 우리는 지난 역사 속에서 감춰지고 숨겨짐으로 인해 참혹한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너무도 많이 경험했다. 아버님의 사인이 밝혀져야 한다는 것과 더불어 더욱 중요한 것은 아버님께서 어떻게 사셨었는가 하는 것을 배우고 깨닫고 따르는 것이다. 이것이 곧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는 길이라 믿는다.”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의 해산이 결정됐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아버님께서는 ‘전쟁은 역사의 똥’이라고 하셨다. 그 ‘역사의 똥’ 중에서도 가장 반인륜적인 전쟁이 ‘인종말살’ 전쟁이다. 이는 인종적 다름을 빌미로 정권의 내부 결속을 다지고 권력을 강화하려는 더러운 행위이기 때문이다. 근대 역사에서 나치즘이 저지른 유대인 학살을 통해 그 참혹함을 이미 보았으며, 이에 대해 인류는 참회를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해산 결정은 ‘이념과 사상에 대한 말살’이다. 이념과 사상에 다름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씌워 박근혜 정권의 내부 결속을 다지며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술책에 불과한 것이다. ‘통일대박’을 외치며 벌이고 있는 박근혜 정권의 ‘종북몰이’는 반민주적이고 반민족적인 행위로서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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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2년 동안을 평가해준다면.
“정치는 없고 통치만 있었다. 온갖 장밋빛 공약으로 당선되었으면서도 대통령이 되고 나서 공약을 지키지 않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지난해 말 발생했던 ‘비선개입 의혹’ 사건과‘권력암투설’을 보면서 김형욱·차지철 등 박정희 정권 당시의 ‘권력암투’가 떠올랐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