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보수 정치지도]얽히고설킨 5色 보수

한국 보수세력의 이념 지형도는 국가, 개인, 시장, 공동체 등에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반공주의·우파민족주의·시장자유주의·자유주의적 시민사회론·신보수주의 등 다양한 색깔 드러내

한국의 보수세력을 지탱하는 두 이념적 기둥은 보수주의와 자유주의다. 반공과 친미를 기반으로 한 한국적 색깔의 보수주의는 일각에서 ‘정통보수’라는 이름으로 오랜 시간 주도권을 잡아왔다.

이에 비해 자유주의는 보수진영 안에서 주로 경제적인 의미에 초점을 맞춰 적용되는 경향이 강했다. 시장의 자율성을 중시하고 분배 대신 성장에 중점을 두는 등 자본주의 시장질서를 옹호하는 데 동원된 것이다.

문제는 서구를 중심으로 한 학계의 보수주의·자유주의 개념만으로는 한국의 보수진영에서 나타나는 특성을 제대로 분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독교에 바탕을 둔 왕정체제를 옹호했던 서구의 보수주의를 유교적 전통이 힘을 잃고 미국적 질서가 이식되면서 만들어진 한국의 보수주의와 나란히 놓을 수 없다.

게다가 군사독재 기간의 국가주도형 경제체제를 지지한 일부 보수진영의 입장 역시 민주화 이후 힘을 얻은 시장 중심의 자유주의와는 전혀 다른 위치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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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주간경향>은 이 분포도를 그리는 과정에서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내부의 상반된 입장들을 최대한 구분할 수 있는 축을 도입했다. 가로축은 전통적인 좌-우 구분방식을 계승해 경제적 차원에서 국가 개입 용인과 시장 자율성 보장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입장에 위치하는지를 구분한다.

다만 이 지형도는 보수 인사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국가의 개입을 인정하는 쪽에 기운 인물들도 진보·중도 성향의 입장에 비해선 그 강도가 낮을 수 있다. 세로축은 개인적 가치를 우선하는지, 아니면 집단이나 공동체의 권위를 우선하는지를 구분하는 축이다.

한국의 보수주의는 반공을 중심으로 한 권위주의적 국가체제를 내세워 전통적 가치를 담고 있던 공동체를 대체한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보수진영 안에서도 개인을 우선하는 근대적 가치를 옹호하는 입장 역시 꾸준히 힘을 얻어온 측면을 반영했다.

보수주의와 자유주의가 두 기둥
이 구분방식에 따라 보수성향 인사들을 크게 다섯 묶음으로 나눴다. 반공주의·우파민족주의·시장자유주의·자유주의적 시민사회론·신보수주의가 그것이다.

반공주의는 반공으로 대표되는 국가주의적 가치에 충실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시장과 국가 중 어느 것을 우선할지에 대해 가변적인 태도를 보이는 입장이다.

냉전 이후의 시대적 흐름에 따라 반공 이념은 ‘북한 민주화’라는 구호로 다소 변모했다. 북한과의 체제경쟁적 구호 역시 이승만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건국 및 산업화 세력이 지닌 정통성을 수호한다는 구도로 바뀌었다.

우파민족주의는 반공 대신 민족적·전통적 질서에 더 초점을 맞추는 한편, 시장과 국가 사이 균형이 필요하다는 쪽에 서 있다. 한국인의 민족적 정체성을 강조하며 좌파계열의 민족주의자와는 달리 통일문제에 있어서 남한 자본주의 체제 중심의 통일을 추구하거나, 통일보다는 대외 영토·역사 문제에 집중하는 태도를 보인다.

시장자유주의는 전통적 권위에 대한 개인의 자유와 시장에서의 경제적 자유 모두를 옹호하는 입장이다. 자유주의 역시 민족주의와 비슷하게 좌우 진영 모두에 제각기 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시장자유주의는 자유주의의 우파적 버전이라 할 수 있지만, 1990년대 이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열풍에 힘입어 민족주의·국가주의적 색채는 퇴색된 모습을 보인다.

민주화 이후 개인 자유 옹호 늘어
자유주의적 시민사회론은 개인적 가치를 우선하되 국가가 경제분야에 적절히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시장자유주의와 진보적 자유주의 사이의 징검돌 격이 되고 있는 입장으로, 만능일 수 없는 시장 부문에 대해선 정부의 적절한 개입을 인정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시장의 보완을 위한 국가 개입이 정치적 차원에서의 권위주의적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에는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보수주의는 반공주의와 함께 반공·반북 입장은 강하게 옹호하지만 반공주의에 비해 시장의 자유를 강하게 지지하는 편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던 뉴라이트 집단이 주요 세력을 형성했다. 한국 사회의 근현대사 해석에 있어 ‘식민지 근대화론’과 같은 견해를 선구적으로 도입해 적지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주역이 되기도 했다.

자유주의에서 국가의 개입을 거부하고 개인의 자유를 극단적으로 주장하게 되면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로, 반공주의(권위주의적 보수주의)가 국가 또는 공동체의 권위를 극도로 강조하는 입장이 되면 전체주의(fascism)로 치닫게 된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의 이념지형에서 보수진영 안에 이러한 극단적 경향을 대변하는 인물은 찾기 힘들다. 보수진영 내부에서 차별성이 약하게 드러나는 점은 이 지형도에 분류된 다섯 가지 집단이 서로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다소 중첩돼 보이는 원인이다.

한편 정치인들의 경우 보수·진보의 구도 안에서는 보수로 구분되는 인사들도 전체 보수진영 안에서는 대체로 뚜렷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는 양상이었다. 따라서 다섯 묶음으로 분류된 데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정치인들은 개인 차원에서 선명한 이념 논리를 펴는 대신 당론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과, 논란이 일어나는 정치적·정책적 현안에 따라 유연하게 입장을 바꿔야 하는 제도권 정치인으로서의 태생적인 입장을 고려했다.

이 분포도는 앞서 한국의 사상계에 관한 일련의 연구를 수행한 일본 카나가와대학 윤건차 교수의 저작과 2007년 경향신문의 ‘한국 지식인 이념 분포도’를 바탕으로, 영국의 사회조사기관 폴리티컬 컴퍼스의 정치성향 척도를 참고해 작성했다.

최근 5년간 언론 보도와 칼럼·인터뷰 등을 통해 공표된 발언 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각 그룹별 분류·배치작업을 수행했다. 당사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했으나 <주간경향>의 분류방식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밝혀둔다.

보수 이념 분포도 인물 명단(가나다순)

공병호(공병호경영연구소장)
길자연(총신대 총장)
김동길(연세대 명예교수)
김문수(경기도지사)
김정배(전 고려대 총장)
김종석(홍익대 교수)
김종인(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지하(시인)
김진홍(전 뉴라이트전국연합 의장)
남경필(새누리당 의원)
남재희(전 노동부 장관)
류근일(칼럼니스트)
박세일(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박효종(서울대 초빙교수)
복거일(소설가)
서경석(목사)
서길수(전 서경대 교수)
서정갑(국민행동본부 본부장)
송복(연세대 명예교수)
신혜식(독립신문 대표)
안병직(시대정신 이사장)
유석춘(연세대 교수)
유승민(새누리당 의원)
윤여준(새정치추진위원회 의장)
윤평중(한신대 교수)
이문열(소설가)
이상돈(중앙대 명예교수)
이석연(변호사)
이영훈(서울대 교수)
이한구(새누리당 의원)
전상인(서울대 교수)
전원책(자유경제원 원장)
정몽준(새누리당 의원)
제성호(중앙대 교수)
조갑제(조갑제닷컴 대표)
좌승희(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함재봉(아산정책연구원 원장)
황우여(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