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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보수가 본 일베 “몰상식 넘어선 병적 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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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성향을 여과 없이 드러내 논란이 되고 있는 일간베스트(일베)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진보진영은 분노한다. 일정한 제재를 받도록 하거나 아예 사이트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합리적인 역사인식과 사실에 근거한 세계인식을 거부하거나 의도적으로 조롱하는 유해 사이트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기존 보수는 일간베스트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합리적 보수, 뉴라이트 지식인, 보수성향 시민단체 활동가, 보수성향 저널리스트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보수 인사들에게 물었다.

일베는 보수 사이트일까. 중도보수 성향인 윤평중 교수(한신대·철학)는 일베의 문제를 진보/보수 프레임으로 보는 데 반대한다고 말했다. “물론 일베를 합리화할 수 있는 입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인 차원의 언어놀이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일베 현상은 건전한 보수/진보 간 갈등의 관점에서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몰상식을 넘어선 병적 징후다. 유언비어와 날조된 얘기로 젊은층이 혹할 스토리를 만들어 인기를 끄는 것인데, 부정적 의미의 집단지성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는 1987년 민주화 항쟁을 바탕으로 하는데,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잠재돼 있던 5·18이다. 이것을 부정하는 것은 헌정체제에 대한 도전이고 도발이다. 어찌 보면 네오나치의 발흥과 비슷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순)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윤평중 한신대 교수·신혜식 독립신문 대표·최인식 한국시민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대표적인 합리적 보수로 꼽히는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북한 개입설 같은 주장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오히려 어느 대형마트가 일베에 광고를 했다는 사실을 더 유심히 봐야 한다. 자발적으로 한 것 같진 않고 배후에 누가 있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우파 인터넷 언론인 독립신문 신혜식 대표는 일반화의 오류를 경계한다. “일베 안에도 이런저런 목소리가 있는데 싸잡아 매도하는 건 온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일베 회원들이) 5·18 같은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만 문제제기를 했어야 했다. 문제가 된 주장(북한 개입설)에 대해서는 사과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잘못된 주장에 의미부여할 필요 없다”
보수단체들의 연대체인 한국시민단체협의회 최인식 집행위원장은 보수를 대표할 수 없는 소수 일베 회원들의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일베는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곳일 뿐이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북한이 개입했다는 말은 보수진영에서도 일부만 공감하는 주장이다. 일베 사용자가 책임있는 개인이 아닌데 특정 소수의 잘못된 주장에 의미 부여를 할 필요가 없다. 상식적인 보수라면 받아들이지 않을 주장 때문에 오히려 보수 전체가 희화화되고 욕을 먹을 수 있다.”

뉴라이트 지식인인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일간베스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했다. 그는 “언론 보도 내용을 통해 미루어 볼 때 지나칠 정도로 문제적인 주장이 나오는 것 같다. 보수는 일반적인 인식을 계승하는 입장인데, 그런 점에서는 일베를 보수라고 보기 힘들다. 과격한 주장 때문에 오히려 사회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강경보수 성향으로 꼽히는 언론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일간베스트가 보수진영에서 흔히 ‘종북좌파’라고 부르는 진보세력을 견제하는 의미에서 일정한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본다. “‘일베’라고 묶을 수 있는 확고한 정체성이 있다고 볼 순 없다. 거친 느낌이 있지만 종북좌파의 주장을 반박하고 문제제기를 한다는 점에서 나는 어느 정도 긍정적이라고 본다. 좌파의 주장에 그동안 억눌려 있던 네티즌들이 그동안 성역으로 여겨졌던 부분에서 좌파의 선동에 대항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조갑제 대표에 대한 일간베스트 일부 회원들의 견해가 흥미롭다. 조 대표는 종합편성채널 채널A와 TV조선의 보도로 사회적 논란이 일어나자 지난 5월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5·18 북한 개입설’을 11개 항목으로 반박하는 글을 올렸는데, 다음날 일간베스트 일부 회원들은 ‘결국 조갑제도 종북좌파로 전향했다’고 비판했다.

종편의 북한개입설 보도는 “방송사고”
채널A, TV조선 등 종편채널의 5·18 북한 개입설 보도가 문제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윤평중 교수는 “적자가 쌓이는 상황에서 시청률에 목을 매 선정적인 방송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악명을 떨쳐서라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최인식 집행위원장은 “일종의 방송사고”라며 “일방적인 주장이 나오리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걸러냈어야 했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갑제 대표도 종편의 무책임한 보도는 비판했지만 종편 보도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몇 년 전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군인들이 광주 시민들을 학살한 것처럼 그렸는데, 그에 대한 언론의 검증도 없었다”고 말했다.

강기정 민주당 5ㆍ18 민주화운동왜곡대책특별위원장이 5월 22일 국회에서 5ㆍ18 역사 왜곡 논란을 빚은 종합편성채널 TV조선과 채널A에 대해 해당 프로그램 폐지와 관련자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민주당은 일간베스트에 대한 운영금지 가처분을 고려 중이다. 민주당 미디어홍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경민 의원은 5월 2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극약처방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수준까지 갔다”며 “(민주당이) 일간베스트에 대한 운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운영금지 가처분 신청 검토는 진보성향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그 타당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민감한 사안이다. <주간경향>과 통화한 보수성향 지식인들은 가처분 신청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공론장에서의 자정에 맡기는 게 좋다는 입장이다.

일간베스트의 극우성향을 “언급할 가치도 없는 내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윤평중 교수도 “그런 무리한 주장은 공론 영역에서 걸러지게 하는 것이 더 낫다. 지금 일베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도 그런 자정작용이 일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신혜식 대표는 “자체적인 자정이 가능한 사안인데 너무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영환 연구위원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어느 한 정치집단의 주장만으로 운영금지까지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갑제 대표는 “개별적인 글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책임을 물어 법적인 대응을 하면 된다. 사이트 전체를 문 닫게 하는 것은 언론탄압이고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 침해”라고 말했다. 법학자인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는 “명예훼손에 대한 민사소송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법정으로 간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며 일베를 폐쇄해도 어차피 또 다른 사이트가 생길 것”이라며 자정작용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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