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가 만난 사람]한나라당의 까칠한 잠룡 홍준표 최고위원

“대통령 주변인물 중심 인사는 잘못”

한나라당 지도부에서 가장 ‘한나라당스럽지’ 않은 정치인으로는 홍준표 최고위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인데도 특별하게 신임하고 충성하는 관계는 아닌 것 같고, 친이(親李) 계열로 분류되지만 도대체가 주류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 같지 않다. 정치인으로서 ‘큰 뜻’을 품고 있는 듯한데도 계파를 만들거나 주변에 사람을 모으는 등 남이 흔히 하는 대권행보를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한 것은 그의 말이다. 정치인의 가장 큰 무기 가운데 하나가 말이다.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영향력은 다 같지 않을 것이다. 말의 무게는 말을 하는 사람의 정치적 무게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그의 말은 그런 정치적 무게를 뛰어넘는다. 어떤 때는 야당보다 더 까칠한 언어로 내부를 향해 거침없는 비판을 가한다.

국회 예산 파동, 북한의 연평도 포격, 구제역 확산 등으로 가뜩이나 어지러운 연말연시 정국에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낙마 사태가 겹치면서 정부·여당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당내 대권 예비주자들의 움직임도 정국의 복잡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벌써 레임덕 국면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쳐다보게 되는 것이 홍 최고위원의 입이다. 할 말은 반드시 하고 쓴소리도 마다 않는 그를 통해서 정국 풍향을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그가 무슨 말을 할 것인가. 혼란스런 여권의 상황을 어떻게 정리할까. 거기에 덧붙여 그는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1월 12일 국회의원회관 707호를 찾았다.

“때가 되면 꽃잎과 열매는 나무를 떠난다”
오늘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사퇴를 하면서 성명을 통해 억울함과 결백함을 주장했는데, 사퇴를 요구했던 한나라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본인으로서는 억울한 점이 많겠죠. 2003년 9월 26일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를 한나라당이 주도해서 낙마를 시켰습니다. 주된 이유가 ‘인수위 출신의 백면서생’이라는 거였어요. 이번에 정동기 후보자를 자세히 보면 인수위 출신에다가 청와대 민정수석을 했고,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 검증을 잘못해서 문책 사임을 당했습니다. 또 본인은 억울하다고 주장하지만 민간인 사찰의 배후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네 가지 사유만으로도 윤성식 후보자와 같은 잣대를 들이대게 되면 감사원장으로서는 부적합한 인물이죠.”

청와대에서는 (당이 취한) 절차와 방식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했는데….
“사전에 의논하고 조율해서 결정을 내렸으면 좋았을 것인데 불쑥 당에서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를 비토를 하게 되니까 아주 유감스럽다, 그런 뜻입니다.”

사전에 조율하다가는 청와대가 강하게 단속에 나설 것이고, 그렇게 되면 민심이 더 악화될까 우려했던 것 아닙니까.
“그런 생각도 있었죠. 그러니까 당 지도부에서 만장일치로 비토하고 바로 발표해 버렸죠. 다소간의 그런 정도의 잡음은 각오하고 한 겁니다.”

여론이 악화된 데는 ‘7개월에 7억 원 수입’이라는, 이른바 ‘국민정서법’이 더 크게 작용한 것 같은데요.
“사실 이용훈 대법원장 인준청문회 때는 그 돈보다 더 많았죠. 그때는 소위 진보진영이나 정권 담당하는 사람이 감싸줬습니다. 그런 잣대는 민주당으로서는 옳지 않죠. 당 지도부에서는 그것보다 과거 윤성식 후보자와 비교해서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렇게 결정을 내린 겁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인사 때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된다고 봅니까.
“인사를 잘못하고 있죠. 대통령 후보 경선과 대선 때 주변에 있었던 인물만 중심으로 인사를 하다 보니까 인재풀의 범위가 좁아지죠. 좁아지다 보니까 돌려막기 인사를 하고 회전문 인사를 할 수밖에 없죠. 지금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인정하지 않지만 결국 이번 인사파동이 레임덕의 신호탄이 되지 않겠습니까.
“때가 되면 꽃잎과 열매는 나무를 떠납니다. 자연현상이나 인간사, 그리고 정치도 똑같습니다. 레임덕이 없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레임덕이라는 게 없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지혜롭게 정권을 마무리해가는 것이 청와대의 역할입니다.”

과거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때 자기가 몸담았던 당을 다 탈당하지 않았습니까. 벌써 탈당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불행한 일이었죠.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때 왜 탈당을 했겠습니까. 당에 남아있어 본들 선거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대통령 탈당 자체도 비겁한 행동이지만 당에서 탈당 요구하는 것도 아주 비겁한 행동라고 봅니다. 같이 가는 거예요. (언성을 높이면서) 당이 집권기에 단물 다 빨아먹고 용도 폐기하는 겁니다. 대통령과 당은 공동운명체가 돼야 합니다.”

“구제역 파동은 대통령 인사 잘못에서 비롯된 것”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민심과 너무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여 당에 부담이 된다고 보지 않습니까.
“지금 그런 상태죠. 그런데 묘하게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50% 정도 됩니다. 여론조사 수치가 옳은지 그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지방선거 때도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50%가량 됐습니다. 그런데 선거에 졌습니다.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일심동체인데도 대통령 지지도와 한나라당 지지도가 다릅니다. 대통령 지지도는 50%가량 되지만 한나라당 지지도는 35%까지도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한나라당은 대통령한테 의지하고 있습니다. 그렇죠? 수치상으로는 의지하고 있잖아요.”

청와대의 정무감각 마비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이번 구제역 파동에도 나타나는데요. 대통령 신년사에 한 마디 언급도 없었던 것이라든가, 농민이 자살하고 공무원이 과로사하는 상황에서 지난 주말 대통령이 뮤지컬을 관람한 것 등은 민심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지적이 많지 않습니까.
“구제역 파동도 근본적으로 따져보면 대통령의 인사정책이 잘못돼서 그런 겁니다. 전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물러나기 일주일 전에 인사를 했어요. 원래 장관이 물러날 때는 인사를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물러나기 일주일 전에 인사를 새로 했고, 구제역이나 그 분야의 전문가들을 다 바꿔버렸어요. 그리고 새로 들어온 장관은 농수산 업무를 전혀 모르는 사람입니다. 친이·친박 계파 나눠 먹기식으로 장관을 하나 임명해주는 그런 형식으로 인사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새로 들어온 장관도 구제역 파동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모르고, 또 담당 공무원들이 일시에 다 바뀌어버렸으니까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그래서 구제역이 커진 것으로 나는 봅니다.”

홍 최고위원은 딱 부러지게 말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그리고 그 지지기반인 보수층에 대해서 날선 비판을 가하면서도 대통령 탈당이라든가 무상급식 등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 입장을 취했다. 맺고 끊는 게 분명했다. 그는 당의 인기는 떨어지는데 대통령 지지도는 높은 기현상에 대해 이 대통령이 경제와 외교에서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대목에 대해 반론을 제기해보았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적 성공은 대기업에 편중된 지표상의 성과이지 서민경제와는 무관한 것이고, 외교에서도 미국에 너무 치중하는 바람에 중국·러시아 등과 멀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보는 측면에 따라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세계적 금융위기가 왔을 때 OECD 국가 중에서 대한민국이 제일 먼저 탈출했고, 성장률도 가장 높습니다. 그것이 말씀하신 대로 대기업 편중의 성장이다, 서민가계 생활이 어렵다, 이런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을 때 친서민 중도실용으로 바꿨습니다. 그래서 금년부터 아마 친서민 중도실용정책을 강화할 겁니다. 성장의 효과가 중소기업이나 서민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앞으로 본격적으로 나올 겁니다. 외교문제도 그렇습니다. G20 의장국이 됐다는 건 대단한 성과입니다. 각론상으로 한·중 간에 문제가 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성과가 컸다고 저는 봅니다.”

“일본과 군사협정, 옳지도 않고 해서도 안 된다”
최근 일본과 군사협정 얘기가 있지 않습니까. 독도 문제가 더 악화된 상황에서 국민정서가 용납을 하겠습니까.
“일본과 군사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반대합니다. 그거 옳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일본·한국과 중국·러시아·북한 간의 6자 대립체제가 더 가속화됩니다. 우리가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이유는 북의 군사적인 도발을 저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거기에 일본까지 덧붙여 버리면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6자가 대립하는 구도로 더 심화되기 때문에 한·일 간의 군사협정 체결은 있어서도 안 되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됩니다.”
홍 최고위원은 현 정부의 정책뿐 아니라 이 대통령을 겨냥한 직설도 서슴지 않는다. 그는 이 대통령을 단순한 정치적 관계로만 보지 않는다. 이 대통령을 ‘형님’, 김윤옥 여사를 ‘형수야’라고 불렀을 정도다. 그런데 왜 이 대통령의 민감한 부분을, 그것도 공개적으로 아프게 건드리는 것일까.

“‘권력형 비리 게이트’가 터지면 레임덕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최근 함바 게이트를 보면서 그 말이 새삼 의미심장하게 들립니다.
“함바 게이트 같은 경우는 참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 내가 왜 이명박 정부는 권력 게이트에 연루돼서는 안 된다, 그러면 바로 레임덕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죽 했는가 하면, 제가 검사 시절 12년 동안 아마 검사 중에 유일하게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두 번이나 하명이 아닌 인지수사를 해봤습니다. 정치판에 들어와서는 YS가 임기말에 어떻게 무너지는가, DJ·노무현 권력 게이트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떻게 정권이 허물어지는지를 봐왔어요. 이명박 대통령의 권력비리를 어떻게 하면 예방을 하고 대통령한테 영향이 안 가도록 할 수 있느냐를 내가 제일 잘 안다고 봅니다. 대통령에게 내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하는 것은 권력비리 터지면 당신 망한다, 나라도 어려워진다, 여기를 철저히 단속하라는 뜻입니다. 대통령 친인척 감시라인을 바꿔라, 국가정보원의 정보라인 바꿔라, 검찰 정보라인도 바꿔라, 그런 얘기죠. 그런데 바꿀 생각을 안 해요. 그래서 걱정스럽습니다.”

세 가지 정보라인이 다 제대로 작동이 안 된다는 겁니까.
“작동이 안 된다고 봅니다. 제가 겪은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감시 통제해야 될 기구에 있는 사람들이 늘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감싸고 은폐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통령을 모신 지 16년이 됐습니다. 대통령을 위한 개인적인 충정으로 하는 소립니다. 이 정부의 권력비리가 없는 줄로 안다면 큰 오산입니다. 권력비리는 어느 정권 하에서도 있게 마련입니다.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지 않으면 집권 말기에 터지게 돼 있습니다. 터지면 똑 같은 전철을 밟게 된다, 이 말입니다. 이건 중요한 얘깁니다.”

“올 6월 안에 한나라당 지도부 새로 구성해야”
정치권으로 눈을 돌리면 한나라당 앞에도 쉽지 않은 정치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4월에는 재·보궐선거라는 관문이 있다. 그 결과에 따라 6월에 있을지도 모를 당 지도부의 변화 폭이 결정될 수 있다. 친이·친박 간의 갈등이 표면화할 수도 있다. 여러 경우의 수 가운데는 홍 최고위원의 거취도 포함될 것이다. 당헌상 선출직은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하려면 대선 1년 반 전에 사퇴해야 하기 때문이다.

4월 재·보선 후에 당 지도부를 아예 새로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그렇습니까.
“사실 정권 후반기에 재·보선이라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년 총선인데 4월 재·보선이 하나의 빌미가 되고 구실이 될 수가 있습니다. 지금 지도부의 임기가 내년 7월 12일까지입니다. 내년 7월 12일이 되면 이미 대통령 후보 경선에 돌입해 있습니다. 전당대회를 할 수가 없습니다. 지도부가 없어져버립니다. 그러면 지도부 없이 비상대책기구 가지고 대통령 후보 경선 치른다? 그것도 맞지 않는 것이죠. 그래서 금년 상반기에 전당대회를 해서 새 지도부로 하여금 안정적으로 총선과 대선을 담당하게 해야 합니다.”

안상수 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이 제기하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까닭이 뭡니까.
“분권형 대통령제는 15년 전부터 제가 주장을 해왔습니다. 개헌의 시점이 맞느냐, 지금 가능하냐, 그 문제입니다. 개헌을 하려고 했으면 야당과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서로 타협을 해서 예산을 처리했어야죠. 야당이 개헌 문제를 덥석 잡을 아무런 정치적 명분이 없습니다.”

‘지금은 박근혜 시대’라고 말한 적이 있잖습니까. 이제까지 대선 2년 전쯤에 가장 앞섰던 분이 대통령이 된 적이 없더군요.
“박근혜 전 대표 지지계층의 가장 중심축은 영남 보수입니다. 그런데 영남 보수로는 예선에서는 무난할지 모르나 본선에 가면 어려움에 처할 수가 있습니다. 문제의 소재는 수도권입니다. 수도권의 표심과 젊은 표심을 잡는 사람이 본선에서 이기는 구도가 될 겁니다. 현재의 여론조사 지표상으로는 ‘박근혜 시대’죠. 그러나 본선까지 돌파할 수 있을지에는 상당한 의문부호가 있습니다.”

“박근혜 대 비박근혜 승부 누구도 예측 못 해”
박근혜 대세론이 언제까지 갈지 회의적이라는 뜻이군요.
“현재의 구도로 내년 대선을 판단하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한국의 대선구도는 역동성이 있고 폭발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지표상으로 예측을 한다는 건 어리석은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 말고는 누가 있겠습니까. 김문수 경기지사나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요.
“좀 봐야 되겠죠. 결국은 한나라당 내에서는 박근혜 대 비박근혜 연합의 구도로 경선을 치르게 될 겁니다. 비박근혜 연합세력이 대표선수로 한 사람을 뽑겠죠. 또 뽑아야 되겠죠. 그래서 박근혜 전 대표와 1대 1 구도로 대결을 하게 되면 그 승부는 누구도 예측 못 합니다. 경선에서 말입니다.”

홍 최고위원께서도 의지는 갖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자기 시대를 만나야 되기 때문에 ‘홍준표 시대’가 올지 안 올지는 내… 보겠습니다.(웃음)”

다음 대통령은 어떤 인물이 돼야 합니까.
“한반도는 동북아의 한 귀퉁이에 있는 5000년 변방국가입니다. 세계 중심국가로 가기 위해서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 이 모든 부분이 어떻게 바뀌어야 되는가에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의 상황을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되고 나서 5년 동안 소위 진보좌파시대를 열었습니다. 그 다음 이명박 대통령이 돼서 지금까지 보수우파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보수와 진보의 갈등, 좌파와 우파의 갈등이 거의 극에 달했습니다. 다음 대한민국 지도자는 누가 되든지 간에 좌파 대통령이 되면 우파를 끌어안고, 우파 대통령이 되면 좌파를 끌어안는, 그런 대통령이 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얘기는 누구나 다 하지 않았습니까. 이명박 대통령도 그렇고요.
“국민통합, 화합 얘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좌우 대립, 보수·진보 대립을 통합하겠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죠. 좌파 노조 출신인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우파 끌어안기입니다. 보수 우파 출신을 각료로 등용하고 국가 경영에 같이 참여시켜서 나라를 운영해온 결과 브라질이 성장과 분배에서 동시에 성공한 나라가 됐습니다. 그래서 퇴임 당시에 국민 85%의 지지를 받았다는 건요, 거의 이건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겁니다.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되든지 간에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끌어안았으면 합니다.”

홍 최고위원의 이념적 지향은 무엇입니까.
“저는 정치를 보수적 관점에서 봅니다. 경제는 진보적 관점에서 봅니다. 제가 국회에 들어와서 의정활동 기간 내내 내세웠던 반값 아파트, 재개발·재건축 정책, 국적법, 금융 20% 서민대출 전환, 중소기업 대기업 상생구조… 전부 진보정책입니다. 그래서 제가 취하는 노선을 ‘진보적 보수주의’라고 합니다. 진보와 보수가 대립하는 말인데 그런 용어가 가능하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만, 이번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내건 슬로건을 보니까 프로그레시브 컨서버티즘(Progressive Conservatism), 진보적 보수주의잖습니까. 보수당의 입장에서 노동당의 정책을 대거 가져왔습니다. 이게 제대로 국민한테 이해가 되어줬으면 좋겠는데, 내가 내세운 정책은 전경련이나 경총에서는 좌파정책이라고 하잖아요. 나는 그게 ‘참보수’ 정책이라고 보거든요. 보수가 탐욕스럽지 않고 가진 자가 양보하는 세상이 되고, 가지지 못한 자가 좀 더 기회를 많이 가지는 세상, 쉽게 말하면 ‘부자에게는 자유를, 가난한 자에게는 기회를’ 주는 겁니다.”

홍 최고위원께서 1년 전쯤에 낸 에세이집 <변방>의 제목이 말해주듯이 개인사나 국가적 상황이나 변방에서 중심으로 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미 정치의 중심에 들어와 있지만 중심의 중심으로 가려면 무엇이 더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중국 제왕학의 고사에 후흑론(厚黑論)이라고 있습니다. 얼굴은 두껍고 마음은 시커머야지 지도자가 된다는 거죠. 그걸 지난여름에 한번 읽어봤어요. 그런데 후흑론대로 실천을 하다가는 내 가슴에 병이 생길 것 같아서…(웃음) 도저히 그렇게는 못 하겠고 후흑론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어떻게 하면 내가 생존할 수 있는가, 그 방법을 요즘 강구하는 중입니다.(웃음)”

신동호가 만난 사람

당권과 대권을 놓고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느 쪽을 택하겠습니까.
“그건 6월쯤 가봐야지 판단이 될 겁니다. 금년 6월이 최고위원 사퇴의 마지막 시한이니까요.”
‘홍준표 시대를 기다리고 있다’ ‘시대가 사람을 모아줄 것이다’ ‘흐르는 물은 앞을 다투지 않는다(流水不爭先)’. 그가 살아가는 방식이자 정치를 하는 방식인 것 같다.

<글·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