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가 만난 사람]민주대장정 나선 손학규 민주당 대표

“잘못한 것 되돌려질 때까지 싸워야죠”

경망스럽게도 코딱지 이야기부터 시작됐다. 현 정권의 가장 강력한 견제세력을 대표할 뿐 아니라 다음 대통령이 될지도 모를 사람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게 첫 질문을 한 것이 실수였다.

‘정치의 해’가 될 게 분명한 2011년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무섭게 ‘떠오르는 해’가 될 것인가. 그의 정치적 명운, 거창하게 얘기해서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는 문제에 대한 물음이다. 이명박 정권의 독주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질주를 막지 못하면 제1야당의 현재와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그렇게 되면 국민은 유일하다시피 한 대안마저 잃고 말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코딱지와 손똥 사건
손 대표는 그 물음에 답할 수 있는 고리를 잡았다. 이명박 정권의 지시와 한나라당의 주도로 이뤄졌다는 ‘12·8 날치기’가 그것이다. 손 대표는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은 장외투쟁을 하고 있다. 지난 12월 28일 서울 집회를 끝으로 전국 16개 시·도를 순회한 20일 간의 1차 투쟁을 마무리하고 새해부터는 234개 시·군·구까지 도는 2차 투쟁에 돌입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일부 정치공학적 시각처럼 정부·여당이 그에게 천재일우의 기회를 준 것일까.

지난 12월 27일 서울광장 100시간 천막농성까지 포함해 19일째 ‘노숙투쟁’을 벌여온 손 대표를 만났다. 전방 군부대를 방문하고 잠깐 들른 서울 종로구 견지동 동아시아미래재단 사무실에서다. 30년 만의 강추위와 폭설 속에 거리를 누비고 천막에서 칼잠을 자는 풍찬노숙의 강행군을 이어온 탓인지 초췌한 표정이었다. 사무실에 들어와서도 그는 외투를 벗지 않았다. 트레이드마크처럼 된 자주색 목도리도 풀지 않았다. 놀랍게도 자리에 앉자마자 오히려 더욱 여미는 게 아닌가. 무심결에 “코피까지 흘렸다면서요?”라고 운을 뗐다. 그게 잘못이었다.

“아니에요. 코딱지가 떨어져가지고서….”
손 대표는 웃지도 않고 대답했다. 뜻밖의 반응에 적이 당황하면서 순간적으로 경기도지사 시절 유명한 일화인 ‘손똥 사건’이 생각났다. 장애아 목욕 봉사를 하면서 손으로 변을 받은 일 말이다. 왜 그 생각을 하게 됐는지 되새겨볼 겨를이 없이 일단 인터뷰 분위기부터 정상화(?)해야 했다.

노숙투쟁을 하면서 많이 춥고 힘들지 않았는가 해서요.
“노숙투쟁은 무슨… 뭐, 견딜 만했고, 힘들거나 추웠다는 생각은 안 들어, 허허허.”
웃음만큼 분위기를 일순간에 바꾸는 언어는 없는 것 같다. 잠깐이나마 낯설었던 분위기가 가시자 뜬금없이 ‘손똥 사건’이 떠오른 연유도 생각났다. 그것은 그가 2006년 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정치에 복귀하면서, 그리고 2007년 당시 범여권 합류를 앞두고 결행한 두 차례 ‘민심대장정’과 관련이 있다.

땀에 젖은 수건, 맥고자, 텁수룩한 수염, 탄가루로 범벅이 된 얼굴의 언론에 보도된 손 대표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농가에서 축사를 청소하고, 막장에서 석탄을 캐고, 조선소에서 용접을 하고, 빵집에서 빵을 굽고… 밑바닥 민초와 하나도 다를 것 없는 거물 정치인의 모습에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코딱지가 말해주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손학규의 코딱지’라고 해서 서민의 그것과 뭐가 다른가. ‘민생대장정’을 하듯이 이번에는 ‘민주대장정’을 하고 있다는, 그 특유의 자연스러움의 표현이 아닐까.

1차 장외투쟁이 내일(12월 28일)로 마무리되는데, 소감이 어떻습니까.
“아, 전국 돌면서 우리가 확인한 게 두 가지예요. 하나는 민심이 많이 분노하고 있고, 이명박 정권한테서 많이 떠나가 있다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우리가 현장 투쟁을 통해서 국민에게 날치기의 실상과 내용을 알릴 수 있었다는 거죠. ‘날치기 범죄’의 성격이 이명박 대통령의 독재다, 독재화다, 그렇게 규정할 수 있었습니다. 또 그 내용은 이명박 정권의 반서민적인 본질을 드러낸 것이고요. 날치기 하면서 서민 예산은 다 깎고, 챙기지 못하고, 심지어는 여당의 대표가 약속한 육아수당 예산까지 날려버리지 않았습니까. 이명박 정권의 속성과 본질을 드러내보인 것, 이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새해에는 시·군·구 단위까지 순회하는 2차 투쟁을 한다고 했는데….
“그렇죠.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분노에 대답하지도 않고, 잘못한 것을 전혀 반성하지도 않고, 사과하지도 않고, 문제를 풀려고 하는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잖습니까. 국민과 함께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그 본질에 대해서 규탄하고 심판할 수밖에 없는 거죠.”

“예산·법안 되돌릴 때까지…”
불가피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장외투쟁을 장기화하는 데는 정치적 부담이 따를 텐데요.
“예산안 날치기가 으레 있었던 날치기라면 또 몰라요. 으레 있었던 수준이란 건 예산 심의를 거의 다 하고 마지막에 몇 가지 쟁점을 놓고 합의를 못 해서 날치기를 하는 것이에요. 여태까지 예산 날치기가 그랬습니다. 그런데 예산 심의를 끝까지 하지도 않고 느닷없이 심의 종결을 선언하고 국회 상정도 되지 않은 법안까지 끼워서 날치기로 통과시키는 법이 어디 있어요? 더구나 서울대법인화법과 같이 국가 백년대계라든가, 아랍에미리트(UAE) 파병동의안같이 신성한 국방 영역까지 짓밟았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이명박 정부라고 할 것도 없어요. 이명박 대통령이 의회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데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뭐가 있겠어요?”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예산안 처리를 회기 내에 반드시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하잖습니까.
“그렇게 급하게 할 게 아닌데 일부러 그렇게 한 겁니다. 그냥 반대하고 선동하기 위해서 제가 그러는 게 아닙니다. 저희도 국회뿐 아니라 정부에서 예산을 다룬 경험이 있잖아요. 12월 31일까지 해도 큰 문제가 없는 겁니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마저 짓뭉개면서까지 그럴 게 아니죠. 한나라당 국회의원들도 정말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이미 예산이 집행되는 상태에서 예산 재심의가 가능하겠습니까.
“잘못한 것 다시 해야죠. 예산은 추경이라는 형식을 통해서 얼마든지 재심의가 가능합니다. 법안은 우리가 폐기 법안 냈고요. 되돌려질 때까지 싸워야죠. 이미 지나간 일을 어떻게 되돌리겠느냐고 하겠지만 분명히 저들(정부·여당)도 타격을 받을 겁니다.”

손 대표는 의외로 강경했다. 장외투쟁의 정치적 득실을 따져볼 때 득보다 실이 많을 것 같은데 말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단기적으로는 손실, 장기적으로는 이득”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당의 전열을 가다듬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지지율을 올리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손 대표로서는 지지율을 끌어올려 당내 입지를 확고히 하는 게 무엇보다 급선무가 아닌가.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은 많지만 여론조사 상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일정한 지지가 굳건한 것 같습니다. 반면 민주당이나 손 대표에 대한 지지는 상대적으로 답보상태에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게(지지율이) 쉽게 올라가겠어요? 어차피 보수층의 공고한 지지가 있고, 안보정국을 정치적으로 이용까지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거꾸로 봅시다. 연평도 사태와 같이 엄청난 안보정국에서 그 정도밖에 되지 않잖아요.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고 초기 지지가 상승한 기세를 갖고 재선한 것을 생각해봐요. 전쟁 상황에서는 집권 여당이 압도적인 이점을 챙기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렇게 못 하잖아요. 그건 민주당의 (장외투쟁의)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놔뒀으면 안보정국으로, 안보정국에서 공안정국으로 이어지고, 이 나라는 더욱 더 노골적인 독재화가 될 것입니다.”

방금 전방 군부대를 방문하고 돌아왔는데, 특별히 느낀 점은 없습니까.
“우리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민생을 챙기고 남북 간의 교류·협력, 다시 말하면 평화를 추구하면서도 결코 안보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 보여주기 위해서 다녀왔습니다. 대한민국 국군으로서 자부심을 심어주고 전방을 지키는 군 장병이 있어서 국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데 대해 감사하고 그 노고를 치하하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외유내강하고 내유외강
안보문제가 나오자 손 대표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목소리에는 노기마저 묻어나고, 심각한 표정 가운데는 억울함도 배어 있었다.
“연평도 사태에 대해서는 제가 분명히 여러 번 강조하고 또 강조했습니다. 북한 책임이다, 북한 당국이 사과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해야 한다고요. 시청 앞 천막농성을 접고 철수하고 국민서명운동도 중지시켰습니다.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야말로 안보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안보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확고합니다. 나라를 전쟁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평화의 길로 가야지 해법이 있다, 이 생각도 확고하고요. 군사훈련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거예요.”

손 대표만큼 복잡·다양한 이미지의 정치인은 그리 흔치 않은 것 같다. KS(경기고·서울대) 출신에다 대학교수 경력의 엘리트 이미지, 학생운동·빈민운동·노동운동·민주화운동을 통해 각인된 투사적 이미지, 국회의원·장관·도지사 등 정·관계 활동에서 보여준 온건·합리적 이미지, 정치적으로 여·야와 보·혁을 두루 경험한 이력, 사회적으로 기득권층이면서 ‘민생대장정’ 등을 통해 보여준 극단적 서민 행보…. 겉모습 또한 그렇다. 외유내강이면서 내유외강인 듯도 하다.

여러 요소가 중첩 또는 혼재돼 있으면 대중성을 얻는 데 도움이 되는 한 가지 뚜렷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가에서는 바로 이런 점이 손 대표의 약점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통합형 리더로서 훌륭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국민통합은 역대 정권의 최대 과제 중의 하나였지만 어느 시기든 노력이 부족했고 이루지도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그 역할을 해야 할 정치권부터 극한대립으로 치달은 것이 이를 말해준다. 어느 때부턴가 ‘큰 정치’라는 말이 정치권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손 대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제1야당 대표로서 대통령과 담판해서 문제를 풀 의향은 없습니까.
“대통령이 대화를 통해서 이런 문제를 풀자고 하면 얼마든지 만날 수 있죠. 그런데 그런 자세가 돼 있느냐는 겁니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하고 나서 여·야 대표들을 초청해서 밥 먹는 자리 같은 걸 생각한다면 그건 진지한 자세가 아니죠. 둘이 만나서 깊이 있게 대화를 해서 정 어려운 게 있으면 대통령이 이러이러한 어려움이 있으니 야당이 양보를 해주시오라고 하고, 또 야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이러이러한 건 잘못됐으니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서로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이런 자세만 돼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죠. 그런데 지금 이 정부에 그런 자세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그런 자세가 돼 있느냐는 겁니다.”

먼저 제의할 수도 있잖….
“(말을 막으며) 먼저 제의라는 것이… 대통령이 생각이 있으면 얼마든지 야당의 대문은 열려 있는 거예요. 그렇잖아요.”

“개헌론은 정치적 술수”
(천막농성을 할 때) 이재오 특임장관을 문전박대했는데….

“무슨 문전박대요, 박대는. 그렇게 날치기를 해놓고 뭘 보러 오겠다는 거요. 이러이러한 것 잘못됐으니 이러이러한 잘못된 것을 고칠 용의가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상의를 할 용의가 있다고 해서 야당 대표를 찾아온다면 모르겠어요. 그렇더라도 사전에 정중하게 어떠어떠한 의제를 갖고 만나고 싶다고 (요청을) 했어야 되는 것 아니에요? 언론을 통해서 갈 것 같다고 흘리고 그냥 무작정 들이닥쳤잖아요. 세상에 누굴 찾아갈 때 불쑥 가서 문 두드리나? 설사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말이에요. 이 정부는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정부예요.”

이 장관이 개헌 카드를 들고 나온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나오긴 뭘 나와요. 카드는 무슨 카드예요. 예산안이랑 날치기해 놓고서는 정국 뒤집으려고서는, 국면 전환하려고서는….”

지금으로서는 별로 고려할 가치가 없다는 겁니까.
“아니, ‘지금으로서는’이고 자시고 이 정부에서 개헌은 뭐가 왜 필요하다는 겁니까. 대통령 권력이 집중됐다고? 자기네들이 (그렇다면) 하지 말아야지. 대통령 명령 일언지하에 국회 날치기를 하고, 대통령 명령 일언지하에 국회 상정도 하지 않은 법을 날치기 통과시키고… 단 한 차례의 심의 토론도 없이 날치기 통과시키는 거수기 국회가, 또 그 사람들이 무슨 대통령의 권력이 비대하다,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어요? 참 웃기는 사람들이에요.”

손 대표는 12·8 날치기 이전에는 개헌론과 관련해 “꼭 필요하다면 책임정치 차원에서 4년 중임제 정도는 생각할 수 있지만 현행 5년 단임제도 제대로만 하면 대통령이 사심 없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선거제도 등과 관련해서는 “전국 득표율을 각 권역에 적용해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세우는 제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날치기 이후 손 대표는 이런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강하게 경계했다.

“개헌의 의도가 뻔한 거예요. 두 가지. 하나는 어쨌거나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호도하고 날치기 정국의 변화를 위한 정치적인 목적이에요. 그건 또 별 거 아니에요. 두 번째, 어떻게 해서든 판을 흔들어서 정권을 연장하겠다는 것 아니에요? 되지 않을 것도 뻔히 알면서 저런다니까.”

민주당의 최대 목표라면 다음 정권을 탈환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가장 강적이라고 할 수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지금 어떤 상대를 놓고 얘기를 할 차원은 아닙니다. 이번 예산안 날치기를 통해서 아주 정면으로 부정당한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우는 일을 위해서 국민적인 힘을 모으는 게 먼저죠. 그리고 이 정권은 계속 전쟁 분위기로 몰고나가자는 건데 그걸 막고 평화의 길로 나가도록 하는 것이고, 이번 예산투쟁에서 벌어진 반민생·반서민적인 이명박 정부의 본질을 파헤치고 규탄하면서 민생과 서민을 우리가 챙긴다고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제 앞으로는 상당한 부분이 정책투쟁화할 것입니다. 올바른 전략은 대안정당의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어나가는 것이지 어떤 사람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하는 건 아니죠.”

“나의 정치 지향은 진보적 자유주의”
국민으로부터 대안 세력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권력을 견제·비판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가 비전이라든가 전략, 정책을 제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복지 외에 민주당 또는 손 대표가 갖고 있는 특별한 국가 전략이나 차별되는 정책이 무엇입니까.
“그런 게 왜 없겠습니까. 지금 공약 수준에서 내놓고 할 일은 아니고 총선과 대선에 대비해 정책 기획을 해나갈 것입니다. 복지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모든 정치세력의 관심이 돼 있는가를 생각해봐야 해요. 복지가 이제 가장 중요한 국가전략이 돼버린 겁니다. 왜냐? 우리가 소득 2만 달러 시대를 10년 가까이 끌어오면서 복지체계를 제대로 정비하지 못한 거죠. 그리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무상급식이라고 하는 것이 하나의 중요한 바로미터가 된 겁니다.”

손 대표는 우리가 이제까지 추구해왔던 선택적 복지 내지는 기회적 복지만 가지고는 우리 사회의 변화하는 성격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무상급식의 예에서 보듯이 단순히 밥을 먹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인격적 대우까지 포함하는, 보편적 복지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운하나 나중에 슬그머니 없어진 ‘열차 페리’ 같은 건설이나 역사는 오히려 국가 전략의 한 부분이에요. 복지, 교육, 환경 등 인간의 삶과 직접 관계되는 것들에 대한 미래 비전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는 것이 지금 세계적 추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겁니다.”

4대강 사업은 이미 예산 편성이 돼 버렸는데 어떻게 저지할 수 있겠습니까.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힘으로 밀어붙일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걸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건설을 강행한다 하더라도 그 이슈는 계속 남아 있을 겁니다.”

손 대표의 정치적 지향은 한나라당 시절인 2000년 출간한 저서의 제목처럼 ‘진보적 자유주의’다. 전통적 자유주의의 자유방임적 무책임성과 신자유주의의 사회적 무책임성을 극복한 한국적 진보주의, 한국적 제3의 길로 소개돼 있다. 그는 진보적 자유주의 3대 요소로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와 더불어 복지사회를 꼽았다.

신동호가 만난 사람

지금의 정치 이념도 ‘진보적 자유주의’ 그대로라고 보면 됩니까.
“예. 벌써 10년이 됐네요. 10년이라는 세월이 우리 사회 구조를 많이 바꿔놨으니까 내용은 좀 달라져야 하겠지만 그 기본적인 틀은 마찬가지입니다.”

<글·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