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新 인맥]MB정권 정·관계 진출 증가한 영남대

17대 국회 파워그룹으로 부상

MB정부 들어 영남대가 뜨고 있다. 정·관계를 중심으로 1970년대 사학 명문의 인재들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영남대 전경.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영남대의 힘!’
지난 4월 국회의원 선거 직후 영남대가 전국 일간지에 낸 전면광고의 카피다. 영남대는 4월 9일 실시한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17명의 동문을 국회에 입성시키며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았다. 지역구 의원 15명과 비례대표의원 2명을 배출하며, 서울대(111명), 연·고대(25명)에 이어 성균관대(17명)와 함께 많은 국회의원을 배출한 대학이 된 것이다. 지방대학 중에선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영남대 출신의 18대 의원들을 보면 3선의 관록으로 지난 7월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에 임명된 전재희 의원(경기 광명 을·한나라당)과 김성조 의원(경북 구미 갑·한나라당)을 비롯해 재정경제부 차관 역임 후 경북 안동에서 무소속으로 당선한 김광림 의원(이후 한나라당 입당), 재선에 성공한 이명규 의원(대구 북 갑·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을 지낸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 을·한나라당) 등이 있다. 또 박보환 의원(경기 화성 을·한나라당)과 비례대표로 당선한 전혜숙 의원(민주당)도 학부 출신이다.

여기에 김태환 의원(구미 을·무소속 당선 후 한나라당 입당), 정희수 의원(영천·한나라당), 이인기 의원(고령성주칠곡·무소속 당선 후 한나라당 입당), 이철우 의원(김천·한나라당), 최경환 의원(경산 청도·한나라당), 유승민 의원(대구 동 을·한나라당), 서갑원 의원(순천·민주당) 등 지역구 7명과 비례대표 송영선 의원(친박연대) 등 모두 8명이 경영대학원 출신이고, 행정대학원 출신으로는 주성영 의원(대구 동 갑·한나라), 조원진 의원(대구 달서 병·친박연대 당선 후 한나라당 입당) 2명이 당선했다. 영남대는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학부 출신 5명 등 총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부상한 영남대 출신 대표 정치인으로는 전재희 신임 보건복지가족부 장관과 주호성 의원을 들 수 있다. 전 장관은 행정고시 13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후 노동부 노동보험국장, 직업훈련국장을 지냈으며, 1994년부터 1998년까지 경기 광명시장을 역임했다. 광명 을에서 16~18대 국회의원을 거치면서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전 장관의 이름 앞에는 여성 최초 행시 합격(13회), 여성 최초 관선·민선 시장 등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다.

17명 국회 입성, 정치권 파워그룹

김원일, 김재박, 박경철, 우동기, 설도윤, 박석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주호영 의원의 부상도 눈여겨볼 만하다. 주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삼고초려’한 불교통으로, 후보 비서실장 겸 대변인 겸 수행실장, 당선인 대변인으로 호흡을 맞춰와 MB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영남대에서 학사·석사·박사학위를 취득한 순수 ‘영대맨’인 주 의원은 판사 출신의 빠른 판단과 균형감이 뛰어나며 특히 불교에 정통할 뿐 아니라 전국의 큰스님과 스스럼없이 지낼 정도로 광범위한 불교계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한나라당의 홍준표·이인기·엄호성 의원과 민주당의 신기남 전 의원, 이상열·추미애 의원 등과 함께 사시 24회 동기다.

선거를 통한 선출직 외에도 영남대 출신 동문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정·관계, 재계, 학계, 언론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MB정부 첫 내각에서 김장실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김종신 감사위원, 이창환 감사교육원장을 배출했다.

김장실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은 경남 남해 출신으로, 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문화공보부 행정사무관을 시작해 대통령비서실(사정·정무) 서기관, 대통령비서실(정무1) 부이사관, 대통령비서실장 보좌관을 거쳐 문화관광부 공보관, 문화관광부 예술국장, 한국예술종합학교 사무국장, 국무조정실 교육문화심의관, 문화관광부 종무실장 등을 역임했다. 청와대 근무 경력이 길어 정·관계에 두루 인맥이 넓은 편이다.

이뿐 아니라 영남대는 대통령실 직속 김명식 인사비서관과 경제수석실 송종호 중소기업비서관 등 청와대 인사 2명도 배출했다. 서울대, 고대 판에서 2명은 적지 않은 숫자다. 김 비서관은 영남대 경영학과 76학번으로 중앙인사위 인사정책국장을 지냈으며, 송 비서관은 영남대 전기공학과 75학번으로 중소기업청 창업벤처본부장을 지냈다.

김명식, 김성조, 김장실, 주호영, 전재희, 송종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김석기 서울경찰청장 등도 눈에 띈다. 경찰간부 후보 27기로 오사카 총영사관 영사, 수서경찰서장, 주일대사관 외사협력관, 서울경찰청 경무부장, 경찰청 경무기획국장, 대구지방경찰청장, 경북지방경찰청장 등을 역임했다. 대한민국 경찰 마스코트 ‘포돌이’를 창안한 인물이다. 영남대는 경찰 인맥이 두터운 곳으로, 경찰청장을 네 명이나 배출했다. 최기문 전 경찰청장을 비롯해 이인섭·한진희 서울시경찰청 청장을 배출했고, 현재 김석기 청장도 영남대 행정학과 출신이다. 어청수 경찰청장 대리 경질 논란의 주인공인 한진희 전 청장은 현재 경찰대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밖에 김인종 대통령실 경호처장, 이현동 국세청 신임 조사국장과 손병조 신임 관세청 차장, 백운현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김종신 감사위원, 정장식 중앙공무원교육원장 등도 요직에 오른 영남대 출신들이다.

법조인으로는 이병후 전 대법관이 첫손에 꼽힌다. 그는 인천지법원장, 헌법위원 등을 역임했다. 이민수 전 부산지법원장은 청주지법원장, 부산지법원장, 대구지법원장 등을 지냈고, 참여정부 시절 배기원 대법관은 유일한 지방대 출신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지난해 연말 중앙인사위원회가 제출한 1~3급 고위공무원 중 대학을 졸업한 고위공무원 1265명의 출신 대학교를 분석한 결과, 서울대 출신이 307명(24.3%)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순이며, 영남대는 36명으로 9위에 올랐다. 영남대는 참여정부 당시에도 장·차관급을 인사를 4명 배출해 지방사립대 중 1위를 차지했다.

MB정부 들어 공기업·관계 진출 활발
MB정부 들어 영남대 출신의 공기업 진출도 활발하다. 증권예탁결제원 사장에 오른 이수화 전 한국씨티은행 부행장과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에 취임한 조현용 전 고속철도공단 부이사장, 제주관광공사 초대 사장에 오른 박영수 전 한국관광공사 부사장 등과 엄우홍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양용운 환경관리공단 이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장병조, 이동걸, 이승한, 이채욱(왼쪽부터)

사실 참여정부 시절에도 관가에는 영남대 출신 공무원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대통령직속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과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역임하고 이후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과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을 맡았던 김병준 현 국민대 교수와 참여정부 시절 환경부 장관을 지낸 곽결호 전 수자원공사 사장도 영남대 출신이다. 또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과 재경부 차관을 지낸 김광림 현 한나라당 국회의원, 국무조정실 정책차장을 지낸 최경수씨, 총리 비서실장을 지낸 정강정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최기문 전 경찰청장도 영남대 동문이다.

재계에서는 이동걸 굿모닝신한증권 사장과 조재홍 동부생명 사장, 이승한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사장, 장병조 삼성전자 부사장, 박오규 삼성토탈 부사장 등이 눈에 띈다. ‘뱅커’로 잔뼈가 굵은 이동걸 사장은 2006년부터 굿모닝신한증권을 수장을 맡아 정상급 투자은행으로 도약시키는 ‘인베스먼트 뱅커(투자은행가)’로 활약하고 있다. 5년여 전 있었던 굿모닝증권과 신한증권의 합병 이후 화학적 결합을 완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재홍 동부생명 사장은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사대부고와 영남대 법학과를 마쳤다. 삼성생명에서 영업 인사 고객지원 등을 두루 경험했고, 2006년 7월 동부생명 사장으로 취임한 후 동부생명을 제 궤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다. 지난 6월 단행된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승진한 장병조 삼성전자 부사장은 ‘애니콜 신화’의 현장 지휘자로 통한다. 1980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구미사업장에서만 27년간 현장 구석구석을 땀과 열정으로 채우면서 ‘애니콜 신화’를 이뤄낸 주역으로, 대구고와 영남대를 나왔다.

특히 영남대 출신들은 현대중공업, 한국전력공사, 삼성생명보험 등의 기업 임원진에 대거 포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임원(상무 이상) 200명 가운데 17명이나 됐고, 한국전력공사 임원 중에도 영남대 출신은 11.1%로 고려대(22.2%), 서울대(16.7%)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보험 임원진 가운데도 영남대 출신은 서울대에 이어 고려대와 함께 9.1%를 차지했다.

“대구·경북에선 영남대 나와야 출세”

강인길, 김관용, 김석기, 이수화, 박영수, 김인종(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영남대 출신 파워 엘리트의 전공 과목을 보면 법대와 상대 출신이 단연 돋보인다. 강병희 영남대 총동창회 사무총장은 “박정희 대통령이 정책적으로 지원한 1960~70년대에 대한민국 대학 5위권 학과가 많았다”면서 “법대의 법학과, 행정학과와 상대의 경영학과, 경제학과, 무역학과 등이 강했고, 약대, 토목과, 건축과와 화학공학과 등 공대의 몇 개 학과도 전국 수위권이었다”고 말했다. 이른바 서울의 SKY에 입학하지 못할 바에야 지방 명문 사립을 택한 대구·경북지역의 인재들이 많이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경북대의 주요 학과가 입학 정원이 적은 데 반해 영남대는 야간학과 등 정원이 많아 인재가 몰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영남대의 인재 확보는 비상이 걸렸다. 대학입시가 수능으로 바뀌면서 서울과 수도권 등지의 대학에서 인재가 걸러지고, 국립대학인 경북대와 경쟁에서도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강 사무총장은 “행정고시 합격자가 많아 2005까지는 지방대 중 부이사관 이상이 가장 많았는데, 최근엔 행시나 사시 모두 합격자 수가 떨어지는 추세”라면서 “대신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등 선출직을 통해 힘을 키워가는 중으로 ‘대구에서 정치하려면 영남대 AMP(경영대학원 최고위과정)라도 나와야 한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대구·경북 지역으로 내려가면 우선 김관용 현 경상북도 도지사가 영남대 출신이다. 경제학을 전공한 김 도지사는 영남대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경북 구미의 빈농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홀로 대구로 가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하고 19세부터 교직생활을 시작하면서 낮에는 교사로, 밤에는 야간 대학생으로 주경야독한 끝에 영남대를 졸업했다. 현재 영남대 총동창회 회장을 맡고 있다.

자치단체장으로는 강인길 부산광역시 강서구청장, 임병헌 대구광역시 남구청장, 이재만 대구광역시 동구청장, 최병국 경산시장, 신현국 문경시장 등이 있다. 돈봉투 사건으로 낙마한 정한태 전 청도군수도 영남대 출신이며, 대신대학교 총장으로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을 맡고 있는 이의근 전 경북도지사도 동문이다.

이색적인 인물로는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으로 깜짝 등장해 화제가 됐던 ‘시골의사’ 박경철씨를 들 수 있다. 의대 83학번으로 경북 안동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현직 외과 의사인 그는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등의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이자 투자전문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주식투자전문가이며, 본지를 비롯해 많은 매체에 글을 쓰고 있는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소설가 김원일, ‘홀로서기’의 시인 서정윤, 뮤지컬계의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 김재박 LG트윈스 프로야구 감독, 양준혁 삼성라이온즈 프로야구 선수,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도 눈에 띈다.

대한민국 新 인맥

영남대는 지난해 창학 60주년을 맞은 데 이어 최근 대구·경북 지역에서 경북대와 함께 두 곳만 로스쿨로 선정되면서 ‘제2의 창학’ 움직임이 활발하다. 관료 출신으로 이번 18대 국회에 입성한 한 의원은 “숫자상으로야 큰 차이가 나긴 하지만 MB정부에선 고대와 서울대에 이어 영남대가 힘을 발휘하며 3위권을 형성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