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천정배의원 “최시중 위원장 끝까지 추궁, 사퇴 요구”

“이병순 KBS 사장 임명은 원천적 무효”

민주당이 이번 정기국회의 최우선 과제를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 분쇄’로 잡았다. 특히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이병순 KBS 사장을 임명한 것에 대해 법과 원칙을 무시한 권력남용 행위로 보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4선 천정배 의원이 언론장악저지대책위원장을 맡아 정부 여당에 맞서 ‘언론장악 음모 분쇄’를 위한 투쟁를 선도하고 있다. 천정배 민주당 언론장악저지대책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이 공영방송인 KBS를 정권의 나팔수 내지는 허수아비로 만들려고 한다”면서 “국회와 국회 밖에서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천 위원장은 국회 상임위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를 자원했다. 그는 ‘언론장악’의 중심 인물로 지목받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일전도 준비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이병순 KBS 사장을 임명했는데.
“이번 KBS 사장 임명은 법적으로 무효이며 내용적으로도 무효다. 이번 사태는 KBS를 정권의 허수아비 내지 나팔수로 만들려는 불순한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다. 방송의 독립·중립·공공성 등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를 정면으로 짓밟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가 남아 있는 정연주 전 사장을 법을 무시하면서 해임했다. 그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그것을 전제로 한 이병순 사장의 임명도 무효다. 지난 8월 17일 청와대 대통령실장, 청와대 대변인, 유재천 KBS 이사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참여한 회의가 있었다. 유재천 이사장이 청와대와 권력 실세의 지시를 받아서 KBS 사장을 임명한 것이다. 17일 모임에 비춰볼 때 청와대가 유재천 이사장을 통해 사장을 선임했다는 것이 명백하다. 방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KBS이사회의 추천권을 무력화시키고 이병순 사장 임명이 이뤄졌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무효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 언론 장악과 관련해 야 3당이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과반수 의석을 점유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험로가 예상되는데.
“국정조사 요구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단순한 정치 공세가 아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절반 이상이 KBS 사장 임명과 관련해 의혹이 있다고 답했다. 이 문제는 국회라는 국민의 대표기관이 행정권력 내부에서 이뤄지는 것에 조사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또 법적인 측면에서도 국정감사 및 조사에 의한 법률(제3조 1항)에 의하면 ‘국회는 재적의원 4분의 1의 요구가 있을 때는 특별위 또는 상임위에 의해 국정의 특정 사안에 대해 조사를 한다’고 돼 있다. 국정조사권은 국회 과반수의 의결에 의해 요구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4분의 1 이상의 요구로서 발동되는 것이다. 국회가 국정에 관한 감시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 소수 세력에도 국정조사 발동권을 주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국정조사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국정감사법을 무시하는 행위다.”

KBS 노조는 신임 사장을 인정했고 앞으로 방송의 공정성 등을 지켜보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더 이상 정치쟁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견해도 있는데.
“이것은 KBS 노조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다. 언론의 자유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가 없으면 민주주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KBS라는 영향력 있는 공영방송을 한 정권이 법과 원칙을 무시하면서까지 장악하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KBS 노조가 결정한 것과 이 문제는 본질적으로 다른 사안이다.”

천 위원장은 언론 장악 배후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지목했다. 최 위원장에게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최시중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이자 형님 격이다. 대선 과정에서도 핵심 실세 역할을 한 사람이 방통위원장을 맡는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실제로 그 이후 최 위원장의 언행을 보면 명백히 입증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로서 언론 장악을 실제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총사령관 역할을 해왔다. 지난 8월 17일 모임도 최 위원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방통위원장은 KBS 사장 선임에 관한 한 아무런 권한도 없다. 그러므로 그런 모임에 나간 것 자체가 명백히 잘못이다. 형법 상으로는 직권 남용에 가깝다. 앞으로 국회 상임위를 통해서도 끝까지 최시중 위원장을 추궁하고 사퇴를 요구할 것이다.”

서울 남부지법에서 최근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해임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는데.
“가처분이라는 것은 조금 다른 요소가 있다. 가처분은 ‘효력을 정지하지 않으면 정 전 사장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있느냐’의 문제였다. 법원은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기각 결정에 대해 아쉬움이 있지만 앞으로 본안 소송에서는 다른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YTN도 구본홍 사장이 취임하면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YTN 사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이 사건이 방송 장악의 신호탄이었다. 이명박 정권이 노골적으로 구본홍씨를 사장에 앉혔다. YTN 사장은 주주가 선임하는 자리인데 주주들에게 영향력을 끼친 것이 뻔하다. 구 사장이 사장직에 있는 한 YTN은 공정성과 독립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과 최시중 위원장이 구 사장을 물러나도록 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김재윤 의원 소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오세철 교수 체포 등 공안정국을 조성하려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지난 총선이 끝나고 이명박 정권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다. 실제로 경찰의 국회의원 폭행, MBC PD수첩 탄압,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자 탄압 등이 있었다. 오세철 교수의 경우 폭력적 행동이나 구체적인 행동이 아니고 사회주의를 찬양하는 사상을 가졌다는 정도를 갖고 경찰이 체포한 것 아니냐는 강한 의문을 갖고 있다. 이미 녹슨 칼인 국가보안법을 다시 꺼내 새로 숫돌에 갈아서 휘두르려 한다는 생각이 든다. 김재윤 의원의 경우도 민주당에 대한 공안적 탄압의 일환이다.”

최근 법원이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과 관련해 네티즌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는데.
“언론에 따르면 구속된 2명이 불구속된 4명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없다. 광고주 2차 불매운동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도 찾지 못했다. 구속된 2명이 과연 많은 사람의 항의 능력을 조직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 의심된다. 단지 글을 올린 것만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이 아쉽다.”

당내 개혁그룹의 리더 역할을 할 생각은 없나.
“민주당이 지난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국민과 소통에 문제가 있었고,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민주당 내에서 중도진보적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한나라당에 확실하게 맞서 투쟁해야 할 사람들이 진보개혁그룹이다. 이들이 당의 선도부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칭 ‘진보개혁정치포럼’과 같은 집단적인 논의와 실천 과정에서 당내의 인물들이 커갈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각오다. 다만 ‘진보개혁정치포럼’은 한 개인보다는 비전과 정책을 중심으로 모인 것이다. 리더십은 이 같은 정책의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다.”

<글·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