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동명이인 ‘이명박’의 수난시대

“아…씨× 이름을 바꾸던가 해야지 미치겠네… 요즘 너무 힘들어.”
한 네티즌의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화제다. 프로필 사진이 있어야 할 곳엔 “아…씨×”라는 욕설과 함께 눈물 흘리는 황소가 그려져 있다. 최근 미국 광우병 수입 소 논란과 관련된 그림으로 보인다. 이 네티즌의 미니홈피가 화제가 된 까닭은 그의 이름이 다름 아닌 ‘이명박’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미니홈피 덕을 상당히 봤다. 이전에 소개한 이외수(뉴스메이커 775호 언더그라운드넷 참조)만큼은 아니더라도 방송인 노홍철의 미니홈피에 ‘시간 내서 이 형님 한 번 찾아와요’라고 댓글도 달고, ‘싸이질도 할 줄 아는 정치인’이라고 은근히 과시했다. 2월 중순까지 이명박 미니홈피는 잘 나갔다. 주로 초등·중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1촌을 맺어달라는 방문이 폭주했다. 그러나 호시절은 오래 가지 않았다.

대운하 논란 당시, 이명박 미니홈피에 욕설글을 올린 한 ‘용자’(勇者, 말 그대로 ‘용기 있는 행동을 한 자’라는 뜻의 인터넷 용어)가 한동안 화제가 되는가 싶더니 급기야 물꼬가 터졌다. “안녕하세요~ 요즘 수고가 많으시네요. 미국 사우스코라이주 주지사님!” “사회 책 빌려줄 테니 개념 좀 찾고 와.” 같은 수준의 비아냥은 그래도 ‘양반’이었다. 정점은 4월 29일 MBC PD수첩 광우병 논란 방영 직후. 비난 게시물이 폭주했다. 청와대 홍보기획실 관계자는 “지워도 지워도 감당할 수 없었다”고 술회했다. 결국 이 대통령의 미니홈피는 프로필 사진과 홈 대문 사진만 남기고 폐쇄됐다(5월 중순, 청와대 측은 “10대들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미니홈피를 다시 열겠다”고 밝혔다).

동명이인 ‘이명박’이 유탄을 맞은 것도 이 대통령 미니홈피가 폐쇄되면서다. 쌓인 분노를 해소할 길 없던 네티즌 중 일부가 동명이인의 방명록과 게시물에 ‘테러’를 가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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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뉴스 등을 통해 동명이인 이명박의 ‘수난시대’가 알려지자 악플은 사라지고 “힘내라” “하필이면 이름이 같아서…”와 같은 응원 메시지가 쏟아졌다. 한 블로거는 “본인 입장에서는 정말 미칠 노릇이다. 불쌍하면서도 웃긴 사연인데, 그나저나 이 사람… 앞으로 정말 어쩌면 좋단 말이냐?”고 평했다. 방명록에 올라온 글 중엔 이런 사연도 눈에 띈다. “ㅋㅋㅋ 나도 대통령 이름인데ㅋㅋㅋ 불쌍하다 명박아 우리 일촌할까?” 이 글을 남긴 사람의 이름은 ‘김대중’이다. 화제가 된 동명이인 이명박씨의 미니홈피는 결국 ‘사용자 요청으로’ 문을 닫았다.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