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사람]‘움직이는 청소년센터 엑시트’ 황인성·김지혜 활동가 “청소년의 언어로 만든 정책을”

일주일에 하루, 해가 지면 수원역 4번 출구와 서울 신림역 봉림교 옆에 특별한 버스가 멈춰선다. 2011년 처음 시동을 건 ‘움직이는 청소년센터 엑시트’다. 버스 안에서의 일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황인성(35)·김지혜(27) 활동가는 “밥 먹고 수다를 떤다”고 말한다. 의료·법률·시설 지원 등 청소년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연결해주기도 한다. 청소년들이 손수 기획한 활동을 할 때도 있다. 이들이 사회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엑시트의 임무다. 사단법인 들꽃청소년세상과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이 사업을 공동주관하고 있다. 김 활동가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일은 다 한다”며 “청소년들의 개별 욕구에 맞춰 사업 또한 계속 변모하고 있다”고 했다.

가정폭력 때문에 집을 나왔거나, 성소수자라거나 저마다 놓인 상황은 다양하다. 버스 안에서 활동가들은 ‘선생님’이라고 불리지 않는다. 편한 사이가 되면 서로 반말을 쓰고 이름을 부른다. 활동가들은 매번 ‘셀프와 평화’를 지켜달라 외친다. 먹을 만큼 알아서 푸고, 버스 안의 다양한 사람들을 존중해달라는 의미다. 밤 8시 정차한 버스는 새벽 1~2시까지 머문다.

“흔히 청소년은 미성숙하다는 편견이 있지만, 저희는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려고 해요. 청소년들이 일터에서 받지 못한 돈을 노무사를 수소문해 받아낸 경험이 있어요. 크고 작은 일들을 거치면서 청소년들이 ‘함께 살아가는 동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청소년들이 가끔 안부전화를 하기도 하고, 다른 친구를 연결도 해줘요. 저한테 ‘인성아, 괜찮니 요즘?’이라고 물은 기억이 나네요.(웃음)”(황인성)

한국사회에선 청소년에게 ‘보호자’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탈가정’ 청소년들에겐 보호자의 존재가 걸림돌이 되곤 한다. 청소년이 휴대폰 개통, 통장 개설, 집 계약 등을 하려면 부모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커다란 벽 앞에 가로막힐 때가 많다.

“청소년 입장에선 힘들 때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아요. ‘어른들을 믿을 수 없다, 그랬다간 이용당한다’고 하죠. 이런 청소년들에게 밥을 공짜로 준다고 하면 왜 공짜로 주느냐, 뭐 바라는 거 아니냐고 묻기도 해요. 당연히 그렇게 반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신뢰를 쌓으면서 긴장감을 놓지 않으려 합니다. 맛있는 거 먹고 수다 떨고, 보드게임 하는 시간 속에서 그들이 보내는 (도움의) 신호를 알아차려야 하니까요.”(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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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청소년들에겐 특히 주거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다. 활동가들은 쉼터나 정부의 주거지원 프로그램을 이어주려 하지만,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청소년들이 많다. 김 활동가는 “결국 또다시 거리생활로 몰리게 되는데,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거리생활이라도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이 가진 자원은 몸뿐이다 보니 범죄와 연결되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안정적인 주거가 꼭 필요한 이유”라고 했다. 황 활동가는 “만 18세로 선거연령이 낮아진 만큼 청소년의 언어로 만든 청소년 정책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