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물 전성시대]작가 형사 부스지마-너무나 현실을 잘 그려, 웃기는 미스터리

겐토샤

그가 바라보았던, 경험했던 소설과 출판 주변의 적나라한 세계…. 문단을 둘러싼 인간의 뒤틀린 욕망과 시기와 혐오와 편견과 비대한 자의식을 통렬하게 조롱한다.

모차르트의 생애를 그린 영화 <아마데우스>는 살리에리의 시선으로 그려져 있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천재는 아니었던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초월적인 재능에 감탄하고, 절망을 느끼고 결국 복수에 이른다. 실제 역사는 영화와 다르지만, 영화에서 그려지는 살리에리와 모차르트의 관계는 보통 사람들이 천재에 대해 느끼는 감탄, 열광, 시기, 질투가 뒤섞인 감정을 리얼하게 보여주었다.

천재가 아니어도 예술가라면 어느 정도의 기행이 인정되고, 약간은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음악영화 <원스>나 뮤지컬영화 <라라랜드>에서 그랬듯이. 하지만 현실은 또 다르다. 엄청나게 많은 예술가 지망생 중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극소수다. 예술가라면 당연히 작품으로 인정을 받아야 하겠지만, 예술이 문화상품으로도 팔려나가야 하는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 재능이 있어도 몰락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일종의 사기로 엄청난 명성을 얻기도 한다. 일반적인 회사원이나 자영업과는 다른 법칙이 통용되는 별세계다.

예술가의 세계는 때로 상식과 배치

<작가 형사 부스지마>는 현역 추리소설 작가인 전직 형사 부스지마가 주인공이다. 정확히 말하면 형사를 그만둔 후에도 일종의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부스지마와 함께 일한 적이 없는 아스카는 작가, 편집자 등 문단 관계자들이 연루된 사건을 맡을 때마다 그를 만나게 된다. 선배 형사들은 쏙 빠지고 아스카에게만 미룬다. 부스지마 이름만 나와도 슬슬 피한다. 대체 그가 어떤 인물이기에.

<작가 형사 부스지마>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모두 문학과 출판 분야에 관계되어 있다. 후배 신인들을 신랄한 말로 비판하던 노작가의 죽음이 있고, 변사한 작가의 사인회에 갔던 아마추어 서평가와 작가 지망생 스토커와 열혈 팬이 의심받는 이야기도 있다. 아스카가 부스지마에게 도움을 받는 이유는 이 세계가 너무나 생소하기 때문이다.

<작가 형사 부스지마>의 원서와 한국어판 표지 | 북로드

문학 신인상 예심을 담당했던 프리랜서 편집자가 살해당한다. 모든 응모작을 검토하고, 짧은 심사평을 남긴다. 부정적인 평가를 인정할 수 없어 격렬한 항의를 했던 세 명의 작가 지망생이 용의자다. 부정적인 심사평이나 신랄한 비판, 표절 등의 이유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아스카는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부스지마를 만나고, 문단 주변의 인물들을 만나면서 겨우 알게 된다. 이해는 쉽지 않지만.

“작가도 아이돌이나 스타 운동선수처럼 동경하는 직종이라서 꿈꾼다는 점만 보면 똑같아 보이지만 이 분야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 아이돌을 꿈꾸는 사람은 용모가 특출하다거나 노래에 재능을 지닌 사람이고, 스타 선수가 되려는 사람 역시 운동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죠. 그런데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90% 이상이 재능도 없고 끈기도 없습니다. 게다가 자각도 없고요.”

등단을 했다고 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머릿속에서 이미 시대의 총아가 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현실의 자네는 데뷔는 했지만 다른 출판사의 오퍼도 없고 몇 푼 안 되는 원고료로 생활보호대상자 수준의 생활을 영위하는 망상벽 기질의 저소득자에 다름 아니네.” 부스지마는 형사 시절부터 인간의 음침한 욕망이나 약점 등을 감지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다. 부스지마가 신문을 하면 용의자는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고 한다. “상대방의 약점을 순식간에 파악해버려. 그건 훈련이나 경험 때문이 아니야. 타고난 천부적 재능이지.” 작가가 되었을 때, 그 정도로 인간을 이해하는 부스지마라면 충분히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동료 형사들은 입을 모았다.

인간의 약점을 감지하는 능력 탁월

<작가 형사 부스지마>는 정통으로 사건을 해결한다기보다 풍자소설처럼 문단을 둘러싼 음습한 풍경을 그려내는 데 주력하는 소설이다. 츠츠이 야스타카의 <소설 일본 문단>을 미스터리의 형태로 변주한 소설 같은 기분이 든다. 나카야마 시치리는 어릴 때부터 작가를 꿈꿨고, 에도가와 람포상의 예선을 통과한 적도 있었지만 결국은 등단하지 못한 채 직장생활을 했다. 하지만 2006년 미스터리 작가 시마다 소지를 만난 후, 다시 작가에 도전하여 2010년 <안녕 드뷔시>로 데뷔했다. 1961년생이니 48살의 나이에 비로소 작가가 된 것이다. 이후 다양한 주제의 미스터리를 의욕적으로 발표한 나카야마 시치리의 이력을 돌이켜보면 <작가 형사 부스지마>는 그가 바라보았던, 경험했던 소설과 출판 주변의 적나라한 세계라는 생각이 든다. 경험을 했고, 그도 일부이기 때문에 더욱 신랄하게 비판할 수 있는 세계.

모든 사람들이 부스지마를 두려워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화를 낼 상황에서도 부스지마는 실실 웃는다. 화를 내봐야 자신의 에너지만 소비하는 것이다. 그보다는 이 상황을 소설로 써서 폭로하고, 원고료를 받는 쪽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상대의 약점을 논리적으로 예리하게 파고든다. 아스카 형사는 부스지마와 함께 사건 몇 개를 해결한 후, 대범해진 대신 독설이 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악영향이라기보다는 발전이다.

장르물 전성시대

부스지마는 가까이 하기에 참 어려운 캐릭터지만, 언제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는 믿을 만하다. 보통 사람인 아스카에게는 너무 난해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세계를 부스지마는 간단하게 설명해낸다. “맡은 일을 완수하고 그에 맞는 대가를 얻는다는 점에서 다른 직업과 완전히 똑같아. 누구나 해낼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니 쉽게 착각하는 것일 따름이지.” 문단을 둘러싼 인간의 뒤틀린 욕망과 시기와 혐오와 편견과 비대한 자의식을 부스지마는 통렬하게 조롱한다. 그런 점에서 <작가 형사 부스지마>의 장르는 결국 코지 미스터리가 될 것이다. 신맛이 가득 배어 있는, 너무나 현실을 잘 그려내서 웃기는 미스터리.

<김봉석 문화평론가>